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에도 물류비 담아야[최종수의 기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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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에도 물류비 담아야[최종수의 기후 이야기]

이데일리 2026-05-04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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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물건은 대체로 생산지에서 멀어질수록 비싸진다.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포장·보관·운송 비용이 붙고 그 비용은 최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는 물건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거쳐 가정과 공장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송전 비용이 들고 거리가 멀수록 전력 손실도 커진다. 그런데 일반 상품과 달리 전기요금에는 물류비가 반영되지 않아 생산지와 가까운 지역이나 먼 지역이나 동일한 기준으로 부과된다.

송전선로(사진=게티이미지)


우리나라 주요 발전소는 냉각수를 구하기 쉬운 해안가에 주로 위치한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소가 충남, 경북, 강원 등지에 집중된 이유다. 반면 전기를 많이 쓰는 곳은 수도권이다.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전력 자립도를 보면 서울은 11.3%, 경기도는 61.6%에 그친다. 이에 비해 대표적인 전력 생산지인 충남, 경북, 강원 등은 200%에 이른다. 결국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전기를 이송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장거리 송전에는 대규모 송전선로 설치 비용이 따른다. 더 큰 문제는 송전 과정에서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은 안전과 환경 피해를 걱정하고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은 경관 훼손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다. 이런 우려는 곳곳에서 송전 갈등으로 현실화헸다.

2005년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경남 밀양 송전탑 갈등은 송전시설 설치가 지역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을 둘러싼 초고압 송전선로 논란도 같은 양태를 드러낸다. 송전선로가 지나는 충청권의 주민 반발은 커졌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 핵심 산업을 위한 안정적 전력 공급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필요성만 앞세워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면 또 다른 송전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이런 갈등을 줄이려면 일회성 보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주민이 편익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발전소가 있거나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에는 낮은 요금을 적용하고 전력 생산지에서 멀리 떨어진 소비 지역에는 송전 비용을 더 반영해야 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전기의 물류비를 요금에 반영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공공요금 체계에서 낯선 것은 아니다. 비슷한 구조는 이미 상수도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4대강 수계에서는 상류 지역이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감수하고 그 물을 이용하는 지역은 물이용 부담금을 낸다. 이는 깨끗한 물을 쓰는 지역의 혜택과 상수원 지역의 부담을 비용으로 나누는 구조다. 전기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전력 소비가 많은 지역의 주민과 기업에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산업용 전기요금에 적용할 경우 기업 경쟁력 저하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역 간 갈등을 완화하려는 제도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요금 차등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전력자립도와 송배전 비용, 지역 부담, 산업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전력 생산지에 지속적인 편익이 돌아가면 지역 주민의 수용성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낮은 전기요금은 주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고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의 지역 이전과 투자를 유도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는 스위치를 켜는 순간 쉽게 얻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뒤에는 발전소와 송전선로, 그 부담을 감내하는 지역 주민이 있다. 이제 전기요금은 단순히 전기를 사용한 대가가 아니라 전기를 만들고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 이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일은 지역 갈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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