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청년 A가 있다. 창업을 꿈꾸며 3년째 일을 익히는 중이다. 흔히 '에이'로 읽히는 알파벳 A, 그게 청년의 이름이다.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이름. 또는 그것을 일컫는 이름'으로 정의되는 명칭(名稱). 달리 표현하면 A는 그의 명칭이 틀림없다.
A는 퇴근하기 무섭게 친구 B를 만나 공원을 함께 걷는다. 잦은 일상이다. B는 A 앞에서 그를 "좋은 이웃"이라고 한다. "좋은 이웃, 오늘은 몇 보 걸을까?" 하는 B의 말에서 '좋은 이웃'은 호칭(呼稱)이다. '이름 지어 부름. 또는 그 이름.' 음식점 동료 직원들에게 A는 "성실이"로, 손님들에겐 "삼촌"이나 "젊은이"나 "총각"으로 불린다. 이들 호칭만 벌써 넷이다.
그런 A의 좋은 이웃인 B에게 안 좋은 버릇이 생겼다. 다른 절친 C와 한 약속에조차 매번 늦는 것이다. A와 약속한 날에 꼭 그런다. 그때마다 B가 C에게 너그럽게 봐달라며 하는 말이 있다. "오늘, 그 친구 퇴근이 늦었어." B는 평소 A를 가리켜 "그 친구"라 한다. C를 포함하여 일반적으로 누구에게 어디에서나 A를 그리 일컫는다. '어떤 대상을 가리켜 이르는 일. 또는 그런 이름'을 뜻하는 지칭(指稱)이다. ① A에 대한 B의 지칭은 "그 친구"이다 ② B는 A를 "그 친구"로 지칭한다고 각각 표현한다. 이런 지칭과, 직접 A에게 저마다 "좋은 이웃"이니 "성실이"이니 하는 호칭은 다르다.
며칠 전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한국정치학회가 마련한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름 부르기'라 한 것과, 이를 한자로 호명(呼名)이라 바꿔 쓴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명은 호칭 행위에 초점을 둔 말이다. 호명(을)하고 호명(이)된다는 동작성 표현에 어울린다. 예비군 훈련 받으러 온 A를 한 교관이 "에이"라 부를 때 우리는 그것을 호명한다고 한다. A는 호명된 사실을 "예" 하고 확인해야 출석했다고 인정받는다. 이로 미뤄 A 사례에 빗대면 공식 국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에이'(명칭)이고, 북한은 '그 친구'(지칭)이다. 학술회의 주제가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보다 '이름하기'였다면 어땠을까.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재역, 『다 쓴 글도 다시 보자』, 글로벌콘텐츠, 2021
2. 김상규, 『우리말 잡학사전』, 주식회사 푸른길, 2010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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