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아버지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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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아버지가 다르다?

BBC News 코리아 2026-05-03 15:01:46 신고

3줄요약
미셸 오즈번과 라비니아 오즈번의 사진
BBC

쌍둥이 미셸 오즈번과 라비니아 오즈번은 언제나 특별한 유대감을 공유해왔다.

하지만 2022년 9월, 라비니아가 가정용 DNA 검사가 담긴 이메일을 클릭했을 때, 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마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검사 결과는 놀라운 사실을 드러냈다. 이란성 쌍둥이인 라비니아와 미셸은 아버지가 달랐던 것이다.

두 사람은 자연적으로 임신돼 같은 자궁에서 함께 자랐고,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혈연상으로는 이복자매였다.

올해 49세인 미셸과 라비니아는 '이부수정(superfecundation)'이라는 극히 드문 생물학적 과정으로 태어났다. 이는 한 여성이 같은 배란 주기에 두 개 이상의 난자를 배출하고, 서로 다른 남성의 정자에 의해 수정되며, 그 배아들이 임신 기간을 무사히 견뎌야만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약 20건에 불과하다. BBC 라디오 4 시리즈 The Gift를 위해 수개월간 이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결과, 라비니아와 미셸은 서로 다른 아버지를 둔 쌍둥이로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유일한 사례인 것으로 확인됐다.

라비니아에게 이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여러 가정과 보호시설을 전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란성 쌍둥이에게 유일한 안정은 서로뿐이었다.

라비니아는 "그 애(미셸)는 나에게 속한 유일한 존재였다"며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단 하나, 내가 분명하다고 믿었던 단 하나였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비니아가 이 사실을 전하기 위해 쌍둥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미셸의 반응은 달랐다.

미셸은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정말 이상하고, 정말 드물고, 아주 희귀하죠. 그래도 이제는 이해가 돼요."

미셸 오즈번과 라비니아 오즈번의 사진
BBC

미셸과 라비니아의 어머니는 1976년 노팅엄에서 이들을 낳았을 당시 취약한 상황에 있던 19세였다.

미셸은 "어머니는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다"며 "어머니는 어린 시절 내내 위탁 가정과 아동 시설을 오갔다"고 말했다.

쌍둥이가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어머니는 늘 '제임스'라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우리의 삶에 없었다"고 미셸은 덧붙였다.

어머니 역시 두 사람의 삶에 대부분 부재했다. 쌍둥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런던의 한 대학에 진학하게 되며 아이들을 노팅엄에 남겨두고 떠났다. 쌍둥이는 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고, 그를 "할머니"라고 불렀다.

"할머니는 엄격했고, 감정 표현이 많지 않았어요. 안아주는 일도 거의 없었죠. 내가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는 미셸"이었다고 라비니아는 말했다.

미셸 역시 라비니아가 옆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세상에 맞서는 건 언제나 우리 둘이었죠."

10살이 되던 해, 두 사람은 런던에서 어머니와 다시 살게 됐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라비니아와 미셸은 다시 떨어져 지내게 됐고, 어머니가 과거에 머물렀던 한 위탁 가정에서 살게 됐다. 이들은 왜 어머니가 자신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라비니아는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어머니는 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라비니아와 미셸 오즈번의 가족 보관 사진
BBC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함께하지 않았던 제임스는 쌍둥이가 10대 중반이 됐을 무렵, 이들의 삶에 나타났다. 라비니아는 그를 찾아냈고, 자신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미셸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확신을 가진 적이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작은 의문이 남아 있었다.

2021년 말, 어머니는 초기 치매를 알고 있었고, 더 이상 질문에 답할 수 없는 상태였다. 미셸은 제임스의 사진을 보고 그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정말로 제 모습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그래서 검사 키트를 샀어요."

DNA 검사를 하면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진실도 드러난다. 하지만 미셸은 그 당시, 검사 결과가 라비니아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결과는 2022년 2월 14일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미셸의 부계 혈통에는 제임스의 성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몇 주간의 조사 끝에, 미셸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의 친구였던 여성의 형제인 알렉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셸은 알렉스의 가족과 연락했는데, 그들은 알렉스가 오랜 세월 알코올 중독과 약물 중독에 시달리며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셸과 라비니아는 올리빈이라는 여성을 만났다. 미셸은 그녀가 자신과 쌍둥이의 새로운 사촌이라고 생각했고, 즉각적인 유대감을 느꼈다.

"피가 이어져 있다는 걸 바로 느꼈어요."

하지만 라비니아는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올리빈이 가족사진을 보여줬을 때도, 그들 속에서 자신을 찾을 수 없었다.

라비니아 역시 DNA 검사를 하기로 했다. 미셸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지만, 알렉스의 가족이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불안감을 외면할 수 없었다.

"확인이 필요했어요."

결과를 열어 쌍둥이 자매가 사실은 이복자매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했을 때, 라비니아는 큰 충격에 빠졌고, 분노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미셸 때문에 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났어요."

그리고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던 라비니아는 제임스 역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셸과 라비니아의 사진
BBC
미셸과 라비니아

라비니아는 자신의 친부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미셸은 답을 찾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미셸은 쌍둥이의 검사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라비니아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서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두 사람은 서런던에 있는 그의 집으로 직접 찾아갔다.

"약간 긴장한 것 같았지만, 성격은 저처럼 활기찼어요."

라비니아는 만남이 끝날 무렵, 아서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이끌렸죠."

이후 라비니아와 아서는 매우 가까워졌고, 종종 미셸과 함께 한 달에 여러 차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야 제가 속할 곳을 찾은 것 같아요. 그곳은 아버지 곁이에요."

아서는 미셸에게도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도 된다고 말했다.

이후 만남에서 쌍둥이는 자신들이 어떻게 수정됐는지 물었다.

"그는 '네 어머니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고, 매우 괴로워하며 울고 있었다'고 말했어요. 어머니는 안전하지 않았고 큰 충격 상태였어요." 미셸이 설명했다.

어머니가 정확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아서는 그녀가 어려운 시기에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미셸 역시 새롭게 알게 된 가족을 통해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알렉스를 만날 수 있었다.

미셸은 그의 아버지가 "분명히 약물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닮은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는 제 아버지고, 저는 그의 딸이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함께해야 할 사람이라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쌍둥이는 어머니가 두 사람의 아버지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평생 알 수 없을 것이다.

라비니아는 "그 사실이 어머니를 괴롭혔을 것"이라며 "분명 무언가를 느끼고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셸은 "어머니 마음 한편에서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극심한 부정 속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성 쌍둥이로서 라비니아와 미셸은 언제나 서로의 차이를 인식해 왔다. DNA가 드러낸 진실은 처음에는 그 차이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듯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독보적인 유대를 공유하고 있다.

라비니아는 "우리는 기적"이라며 "절대 끊어질 수 없는 가까움을 가진 존재"라고 말했다.

미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애는 제 쌍둥이 자매예요. 그 사실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라비니아와 미셸
BBC

사진 - 엠미 린치/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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