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웹툰 PD들은 어떤 웹툰을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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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웹툰 PD들은 어떤 웹툰을 좋아할까?

엘르 2026-05-03 08:10:18 신고

하유림 PD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제작팀에서 BL과 로맨스 장르를 아우른다. 대표작은 〈불청객과 춤을〉 〈입 맞추는 사이〉 〈연습생〉 등이 있다.

하유림 PD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제작팀에서 BL과 로맨스 장르를 아우른다. 대표작은 〈불청객과 춤을〉 〈입 맞추는 사이〉 〈연습생〉 등이 있다.

〈월간 남친〉에서 웹툰 작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웹툰 제작 PD 서미래를 보며, 실제 제작 PD의 일이 작품에 얼마나 현실적으로 반영된 건지 궁금했다

하유림웹툰이라는 IP에 있어서 ‘A부터 Z까지’ 모두 관리하는 역할이다. 작가 님이 작품을 만든다면, 제작 PD는 작품 기획부터 작가 섭외, 연재, 나아가서는 2차 산업 전반을 다룬다.


웹툰제작팀 PD인 두 사람의 웹툰 취향은 어떤가

하유림현재 제작하는 장르는 로맨스와 BL이지만 PD는 취향이 없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장르를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장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작가 님과 깊이 대화할 수 있다. 김태완 마찬가지로 취향이 뾰족한 편은 아니다. 다만 여러 감정이 뒤섞여 오래 침묵하게 돼서, 누군가에게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을 좋아한다. 웹툰은 시장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 취향과 PD로서의 취향은 조금 다른 편.


시놉시스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가치는

김태완 먼저 작품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본다. 그 가능성이 너무 새롭거나 독창적이어서도 안 되고, 너무 클리셰여도 안 된다. 기본적인 클리셰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 끗 다른 포인트가 있는 작품이 만들기도 재미있고 결과도 좋은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남자 상사와 여자 부하라는 관계성이 많았는데, 지금은 같은 클리셰라도 성별만 반전해 여자 상사와 남자 부하로 바꾸면 분위기와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식의 신선함이 필요하다.


한때 잘 통하던 문법이 어느샌가 잘 통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불안감도 있겠다

하유림 분명히 있다. 예전에는 서사와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작품을 독자들이 좋아했다. 지금은 소위 ‘고구마 구간’을 견디는 힘이 많이 줄어들었다. 감정을 천천히 쌓는 과정에서 지루함을 느껴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1회 초반, 정말 몇 번의 스크롤에 캐릭터의 매력과 관계성을 보여줘야 하는 문법이 강해졌다. 특히 로맨스 장르는 더더욱.


올해 공개되는 드라마 〈내일도 출근!〉을 비롯해 〈취사병 전설이 되다〉 〈재혼 황후〉 〈현혹〉 등 대부분이 웹툰 원작이다. 요즘은 IP가 드라마,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되는 게 당연한 풍경인데, 기획 단계에서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나

하유림 그렇다. 주로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는데, 작가 님이 기획안을 주면 ‘이건 영상화가 될 수 있겠다’고 직감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실사화 가능성이 있으니 서사를 좀 더 풍부하게 쌓기 위해 작가 님과 논의한다.


김태완 PD가 제작한 〈내일의 으뜸: 선재 업고 튀어〉도 영상화로 흥행했다

김태완 그 작품이 영상화됐을 때 딱 세 번 즐거웠다. 첫 번째는 캐스팅 단계에서 내가 떠올린 이미지와 잘 맞는 배우가 캐스팅돼 기뻤고, 두 번째는 매체가 달라서 생기는 각색의 재미였다. 웹툰에서는 여주가 비장애인인 반면 드라마에서 장애를 지닌 인물로 설정됐는데, 충분히 개연성이 있더라. 세 번째는 매출. 그때는 작가 님과 만세를 불렀다(웃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BL 웹툰 〈비밀 사이〉도 마찬가지로 영상화됐다

하유림 〈비밀 사이〉를 독자로서 정말 좋아했다. 드라마로도 잘되면서 우리나라 BL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웹툰 쪽에서는 이미 많이 발전했다지만 드라마 시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반갑고 감사한 일이었다.


이처럼 다채로운 웹툰 시장의 한가운데 있는 현업자로서, 이 시장의 현주소를 대변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김태완 우리 플랫폼에서 독자들이 최근 선호하는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무해한 아기’, 다른 하나는 ‘도파민’. 일상에 지친 독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귀엽고 ‘뽀짝’한 걸 보고 싶어 하고, 반대로 강한 자극과 도파민을 찾는 독자들도 있다. 막장 드라마를 보듯 이야기를 소비하는 방식도 있고. 예전에는 일상물이나 소소한 이야기를 찾는 독자도 많았는데, 지금은 욕망이 양극화되는 느낌이다.



