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래 최대 상속세 납세…의료·문화 아우르는 사회공헌 병행
창업주부터 이어진 '문화 보존' 의지…K-컬처 위상 제고 기여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삼성가(家)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12조원을 5년에 걸쳐 완납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납세 의무를 이행함과 동시에 1조원 규모의 의료 지원과 2만3천여점의 미술품 기증 등 전방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건국 이래 최대 12조 완납…삼성 일가 "납세는 당연한 의무"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은 지난 2021년 4월 상속세 신고 이후 5년에 걸친 분납 절차를 마무리하고 최근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했다.
삼성 일가는 2020년 10월 이 선대회장 별세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총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해 왔다. 유족들은 상속세 신고 당시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며 법과 원칙에 따른 성실 납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요 관계사 지분과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상속세액 12조원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다.
이는 2024년 기준 국가 전체 상속세 세수(8조2천억원)보다 약 50% 많은 금액으로,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막대한 재원이 국가 재정으로 유입됨에 따라 복지·보건·사회 인프라 등 공공 분야 전반의 기반을 다지는 데 실질적인 동력이 됐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며 축적한 부를 국가적 재원으로 환원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점에서, 이번 완납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 이건희 '인류 공헌' 유지 받들어…삼성, 공공의료 역량 강화
삼성 일가는 납세 의무 이행과 별개로 이 선대회장의 '인류 공헌' 철학을 계승해 1조원 규모의 의료 지원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유족들은 2021년 국립중앙의료원에 7천억원을 출연해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등을 지원했다. 오는 2030년 서울 중구에 완공 예정인 중앙감염병병원은 150병상 규모로 신종·고위험 감염병의 진료와 연구, 교육을 전담하는 국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미래 세대를 향한 나눔도 성과를 내고 있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아 지원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기탁한 3천억원은 지난 5년간 약 2만8천명의 어린이에게 치료와 진단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행보는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며 어려운 이웃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공헌을 당부했던 이 선대회장의 평소 철학을 유족들이 받든 결과다.
아울러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재용 회장의 상생 경영이 의료 현장에서 구체화하며, 단순 기부를 넘어 국가 공공의료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2만3천점 '이건희 컬렉션' 환원…K-컬처 위상 세계로
삼성의 문화 자산 사회 환원도 한국 문화예술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족들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소장품 중 2만3천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지방 미술관에 기증했다. 기증 당시 미술품의 가치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술품 기증은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이 문화 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을 통해 지난해 연간 관람객 약 650만명을 기록, 프랑스 루브르와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르는 등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이건희 컬렉션은 글로벌 무대에서 K-컬처의 저력을 전파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전시를 시작으로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에는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전시 갈라 디너에서 "6·25 전쟁 등의 고난 속에서도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다"며 삼성의 문화 환원이 지닌 역사적 뿌리를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의 국민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며 문화 나눔을 통한 민간 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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