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범여권 선거 연대의 한계가 드러나는 시험대가 됐다. 단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출마 선언이었고, 이어 김용남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되면서 연대 구도가 균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진보당 사활 걸렸던 '평택을 협상'…조국·김용남 참전에 무산 위기
진보당에 원내 진입은 만성적 과제다. 22대 총선에서 진보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해 비례대표 2석(정혜경·전종덕)을 얻었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지역구 1석(울산 북구 윤종오)도 확보했다. 실리를 택한 연대였지만, 동시에 독자 세력화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이기도 했다.
당초 평택을은 진보당의 협상 카드였다. 진보당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민주당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평택을에서 민주당의 무공천을 이끌어내 김재연 상임대표의 국회 입성을 노린다는 구상이었다. 지역구 한 곳의 주도권 다툼 이상의, 민주당의 무공천을 이끌어내 김재연 상임대표가 독자적으로 원내에 입성할 수 있는 사실상 진보당의 사활이 걸린 협상판이었다.
그러나 조국 대표가 평택을 재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구상이 헝클어졌다. 일찌감치 평택을 지역에서 밭을 갈고 있던 김 상임대표는 지난 달 14일 조 대표의 출마를 두고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고작 제가 당의 명운을 걸고 뛰고 있는 평택인가. 대의도 명분도 없는 평택 출마를 철회하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조국·김용남…'적'이 같은 진영에 서자 판이 더 꼬였다
여기에 민주당이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 대표를 공격했던 김용남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TF'에 참여해 조 대표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을 집중 추궁한 바 있다. 서로 적대하던 두 인물이 이제는 같은 진영에서 맞붙는 아이러니한 형국이 된 것이다.
조 대표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2019년 당시) 제가 주식 작전 세력 최정점이라거나 권력형 비리였다고 말씀하신다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전 의원도 같은 날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당시 조국 사모펀드와 관련해 국민께 여러 사실을 알렸다"며 "틀린 내용은 지금 봐도 하나도 없다"고 맞받았다. 이어 혁신당과의 단일화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로부터 '열심히 뛰어서 반드시 이겨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조국 청문회와 개혁신당 창당, 이재명 대통령 지지 선언 등을 거치며 꾸준히 미디어에 노출돼 온 인물로, 인지도 역시 조 대표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민주당 조직까지 결합할 경우, 보수 성향이 강한 구도심 유권자에게는 '그나마 찍을 만한 민주당 후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 보수와 중도 표심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범여권 후보는 김 전 의원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유권자 늘어난 평택…승부는 결국 투표율
평택을의 유권자 구조도 만만치 않은 변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과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을 계기로 젊은 유권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중심이던 지역 인구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젊은 유입 인구의 투표 참여율이 낮으면 조직력과 지역 기반이 탄탄한 후보에게 유리하고, 반대로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부동층과 중도층의 움직임이 판세를 좌우하게 된다.
이번 평택을 재선거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는 점 역시 변수다. 지방선거를 위해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가 국회의원 투표까지 함께 하게 되면, 평소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던 중도층과 무당층의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른 투표율 상승은 곧 중도층과 무당층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표 중심의 계산을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GTX 연장, 반도체·산업단지 조성,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도시 재편 등 지역 현안이 산적한 평택을 지역은 집권 여당과의 협업을 내세울 수 있는 김 전 의원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평가된다.
일단 김·조 후보는 휴전 상태, 단일화 연대는 현재로선 어려워…결국 여론조사로 수렴되나
일단 김 전 의원과 조 대표는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선거가 본격화되면 후보간 공격을 안 하긴 어렵지 않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저는 끝까지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서로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이미 깊다는 점이다. 진보당은 조 대표의 출마를 "신의를 저버린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혁신당은 김 전 의원에게 "반성문부터 쓰고 오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다자구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각자의 명분이 선명한 만큼, 한 자리에 앉아 단일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단일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프레시안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4월 25~26일 평택을 유권자 7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ARS 조사에서 조국 23.4%, 김용남 21.4%, 유의동 21.2%, 황교안 12.0%, 김재연 9.4%로 나타났다. 상위권 세 후보는 표본오차(±3.7%p)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범여권 표심을 단순 합산하면 50%를 웃돌지만, 표가 분산된 채 선거가 치러지면 3선에 지역 기반까지 갖춘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어부지리를 챙길 수 있다.
범여권이 단일화에 나서더라도 방식 합의부터 또 다른 갈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는 단순 지지율이 아닌 본선 경쟁력(가상 양자대결)이 활용되는데, 문항 설계와 조사 기관 선정, 응답자 범위 설정 등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실질적인 협상의 핵심이 된다. 결국 범여권 단일화는 누가 더 후보로서 많은 명분을 갖고 있느냐보다, 누가 더 유리한 질문지를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결국 조 대표와 김 전 의원의 참전으로 뒤엉킨 평택을 선거판이 당사자들의 입장과 무관하게 여론조사라는 가장 냉정한 방식으로 강제 수렴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사에인용한여론조사의자세한내용은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홈페이지를참조하면된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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