김태완 PD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제작팀 PD. 지금까지 〈내일의 으뜸: 선재 업고 튀어〉 〈빈껍데기 공작부인〉 〈암흑명가 천재 망나니가 되었다〉 〈힘을 숨기고 즐기는 평화로운 하녀 생활〉 등을 제작했다.

김태완 PD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제작팀 PD. 지금까지 〈내일의 으뜸: 선재 업고 튀어〉 〈빈껍데기 공작부인〉 〈암흑명가 천재 망나니가 되었다〉 〈힘을 숨기고 즐기는 평화로운 하녀 생활〉 등을 제작했다.

SNS를 켜면 몇 초 안에 강한 도파민을 자극하는 숏폼들이 쏟아지니까 웹툰에서는 완전히 무해하거나 아예 자극적인 걸 추구하나 보다

하유림 지인에게 “10분의 여유가 생겼을 때 릴스를 볼래, 웹툰을 볼래?”라고 물으면 예전보다 웹툰을 고르는 사람이 줄어든 것 같다. 워낙 플랫폼과 영상처럼 웹툰 외에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하니까. 그래서 왜 웹툰을 봐야 하는지, 왜 계속 보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PD는 작가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는 첫 번째 독자이기도 하다. 연재 전 단계에서 성공을 감지하는 경우도 있나

하유림 많다. 워낙 많은 작품과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기획안이나 원고를 볼 때 ‘이건 된다’는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다. 김태완 비슷하다. 흥행은 결국 하늘의 영역이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무엇보다 내가 재밌다고 느끼면 남도 재미있어 할 거라는 믿음이 없으면 이 일을 하기 어렵다. 물론 불안할 때도 있다. 너무 재밌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잘될지 궁금해서 점을 보러 간 적도 있다.


내 직감이 틀릴 때는

하유림 물론 있다. 확신했던 작품인데, 특정 독자 층에게는 강하게 사랑받았지만 더 넓은 독자층으로 확장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 플랫폼은 매일 밤 10시에 작품이 업데이트되는데, 이 일을 오래 했는데도 9시 59분 59초가 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신작 공개 전에는 더 심하다.


작가와 함께 마감하는 기분이겠다. 작가에게 직접 피드백을 줄 때도 있나

김태완이미 연재가 올라간 뒤, 수정 요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왜 캐릭터가 신발을 신고 침대에 누워 있죠?” 같은 CS가 들어오면 그런 경우는 수정한다. 실제로 그런 문의가 꽤 많다(웃음).


작가와 의견을 조율하고 협상할 때 나만의 필승 전략은

하유림 결국 작품은 작가 님의 것이고 우리는 작가 님이 혼란스러울 때 독자의 시선에서 선택지를 제시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주간 연재라는 외로운 바다를 항해하는 작가 님들을 위한 등대랄까? 협상할 때 필요한 건 커피와 케이크, 대화다. 김태완 마찬가지로 커피와 케이크는 필수다. 우리는 작가 님의 동반자에 가깝다.


작가와 함께 매주 마감하며 가장 아찔했던 순간과 보람 있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하유림 아찔했던 순간은 무료로 서비스돼야 하는 후기 회차가 실수로 유료로 풀렸는데, 그걸 나보다 작가님이 먼저 발견했을 때다. 출판 편집부터 시작한 사람이라 그런지,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표지 바 코드가 잘못 찍혀 나오는 악몽을 꾸곤 한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작가 님이 “PD 님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서 너무 기쁘다” “오래오래 같이 일해달라”고 말할 때 나도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김태완나도 비슷하다. 작가 님들이 “퇴사하지 마세요”라고 할 때 뿌듯하고, 내 의견이 반영돼서 원고가 더 좋아졌을 때 만족감이 크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인턴 시절, 예약 업로드를 걸어 놔야 했는데 깜빡 잠들어서 제시간에 원고가 올라가지 않았을 때. 30분 만에 수습했지만 크게 혼났다.


나를 이 길로 이끈 첫 번째 ‘최애’ 만화가 궁금하다

하유림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내 돈으로 산 단행본이 〈언플러그드 보이〉와 〈나나〉다. 그 작품을 보는 순간 완전히 빠져들었고, 그때부터 ‘나는 평생 만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느꼈다. 김태완 아직까지 ‘이런 작품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스피린〉이다. 연재가 중단돼서 비운의 명작처럼 남았지만, 설정도 독특하고 코미디도 좋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런, 약간 정신 나간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웃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애정을 쏟은 작품에 여운을 느끼는 것처럼,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 살아남는 감정은 무엇일까

하유림 설렘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통한다. 눈빛이 교차하고 손끝이 스치는 순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핵심이지만. 지난해에 20년 전에 연재됐던 작품의 리부트를 담당한 적 있는데, 디지털 이전 시대의 수작업 원고를 보면서도 대사에 여전히 설레더라. 그걸 보며 이런 감성은 20년 전에도, 지금도 똑같이 통하는구나 싶었다. 김태완 사랑. 연인간의 사랑도 있고, 친구 사이의 사랑도 있고, 동물에 대한 사랑도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사랑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근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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