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달 9일 토지거래허가 신청분까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면서 일부 막바지 급매 거래를 기대했지만 연휴까지 끼면서 주말 시장 분위기는 대부분 한산했다.
다주택자들이 이미 지난 3월부터 서둘러 매도에 나섰고, 증여 등 우회로를 택한 경우도 많아 남은 1주일 동안에도 거래가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양도세 중과 코앞인데 시장 한산…중개업소 "다주택자 급매 사실상 종료"
이번 주말 <연합뉴스> 기자가 취재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의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조용한 분위기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이 코앞에 닥치며 막판 급매물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노동절 연휴까지 겹쳐 문을 닫은 중개업소도 적지 않아 오히려 일반 주말보다도 한산한 곳이 많았다.
최근 매도 호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매수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지 중개사들 사이에는 "다주택자 급매물 거래는 이미 끝났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점에서 2억∼3억 원씩 낮춘 다주택자 급매물 거래는 사실상 3월 중순에 끝났다고 봐야 하고, 지난달에는 오른 가격에 일부 거래가 됐다"며 "현재 나와 있는 물건은 종전 시세 수준으로 비싸서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제곱미터(㎡)의 경우 양도세 중과 시행에 따른 급매물이 저층 포함 최저 29억4000만 원에서 32억 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거래 신고되는 4월 계약 건은 대부분 급매물이 많았던 3월에 거래 약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거래 약정-토지거래허가(3주)-계약-거래신고(최장 30일)까지의 시차를 고려할 때 최소 한 달, 최장 두 달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 계약 신고분에서도 이미 34억∼35억 원대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잠실 엘스 전용 84㎡도 최저 31억 원대 매물 소진 이후 현재 33억∼34억원 대 계약이 신고되고 있다.
잠실동의 또 다른 중개사무소 대표는 "지금 나온 매물에는 일부 다주택자 물건이 있지만 시세 수준이 아니면 안 팔고 그냥 가져가겠다고 한다"며 "현재 호가가 직전 최고가 수준에 육박하고 있고, 3월 수준의 초급매물은 더 이상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남에 비해 대출이 수월한 강북 지역도 일부 급매 소진 후 상승 거래가 두드러진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 68.99㎡는 올해 3월 직전 최고가가 6억8000만원이었으나 6억∼6억4000만 원대 급매물이 팔리고 다시 6억5000만원으로 신고 가격이 상승했다.
전용 79.25㎡는 지난 3월에 6억5500만∼6억8000만 원에 계약됐으나 지난달 14일에는 15층이 7억1500만 원에 팔렸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은 거의 다 끝났고 남아 있는 것은 가격이 높아서 매수자들도 다시 관망하고 있다"며 "5월 9일까지 1주일이 남았지만, 급매가 더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다만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의 경우 내달 말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지난주 지위 양도 금지 전에 팔려는 급매 거래가 증가하는 등 일부 특수 상황에 놓인 아파트들은 막판 급매 거래 약정이 늘기도 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세금 인상을 앞두고 추가 매물 유도를 위해 5월 9일 토지거래허가 신청분까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주기로 했지만, 이미 다주택자들이 3월부터 매도에 나서고 증여 등 절세 방안을 찾으면서 추가 유예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당초에는 4월 중순까지 급매물이 나올 것으로 봤지만 허가 불발 등 변수가 있는 만큼 다주택자들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였다"며 "보유세 걱정이 큰 1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 매물도 나오지만 양도세 중과와는 무관해 급하게 급매로 파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급매물 소진 이후 호가가 뛰면서 서울 아파트값도 다시 오름세를 타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4월 20일 조사부터 3월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고, 9주 연속 하락했던 서초구 아파트는 0.01% 올라 10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송파구는 최근 2주 연속 상승세다.
시장에는 매도가 가능한 매물도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 시행 방침 이후 지난 3월 21일 8만80건까지 증가했던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이달 2일 집계 기준 7만897건으로 1만건 가까이 줄었다.
그 사이 급매물이 소진된 영향도 있지만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호가를 더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토허제 시차에 4월 계약 더 많을 듯…매물 잠김은 세제개편안에 달려
다주택자 매물 거래는 정부의 대출 규제 여파로 강남권보다는 주로 비강남 위주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까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하 계약일 기준, 계약해제·공공기관 거래 제외)은 총 5408건으로 2월(5715건) 거래량에 못 미쳤다. 지난 3월에 급매물 거래 약정이 많았지만 3주간의 토지거래허가 시차 때문에 실계약과 신고는 그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월과 비교해 중구(48.4% 증가), 도봉구(23.7%), 금천구(17.5%), 중랑구(12.5%), 서대문구(6.4%) 등 비강남 지역은 3월 거래량이 2월 거래량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신고된 4월 계약 건수는 총 4544건으로 3월의 84% 수준이다.
4월 계약분의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한 달가량 남은 것을 고려하면 시장에선 4월 계약이 3월 계약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계업계는 남은 일주일 동안 다주택자의 양도세 급매물이 더 늘긴 어렵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5월 10일부터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회수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다주택자 중과 외에 보유세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주택자의 일부는 자녀에게 증여나 저가 양도 형태로 집을 넘기는 것으로 대부분 정리가 됐다"며 "갑자기 튀어나오는 매물이 아니면 급매가 추세적으로 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의 관건은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공개할 세제개편안이다.
다주택자 매물이 다수 소화된 상태에서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에 따라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어서다.
현재 정부는 보유세·양도세 등 세제 전반에 걸친 개편안을 마련 중이며 이르면 7월 세제개편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와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해 비거주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높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대사업자 보유 매물 출회를 위해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합산 배제에 시한을 두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구체적인 개편 방안을 공유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급격히 세금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회피 매물은 일단락되더라도 고가주택이나 비거주 주택 매물은 앞으로 세제 개편 방향에 따라 추가 매물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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