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에서 바라본 대전시.사진은 중도일보DB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내건 선거 구호다. 이 구호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짚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거는 단순히 중앙권력의 중간평가가 아니다. 앞으로 4년 지역의 정책 방향을 정하고 산업 발전 전략, 복지 체계, 교육 환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중앙정치가 대한민국의 중요 정책을 만들어도 주민의 삶은 결국 지역에서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제를 제대로 짚고 해결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가장 큰 과제는 결국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앞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약 50%를 넘어섰고, GRDP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창출되고 있다. 기업 본사, 양질의 일자리, 교육·의료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지방은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가고 이 때문에 지방의 고령화가 더 심해지고 생산성이 낮아진다. 결국 기업이 인재를 찾아 지방에서 이탈하면서 일자리는 소멸한다. 청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 심화한다. 매년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는 청년만 7만명이다.
정부가 행정통합을 추진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개별 지자체 단위의 대응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초광역 경제권 구축'이 제기되면서 행정통합이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통합을 통해 약 350만 인구 규모의 단일 시장을 형성하고 산업과 인재, 자본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수도권과 경쟁 가능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행정구역의 단순 결합이 아니라 거버넌스 재편, 재정 통합, 산업 구조 재설계, 생활권 통합이라는 복합적 과제를 수반하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추진됐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산된 이유 중 하나다. 행정통합을 비롯해 충청권 지자체간 협력 방안이 중요한 정책이 됐다.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바야흐로 첨단산업 시대다. AI를 비롯해 바이오, 양자, 로봇, 우주항공,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육성이 중요한 국가적 화두가 됐다. 자유무역체제의 약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첨단산업 경쟁력이 국가 경제 발전은 물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이 지역 발전의 핵심이지만, 전국 지자체별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연구개발 중심지인 대전을 비롯해 충남·충북·세종이 어떠한 전략을 갖고 지역별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선호가 높은 수도권을 비롯해 정치 경쟁력이 높은 영호남 사이에서 어떻게 구조를 끌고 있을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도심 균형발전과 구조 재설계, 현안 해결도 중요하다. 대전은 신도시 형성으로 원도심과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도시 지정과 역세권 개발, 지역공기업 이전 등을 추진했지만, 단기간 결과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교육환경을 비롯한 정주여건 개선 등의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여기에 도시 팽창에 따른 구조 개편과 기능 분배, 하천이나 주변 녹지 활용 방안도 중요하다.
또한, 양극화 심화에 따른 지역 거버넌스 개혁과 조정도 중요 과제가 됐다.
지역 정가 한 인사는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심판적 성격을 갖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삶에 가장 가까운 정책은 결국 지방에서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지역을 위해 일하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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