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1500원대를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80원대에서 상단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동 갈등 완화 기대에 하방 압력이 커졌지만 미국 통화정책과 고유가 변수는 여전히 상방 리스크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83.3원에 마감했다. 중동 긴장 재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도 1480원대에서 추가 상승이 제한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달 초 1500원대를 넘나들던 환율은 지난주 1470~1480원대에서 등락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확전보다는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며 상단이 눌린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환율 역시 점진적인 하락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와 함께 국내 경기 여건 개선 기대가 맞물리며 원화 강세 요인이 우세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방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고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강조하는 등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강달러 흐름이 재차 강화될 경우 환율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가 오는 15일 종료되는 가운데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이 처음 주재하는 6월 FOMC에서 정책 기조 변화 여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해 WTI는 106.88달러, 브렌트유는 118.03달러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워시 의장이 첫 주재하는 6월 FOMC 회의에서는 매파적 기조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발표되는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와 미국 고용지표 역시 환율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3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9.9% 오르며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폭이 확대되며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는 8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4월 비농업 고용지표에서도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미국의 긴축 우려가 재부각되며 달러 강세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투자 호황에 기반한 증시 랠리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5%를 상회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연구원은 "AI 투자 호황이 고유가 충격을 일부 상쇄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그 효과도 약화될 수 있다"며 "현재 시장의 무게추가 AI 기대에 놓여 있지만 언제든 유가와 금리 변수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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