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 포함 여부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3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최장기 계류 법안인 ‘서발법’ 국회 통과를 위해 정부가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재추진에 나섰다.
서발법이 장기 계류 법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보건·의료 분야’ 포함 여부가 결론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첫 발의 이후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 포함을 반대하는 측은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며 제외를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산업 간 격차 완화와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위해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서비스산업에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하면 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의료의 공공성 확보와 영리추구 금지 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의료법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민간 자본 유입 확대와 의료기관 수익 구조 변화가 공공의료 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격의료 확대를 비롯해 일반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 건강관리 서비스 확대 등이 의료 공공성과 환자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업계는 보건·의료를 포함하는 것이 서발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관광, 보건·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의해온 서발법 취지는 서비스산업 전반의 진흥이다. 보건·의료 또한 서비스산업의 한 축으로 보고 이를 진흥하기 위해 법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또한 정부는 의료기술 수출과 디지털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도 강조해왔다.
이에 최근에는 보건·의료를 분리하거나 서발법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제3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찬반 양측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서발법 적용 제외가 논의되는 4대 핵심 보건의료 법률로는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보건의료기본법이 있다. 서발법을 제정하되 의료의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핵심 법률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들 법률이 제외되면 의료 민영화 논란을 법 조항으로 차단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일 수 있고 보건·의료 갈등으로 지연돼온 관광·콘텐츠 분야 규제 혁신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술 수출 등 일부 분야에서는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발법 도입에 속도를 내기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제정이 산업 진흥이 아닌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산업이나 소프트웨어 산업 등은 시장 논리에 의해 성장하는 영역”이라며 “한국 서비스산업 생산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 제정보다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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