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읽기] 부산 향토기업 HJ중공업, 기술로 쌓고 방산으로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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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읽기] 부산 향토기업 HJ중공업, 기술로 쌓고 방산으로 뚫었다

포인트경제 2026-05-03 13:16: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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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도크, 최대 선형 한계 돌파
미 해군도 인정한 반세기 기술
군산 품고 세계 조선그룹 도약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 /HJ중공업

[포인트경제] 지난달 27일 HJ중공업발 수주 소식이 또 날아들었다. 유럽 선주사와 맺은 3572억원 규모 컨테이너선 2척 추가 계약이었다. 선박 크기는 1만 100TEU급. 영도조선소 도크에서 건조할 수 있는 물리적 최대 제원이다. 지난 2월 같은 선형 2척을 처음 수주한 데 이어 석 달 만에 총 4척으로 불어난 건조 물량은, 지금 HJ중공업이 어떤 속도로 변하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 해에 세운 이정표가 이것뿐이 아니다. 영업이익 5년 만의 600억원 돌파, 미국 해군의 함정정비 자격 획득, 군산조선소 인수 추진까지.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해안을 지켜온 이 향토기업은 2026년 들어 ‘부산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좁게 느껴지기 시작한 조선·건설 복합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댐 공법서 1만TEU, 기술로 한계 뚫다

1937년 문을 연 영도조선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소다. 그리고 이 조선소에는 오래된 딜레마가 하나 있었다. 도크 길이 300m. 대형 선박 건조를 가로막는 물리적 천장이었다.

HJ중공업은 2004년 이 한계를 기술로 돌파했다. 물막이 구조물을 세우고 수중에서 선체를 용접·연결하는 전례 없는 ‘댐(DAM) 공법’을 개발해 8000TEU급 컨테이너선 건조에 성공하며 조선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에도 기술은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는 개발 끝에 댐공법 없이도 9000TEU급 메탄올 컨테이너선을 건조·인도하는 데 성공했고 2021년 상선 수주 재개의 신호탄이 된 5500TEU급부터 HMM의 9000TEU급까지 모두 영도조선소 도크에 최적화된 선형으로 공급해왔다.

그리고 올해 천장이 다시 올라갔다. 지난 2월 영도조선소 역사상 처음으로 1만 1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했고 지난달 27일 3572억원 규모의 동일 선형 2척을 추가 수주하며 총 4척의 건조 물량을 확보했다. 같은 선박을 연속 건조할 때 설계·구매·공정 효율이 높아지는 반복건조 효과도 함께 잡았다.

HJ중공업은 동일 선형에 대한 LNG 이중연료(LNG DF) 추진 모델도 개발을 완료해 향후 환경 규제 강화와 친환경 연료 전환 수요에 선주가 원하는 선택지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HJ중공업이 지난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8배 이상 끌어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사진은 HJ중공업의 첫 미 해군 MRO 선박 ‘아멜리아 에어하트함’ /HJ중공업 HJ중공업이 지난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8배 이상 끌어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사진은 HJ중공업의 첫 미 해군 MRO 선박 ‘아멜리아 에어하트함’ /HJ중공업

◆ 영업익 8배, 조선·건설 양날개 반등

기술의 진화는 실적으로 증명됐다. HJ중공업은 2025년 매출 1조 9997억원, 영업이익 6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24.8%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514억원으로 집계됐다. 500억원대를 넘는 이익을 올린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조선과 건설, 양대 사업이 나란히 달렸다. 2022년 전체 매출의 18% 수준까지 떨어졌던 조선부문 매출은 업황 회복과 맞물리면서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건설부문도 2조 5000억원의 수주 실적으로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전략의 핵심은 선별이었다. 메탄올 추진·LNG 추진 컨테이너선, LNG 벙커링선 등 친환경 고부가 선박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향후 전망도 밝다. 증권가는 2026년 조선사업부 예상 매출액을 전년 대비 38.4% 증가한 1조 2337억원, 영업이익은 65.7% 늘어난 1464억원으로 전망한다. 반등이 아니라 성장 궤도 진입이라는 판단이다. 2028년 인도 슬롯에 고마진 LNG 벙커링선을 채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착공에 따른 수요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미 해군, 영도 조선소를 선택하다

올해 1월, 미국 해군 4만t급 군수지원함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이 정비를 받기 위해 영도조선소 부두에 닻을 내렸다. 미 해군 함정이 수리를 맡긴 조선소가 부산이었다.

HJ중공업은 1월 19일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향후 5년간 지원함은 물론 전투함·호위함을 포함한 미 해군 모든 함정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입찰 자격을 확보했다. 연 20조원 규모의 시장이 영도 앞에 열렸다.

이 자격이 공짜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1974년 국내 1호 방위산업체 지정 이후 1200여척의 함정을 건조·정비해 온 반세기의 이력이 토대였다. 해군이 발주한 신형 고속정(PKX-B) 32척과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LSF-Ⅱ) 8척 수주·건조가 이 역량을 뒷받침했다. 미 해군 범죄수사국(NCIS) 보안 전문가들이 영도조선소를 직접 실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단호했다. 평가단은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미 해군 MRO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적의 조선소로 평가했다.

방산·특수선 역량을 축으로 중형 조선소에 최적화된 MRO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본격화될 경우 HJ중공업이 활약할 수 있는 사업 기회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HJ중공업이 8일 오후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해군 신형고속정(PKX-B Batch-II) 4척의 통합 진수식을 거행하고 있다. /HJ중공업 HJ중공업이 8일 오후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해군 신형고속정(PKX-B Batch-II) 4척의 통합 진수식을 거행하고 있다. /HJ중공업

◆ 군산 인수,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수주 확대와 방산 진출에 이어 터진 세 번째 소식은 업계의 시선을 한꺼번에 끌어당겼다. HJ중공업 최대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지난 3월 13일 HD현대중공업과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배경은 분명하다. 영도조선소는 도크 길이가 300m에 불과해 대형 선박 건조에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반면 군산조선소는 180만㎡ 부지에 길이 700m 도크, 1.4㎞ 안벽, 165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갖춘 시설로 영도조선소 부지 면적의 7배에 달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2만TEU 이상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대형 선박 수주가 가능해진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HJ중공업과 군산조선소를 함께 운영하며 세계적인 조선전문그룹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HJ중공업은 동남권, 군산조선소는 서남권을 중심으로 각각의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최종 계약은 실사를 거쳐 하반기 중 확정될 예정이다.

지역경제 파급도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HJ중공업은 부산 지역에서 약 2500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를 창출하며 르노코리아와 함께 지역 고용을 떠받치는 양대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해군 MRO 사업도 영도조선소를 중심으로 지역 협력업체와 함께 수행한다. 영도 한 곳의 수주가 인근 기자재·도장·의장 협력사 전반으로 번지는 구조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지난달 27일 1만 100TEU급 컨테이너선 추가 수주를 발표하며 “수익성 위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는 한편 고품질 선박을 납기 안에 인도해 선주의 신뢰를 쌓고 시장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1937년 영도에서 첫 배를 띄운 조선소가 2026년 미 해군 군함을 수리하고 1만 100TEU급 컨테이너선을 연속 건조하며 군산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부산이 키운 향토기업이 스스로의 한계를 기술로 깨며 다음 챕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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