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취업 외국인력 제도, 재설계 필요 [공종렬의 인력 정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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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취업 외국인력 제도, 재설계 필요 [공종렬의 인력 정책 제안]

이데일리 2026-05-03 13:52:49 신고

3줄요약
[공종렬 행정사] 비전문취업 생산인력 공급 체계는 이제 사용자 측면의 배려가 함께 요구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과거 한국은 노동력 수출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방은 물론 도시에서도 외국인을 접하는 일이 흔치 않았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외국인 역시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출신의 백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 결정적 전환점은 ‘동포비자(F-4)’ 제도 도입과 2004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용허가제 시행이었습니다.

동포비자(F-4)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로 재미·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와 국내 활동 지원을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이후 중국 조선족과 고려인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고, 2007년에는 방문취업비자(H-2)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단순노무 분야 취업도 허용되었습니다. 이어 2012년부터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동포에게 F-4 비자가 확대 발급되기 시작했으며, 2019년에는 적용 대상이 동포 4세대 이후까지 넓어졌습니다.

공종렬 행정사


◇고용허가제(EPS)의 도입과 구조

이에 따라 2003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EPS, Employment Permit System)로 본격 시행되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가 정부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신청하면, 정부가 이를 심사해 적격 인력을 매칭하고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근로하도록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체류 기간은 최대 4년 10개월이며, 1회에 한해 재고용 허가를 통해 동일 기간 추가 근무가 가능합니다. 다만 가족 동반이나 국내 정착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근로자는 한국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최저임금 적용, 산재보험, 노동3권 등 기본적인 노동법상 보호를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송출국가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결정하며, 현재 아시아 17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는 제조업·뿌리산업 25만610명(75.3%), 농축산업 4만2630명(12.8%), 어업 2만3989명(7.2%), 건설업 9811명(2.9%) 등 총 33만2645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관점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 송출 과정의 비리 방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비전문취업’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여러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이러한 제도 설계는 사용자(고용주) 측의 불만과 제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하려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사전 정보 제공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고용주는 희망 국가, 성별, 학력 수준(학력 무관, 고졸, 대졸 등) 외에는 세부 조건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선택 기준은 연령(10년 단위), 키와 체중(각각 10cm·10kg 단위) 등으로만 제한되었으며, EPS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된 12배수 후보 중 1차로 3배수를 선정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조회 기회 자체도 사업장당 2회로 제한되었습니다.

더욱이 1차 후보 3배수에 대해서는 2시간 이내에 최종 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방식이 적용되어, 국내 일반 채용 관행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국내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이력서 검토와 면접을 통한 충분한 검증 절차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문제가 드러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가공공장에서 근로계약 체결 후 채용을 진행했으나, 해당 근로자가 이슬람교도로 확인되면서 업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제도는 항상 비용(cost)과 편익(benefit)의 균형 위에서 설계됩니다. 그러나 현행 고용허가제는 사용자 입장에서 감내해야 하는 제약과 불확실성이 제도적 편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도의 설계 취지가 송출국 비리 방지와 근로자 보호에 집중되면서, 현장 사용자 입장에서의 효율성과 선택권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현재 재외동포(F-4)는 선거권·피선거권을 제외하면 교육과 경제활동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한국인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방문취업(H-2) 비자도 F-4로 통합되는 방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생산인력 구조 역시 단순한 노동력 공급을 넘어 산업 전반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허가제는 이제 사용자와 외국인 근로자 모두의 현실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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