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전쟁 배상금 지급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등의 내용을 담은 14개항의 수정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했으나 '이란 핵포기'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달 11일(이하 현지시간) 양측이 처음으로 대면 협상을 진행한 후 이란의 핵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놓고 3주가 넘는 시간 동안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일격을 가한 후 일방적인 승리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전쟁 배상금·호르무즈 통제' 등 14개항 종전안 제시
이란 반관영 이란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앞서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에 대한 답변 성격으로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14개항의 수정 협상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제안서에 담긴 이란의 요구 사항은 ▲전쟁 피해 배상금 지급 ▲미군 철수 ▲군사적 침략 재발 방지 보장 ▲해외 동결 자산 등 대이란 제재 해제 ▲이란 해상봉쇄 해제 ▲레바논 등 모든 전선의 종전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관리 체계 구축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관리 체계 구축'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1일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지침에 기초해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규정하는 새로운 방정식과 규칙들이 수립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즈타바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메시지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위한 새로운 법적 체계를 시행해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수정 협상안은 '휴전 연장'이 아닌 '모든 전선의 완전한 종점'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2개월 휴전'을 제안했으나 이란은 30일 안에 모든 쟁점을 마무리하고 전쟁을 끝내자는 입장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은 미국에 이란 선박 봉쇄를 먼저 해제할 것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을 먼저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영구적인 휴전 이후 후속 협상 단계 전까지는 핵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수용 가능성 낮아…승리 선언 위한 '최후의 일격' 저울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수정 협상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란이 방금 우리에게 보낸 계획안을 곧 검토할 예정이지만 이란이 지난 47년간 인류와 세계에 저지른 일에 대해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수용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을 타협이 불가능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전쟁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것도 패전국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핵심 요구 사안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협상안에 이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1일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파키스탄에서 대면 협상을 가졌다.
'노딜'로 끝난 1차 협상 후 조만간 2차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란의 핵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놓고 양측의 힘겨루기는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에서 교착 상태를 타개하거나 혹은 종전에 앞서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새로운 군사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 N12 방송에 따르면 미군의 중동 지역 작전계획을 총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CENTCOM)의 브래드 쿠퍼 사령관과 댄 케인 미군 합참의장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작전 계획을 브리핑했다.
45분간 이어진 브리핑에는 이란 주요 인프라에 대한 단기적이면서도 강력한 공습 계획과 지상군을 투입해 호르무즈 해협 일부를 장악하는 방안, 이란의 농축 우라늄 재고를 탈취하기 위한 특수부대 작전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N12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기습적인 공습을 감행하기 이틀 전인 지난 2월 2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비슷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이것이 그의 전쟁 개시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즉, 이번 브리핑도 새로운 군사작전의 출발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이란 깊숙한 곳을 타격하기 위해 최신형 미사일의 중동 배치를 검토하고 나섰다는 관측과 맞물려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직접 겨눌 수 있는 장거리극초음속무기(LRHW) '다크 이글'의 중동 전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작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이를 출구전략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최후의 일격을 가한 후 일방적인 승리 선언을 하며 전쟁을 끝내려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게 될 경우 이란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는 작업을 미국 정보기관들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올해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신속한 긴장 완화를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美 "이란에 호르무즈 통행료 내거나 안전보장 요청하면 제재"
한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란과 거래하는 해운사들을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일 공지문을 통해 "안전 통항을 위해 이란 정권에 자금을 지불하거나 안전보장을 요청하면 제재당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하려고 주의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OFAC는 현금뿐만 아니라 디지털 자산, 비공식 스와프, 현물 지급 등 다양한 거래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각국이 자국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통해 결제하거나 적신월사 등에 대한 자선 기부금 형태로 우회 지급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의 개인과 법인도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OFAC는 "비미국 개인과 법인이 미국 개인과 법인에 예외적으로 허용된 경우가 아닌 방식으로 이란 정부, 이란혁명수비대와 거래에 참여하면 제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면서 "비미국 개인과 법인에 대한 이 같은 위험에는 참여하는 외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2차 제재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는 미국이 제재 대상인 이란 당국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개인에게 가하는 제재다. 즉, 이란과 거래할 경우 국적과 관계 없이 미국의 제재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OFAC는 "차단당한 이란의 디지털 자산을 교환하는 데 참여한 비미국 개인과 법인 또한 제재받는 이란 금융 부문에서 영업하거나 이를 지원한다는 사유로 제재당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면서 "더 나아가 이러한 지급 행위 때문에 보험사, 재보험사, 금융기관 등 미국 개인이나 법인이 제재를 위반할 경우 (그에 연루된) 비미국 개인과 법인은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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