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월 30일 '윤석열 정권 검찰청·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을 발의했다. 기관보고 3회, 현장조사 2회, 청문회 4회로 꾸려진 42일간의 국정조사가 종료된 당일이었다.
이날 천준호 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국조 과정에서 밝혀진 여러 사실을 수사를 통해 확정하기 위해 특검법을 발의한다"며 "억지기소·조작기소의 진상을 밝히고 그와 관련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조사에서는 강압수사 및 진술 유도 정황,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됐다. 다만 관련 내용은 상당 부분이 증언과 일부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여야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검의 임명 방식과 권한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강압수사·형량거래' 정황…특검 요구 커진 배경
4월 3일 기관보고(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박상용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법률대리인인 서민석 변호사 간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녹취에서 박 검사는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화영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공익 제보자니 이런 것들도 해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진술 방향을 전제로 한 발언이 포함돼 있어, 검사가 원하는 진술을 유도하기 위해 형량을 고려한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4월 14일 청문회(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출석해 직접 증언했다. "수원지검에서 허위 진술을 계속 강요했다"며 "박상용 검사가 나를 방조범으로 해서 바로 형을 낮추고 바로 석방해 주겠다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4월 16일 청문회(대장동·위례 신도시 사건)에서는 녹취록 기재 변경 논란이 불거졌다. 대장동 사건 1기 수사팀의 정영학 녹취록에서는 '재창이형'으로 기재된 대목이 2기 수사팀 녹취에서 '실장님'으로 바뀌어 기재됐다는 것이다. '실장님'은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공범으로 엮기 위한 표적 수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당시 검찰 속기사를 불러 음성을 들려주자, 속기사는 "재창이형으로 들린다"고 답했다.
같은 청문회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정일권 검사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에게 자녀 사진을 보여주며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정조사만 하고 넘어갈 순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태효 삭선·박지원 고발…윤석열 개입 의혹 제기되기도
4월 28일 종합청문회에서는 검찰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성준 의원은 '대통령실 보고 문건'이라며 자료를 공개하고,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 현황이 수원지검 형사6부→대검 반부패부→법무부 형사기획과→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통해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4월 21일 청문회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김성구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장은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 '월북 추정'이라는 국방부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직접 삭선, 줄을 그어 문구를 지우고 수정해 발표하도록 강압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 전 차장은 "맹세코 지운 적도, 펜을 든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같은 날 청문회에서는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대통령께서 그것은 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이 있었고 그래서 제가 고발로 최종적인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 자필 메모에는 '대통령 보고본' '고발 지시'라는 문구가 남아있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고발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정황이다.
이 모든 것이 현 시점에서는 명징한 진실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일부 증거는 전체가 공개되지 않았고, 이해당사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다. 때문에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은 국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기존 수사기관을 통한 재검증이 쉽지 않기에 특검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자기 사건의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발의된 특검법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수사 기간은 90일로 30일씩 2회 연장 가능하며, 대통령 승인 시 1회 추가 연장해 최장 180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논란이 제기된다. 우선 특검의 권한 범위다. 특검법 8조 7항은 특별검사가 이첩받은 사건에 대해 '공소 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에 '공소 취소'라는 단어가 직접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공소취소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된다는 점에서, 재판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삼권분립 원칙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검찰청은 법안 발의 직후 "재판의 독립성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특별검사 임명 방식도 논란이다. 법안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씩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최종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갖는 것이어서, 수사 대상에 대통령 관련 사건이 포함된 점을 두고 이해충돌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특검의 판단과 별개로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판단했다'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결국 특검법상 '공소 유지 여부를 포함한 권한'과 '대통령의 임명권'으로 인한 이해충돌 가능성과 재판에 미칠 영향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조작기소 특검, 6·3 지방선거와 국정 운영에 중대한 변수되나
특검 일정을 보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와 국정 운영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5월 안에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처리할 태세다. 법안이 통과돼도 특검 후보 추천·대통령 임명·수사팀 구성까지 추가 시간이 소요돼 실제 수사 착수는 6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 수사기간이 90일인 만큼 특검의 수사 결과는 아무리 빨라도 가을 이후에야 나온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유권자들은 특검 수사 결과가 아닌, 특검 추진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투표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나는 보수 결집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본인의 재판을 없앨 수 있다'는 서사는 탄핵 정국에서 분열됐던 보수 진영에 재결집의 구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구성하는 상당 부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동의했던 중도·합리적 보수층이 포함돼 있는데, 국조를 통해 제기된 검찰 수사의 문제는 인정하더라도 '그 해법이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특검'이라는 것은 이들에게 이탈의 동기가 될 수 있다.
또 특검 임명 방식·권한 논란이 확대될 경우 영남권·수도권 접전지에서의 표심 이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탄핵 정국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만큼 지방선거가 지역 이슈보다 중앙 정치의 연장선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기에, 특검 논쟁이 선거 구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보수 진영 내 책임론이 일어날 가능성이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앞서 제기된 의혹들 가운데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된다면 기존 수사기관과 권력기관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타격을 받는 것은 개별 인물에 그치지 않고, 그 수사를 지휘하고 묵인한 수사기관과 권력기관, 나아가 그것을 총괄한 당시 정권에 대한 평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지지층에서는 기존 지지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수사 결과를 전제로 하는 만큼 지방선거 이후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의 정치 지형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역대 특검이 그랬듯, 수사 과정에서 나오는 피의자 소환과 기소 여부 하나하나가 매번 뉴스가 되어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왔다. 결론보다 과정이 정치 지형을 흔들 것이다. 결국 6·3 지방선거와 국정 운영에 중대한 변수 여부는 지금까지 제기된 조작기소 의혹을 특검이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