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프로의 승부는 냉정했다. 그러나 90분의 경쟁이 끝난 후 남은 것은 승패만이 아니었다. 21년 동안 선수, 동료 지도자로 인연을 이어온 이영민(53) 부천FC 감독과 유병훈(50) FC안양 감독에게 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의 하루는 승부와 우정이 공존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부천은 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1부) 2026 11라운드 안양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최근 2연패에서 벗어난 부천은 3승 4무 4패 승점 13을 기록하며 10위로 올라섰고, 2019년 10월 5일 이후 2402일 동안 이어진 안양 원정 무승 징크스도 끊었다.
이날 경기는 부천과 안양의 K리그1 첫 맞대결이자, 이영민 감독과 유병훈 감독이 한국 축구 최상위 무대에서 처음 지략을 겨룬 경기였다. 두 감독의 인연은 2005년 고양 KB국민은행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축구에 2부 리그가 없었을 당시 둘은 내셔널리그 고양 KB에서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다.
이후 이영민 감독이 2007년 은퇴하고 같은 팀 코치로 부임하면서 둘은 선수와 코치의 관계가 됐다. 유병훈 감독도 2010년 은퇴 후 고양 KB 코치로 합류하며 지도자로 함께 출발했다. 인연은 K리그2(2부) 출범과 함께 안양으로 이어졌다. 이영민 감독이 안양 감독대행과 정식 감독을 맡았을 때 유병훈 감독은 수석코치로 보좌했다.
각자의 길을 걸은 둘은 먼 길을 돌아 K리그1에서 다시 만났다. 유병훈 감독은 2024시즌 안양의 K리그2 우승과 창단 첫 승격을 이끌며 먼저 K리그1 무대에 올랐다. 이영민 감독의 부천도 지난해 승격하면서 둘은 마침내 1부 리그에서 감독 대 감독으로 마주 섰다.
두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서로를 의식했다. 이영민 감독은 “안양은 시도민구단이 본받아야 할 팀”이라면서도 “부천에 온 뒤 안양에 약했다. 좋지 않은 기록을 빨리 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훈 감독도 “과거 안양에서 스승으로 모셨던 분이다. 이렇게 1부에서 만나는 게 흔치 않은 일인데 신기하다”며 “이영민 감독님이 안양전에 더 많은 걸 준비해 온다. 분명 묘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승리는 선배 이영민 감독의 몫이었다. 부천은 후반 26분 비토르 가브리엘(26)의 선제골로 균형을 깼고, 이후 안양의 거센 반격을 수비 집중력과 육탄 방어로 버텼다. 안양은 후반 추가시간 마테우스(29)의 퇴장, 한가람(28)의 동점 골 취소까지 겹치며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경기 후 이영민 감독은 승리보다 먼저 유병훈 감독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렸다. 이영민 감독은 “한국 축구의 가장 높은 프로 무대인 K리그1에서 유병훈 감독과 만났다는 자체가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유병훈 감독이 1부에서 맞대결하는 모습을 보며 이우형(60) 단장님께서도 뒤에서 뿌듯하게 지켜보셨을 것”이라고 했다.
패장 유병훈 감독에게도 이날은 남다른 하루였다. 그는 “이영민 감독과 1부에서 사령탑으로 만나는 모습은 상상으로도 하지 못했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오랜 시간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와 최상위 무대에서 맞선 경험은 또 다른 의미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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