[직썰 / 안중열 기자] 전쟁의 포성이 잦아들자 승전보가 아닌 ‘물자 고갈’의 공포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가 보유한 첨단 요격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혈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워싱턴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는 급격히 축소됐다. 특히 재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한 살인적인 고유가는 그 어떤 미사일보다 치명적인 정치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테헤란은 미국의 이러한 병참 약점과 경제적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파고들며 ‘60일 시한부 도박’을 걸어왔다.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겠다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던진 이란의 승부수에, ‘최대 압박’을 고수하던 백악관 내부에서도 “실리를 챙기며 전략적 후퇴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5월은 ‘위대한 거래’가 재현될지 아니면 통제 불능의 대폭발로 이어질지를 두고 전 세계의 시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쏠리고 있다.
◇이란의 ‘시한부 승부수’와 트럼프의 냉담…“배상금은 농담일 뿐”
현재 협상 테이블의 핵심 쟁점은 이란 타스님(Tasnim) 통신이 최근 보도한 ‘14개 조항 기본 합의안’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재개방과 우라늄 농축 동결을 조건으로 미 해군의 해상 봉쇄 해제와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란은 이번 공습으로 파괴된 국가 기반 시설 복구를 위해 인도적 차원의 배상금 지불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매체 칸(Ka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지난 수십년간 저지른 행위에 대해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배상금 요구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복잡하다. 뉴욕타임스(NYT)는 5월 초, 미 의회의 ‘전쟁 권한 결의안’에 따른 60일 무단 교전 시한이 임박했음을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서한을 보내 ‘적대 행위가 사실상 종료됐다’고 주장함으로써 법적 올가미를 피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4월부터 이어진 소강상태를 명분 삼아 ‘60일 시계’를 멈추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풀이된다.
◇4월, 비어가는 미사일 창고와 ‘200달러’ 유가의 공포
지난 2026년 4월 한 달간, 양국은 상대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경제와 병참을 아우르는 극한의 소모전에 국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의 전략적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두 달간의 격렬한 교전으로 미국의 사드(THAAD) 요격 미사일 재고가 80% 이상 소진됐다”고 보도했다. 토마호크 유도탄 역시 전체 재고의 4분의 1이 사라진 상태다. 미 군수산업의 물자 조달 속도가 현대전의 가공할 소모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경제적 압박도 임계점에 도달했다. 로이터(Reuters)는 4월 말 보도를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 작전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했으며, 세계 공급망이 파국 직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드시 막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3월, 벙커 속 권력 암투와 동맹 전선의 균열
전쟁이 중반으로 치닫던 지난 2026년 3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심장부인 최고 지도부를 겨냥한 정밀 타격을 감행하며 전세를 뒤흔들었다.
당시 가디언(The Guardian)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을 인용해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중상을 입었으며,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실권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 내부 강경파를 결집하는 계기가 된 동시에, 체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촉매제가 됐다.
동시에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마찰로 고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과 파병을 강요하면서 외교적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중 있게 다뤘다. NATO 회원국들조차 이번 전쟁을 미국의 독자적 판단이라 규정하며 선을 그었고, 결국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전쟁을 수행하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2월, 핵 임계점 돌파…전격 타격의 서막
전쟁의 서막은 전격적이었다. 2026년 2월 28일 새벽,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테헤란과 이스파한의 주요 핵 시설을 향해 전격적인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폭스뉴스(Fox News)는 당시 보도를 통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량이 핵폭탄 11개를 즉시 제조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긴급 정보를 입수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를 세계 평화를 위한 ‘외과수술식 타격’이라 명명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알자지라(Al Jazeera)는 2월 말 현지 보도에서 “미군의 공습이 민간 전력망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해 수백만 명의 테헤란 시민이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했다”고 보도하며 미국의 군사 행동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5월의 거래’인가, ‘6월의 대폭발’인가
현재 중동 정세에는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 흐르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5월 초 백악관 동정을 전하며 “전열 정비를 위해 이란의 제안을 일부 수용해야 한다는 실무진과, 이번 기회에 정권을 완전히 무너뜨려야 한다는 강경파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제시한 ‘한 달’이라는 시한은 역설적으로 미국에 부족한 병참을 보강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이 ‘핵 농축 권리’라는 최후의 보루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번 협상은 결국 더 큰 충돌을 앞둔 ‘잠시 숨 고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위대한 거래’를 통한 극적인 타결인가, 아니면 더욱 파괴적인 전쟁의 연장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세계 경제의 명운과 지구촌 안보 지형의 향방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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