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 이후 연방 지방법원의 명령에 31차례나 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을 여러 차례 무시하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흔들고, 법치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이 발표한 법원 기록을 집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이후 15개월간 최소 31건의 소송에서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행정부 조치에 제동을 건 사례 가운데 약 8건 중 1건은 명령에 불복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개별 이민자 사건에서도 법원이 명령한 석방 기한을 넘겨 구금을 지속하는 등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그 외 사건까지 포함하면 법원 명령을 불이행한 사건은 최소 250건 이상이다.
일각에선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주요 정책 관련 소송에서도 정부 부처가 법원의 결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국토안보부는 작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주정부에 재난구호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법원 명령을 무시했다.
당시 윌리엄 스미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재난기금 지급에 ‘자의적’ 조건을 내세워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향후 상급 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을 때 조건을 소급 적용하겠다며 이민 정책 협조를 계속해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도 연방지방법원이 이민자들을 보석 없이 구금하는 행정부 정책에 중단하란 명령을 내린 바 있으나, 행정부는 해당 판결에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법원 명령을 불이행했다.
당시 선샤인 샤익스 판사는 행정부가 권력분립의 형태마저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부를 겨냥해 “오직 헌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역사상 유례 없는 현상이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비교해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전임 대통령들 시기엔 행정부가 사법부 결정에 불복한 사례는 극히 적었던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불과 15개월 만에 31건이 넘는 명령 불이행 사례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연방대법원 등 상급 법원이 하급 법원의 판결을 자주 뒤집으며 사실상 백악관의 편에 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상급 법원은 행정부가 법원 명령에 불복한 31건의 사례 중 15건에서 기존 판결을 파기하고 행정부의 조치를 용인하거나, 집행을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 공보실 직원 애비게일 잭슨은 서면 성명에서 상급 법원이 “불법적인 지방법원 판결들”을 뒤집었다며 “행정부는 적법한 법원 판결을 계속해서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에 우호적인 판결만 골라 수용하며 불리한 지방법원의 판단은 ‘불법 판결’이라 비하하는 행태를 두고 선택적 수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행정부가 사후 법원 판결에 따르더라도, 일단 사법부 명령에 불이행하는 태도 자체가 법치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와 경시라는 점에서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데이비드 수퍼 조지타운대 법학교수는 “법치주의에 가장 헌신해야 하는 연방 정부가 스스로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 법치주의에 대한 사회적 존중은 국가 전체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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