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 67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며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활용으로 고착화된 코스닥 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닥의 구조적 부진, 30년째 제자리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60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코스피 지수의 고점 신기록 행진에 기인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6750선까지 치솟으며 7000선을 목전에 뒀다. 코스닥 지수도 25년 만에 처음으로 1200선을 돌파했지만 코스피 지수 상승률에 비하면 제자리 수준이다.
지난 2024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2배 이상 오를 동안 코스닥의 만성적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은 최근 “코스닥이 1996년 출범 이래 현재까지 30년간 사실상 지수가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닷컴버블 직전인 지난 2000년 3월 10일 코스닥은 2925.5까지 치솟았으나, 버블 붕괴 이후 아직도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 1200선을 넘어선 것은 2000년 8월 4일 이후 25년 8개월 만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는 지난 1월 22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디지털자산을 활용해 코스닥 3000을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STO(토큰증권) 발행 허용,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의 만성적 저평가가 수급과 유동성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디지털자산 생태계와 전통 자본시장 간 자금 연결 통로가 생기고 유망 기술 스타트업이 STO를 통해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을 갖게 된다는 구상이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며 헥토파이낸셜·NHN KCP·다날 등 전자결제 관련주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NHN KCP는 국내 PG 시장 1위 기업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다수 출원했고, 다날은 국내 결제 기업 최초로 미국 서클의 공식 파트너사(CAP)로 합류해 USDC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넥써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KRWx’를 출원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미뤄지며 급등분을 일부 반납했다. 한 스테이블코인 업계 관계자는 “법제화가 되지 않아 실질적인 사업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입법 공백이 최대 리스크…한은-금융위 갈등 여전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법안들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에 계류 중이며, 핵심 쟁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갈등은 발행 주체를 둘러싼 한국은행(이하 한은)과 금융당국의 입장 충돌이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서 은행이 지분이 51% 이상이어야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블록체인·핀테크 업계와 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요건이 핀테크·블록체인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아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본금 요건을 둘러싼 이견도 크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 수는 1113만개에 달하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에 이른다. 원화예치금은 8조1000억원 수준이다. 이용자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체계적인 공시·유통 규율 없이 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흐름은 이미 훨씬 앞서 있다. 미국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서명하며 세계 최초의 연방 차원 스테이블코인 법을 발효시켰다. 최근 홍콩 역시 뒤를 따랐다. 홍콩금융관리청(HKMA)은 지난달 10일 36개 신청 기관 중 HSBC와 앵커포인트 파이낸셜(스탠다드차타드·애니모카브랜즈·홍콩텔레커뮤니케이션 합작)에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이처럼 미국과 홍콩뿐만 아니라 유럽 등 주요국이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구축하는 사이, 한국은 여전히 제도 설계 단계에서 멈춰 있다.
서강대 AI·디지털자산 최고위과정 박혜진 주임교수는 “다양한 주요국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합법 자산으로서 풀어내는 가운데 한국은 정체된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절박한 수요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짚었다.
규제 공백이 길어질수록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시장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규모는 하루 평균 57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분기(4400억원)보다 29.55%(1300억원)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가톨릭대 경제학과 양준모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서 코스피가 오른 게 아니고 일부 종목이 전체 주가를 끌어올린 것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을 통해 코스닥시장 또한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3000포인트 이상으로 꾸준히 키우려면 기업에 대한 신뢰도나 수익성에 대한 개선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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