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스트레스 줘가며 살려야 하나' 논쟁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북부 얕은 바다에 갇혀 있던 혹등고래 '티미'가 한 달 넘는 구조작업 끝에 2일(현지시간) 북해에 방사됐다.
NDR방송 등에 따르면 구조작업팀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티미가 덴마크와 노르웨이 사이 스카게라크 해협에서 바지선을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티미는 지난 3월 23일 발트해 연안인 독일 북부 티멘도르프 해안 모래벌판에서 좌초한 채 발견됐다. 발트해는 원래 혹등고래 서식지가 아닌 데다 해안 수심이 얕으면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몸길이가 12.35m에 달하는 티미는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구조당국은 준설선과 굴착기를 투입해 넓은 바다 쪽으로 물길을 만들어줬다. 그러나 고래는 얕은 바다를 맴돌다가 좌초하기를 반복했다. 당국은 결국 지난달 28일 포엘섬 앞바다에서 바지선에 물을 채워 고래를 실은 뒤 원래 서식지인 북대서양에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스카게라크 해협은 북대서양쪽 넓은 바다인 북해와 발트해가 나뉘는 해역이다.
당국은 전날 오후 바지선의 그물망을 제거해 고래가 스스로 헤엄치길 기다렸다. 티미의 몸에는 위치추적장치가 달렸으나 이날 오후까지 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고래가 넓은 바다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바지선 근처에서 고래 한 마리가 숨을 쉬기 위해 물기둥을 내뿜는 모습이 드론 영상에 포착됐지만 이 고래가 티미인지 아닌지는 즉시 확인되지 않았다.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환경장관 틸 바크하우스는 티미가 바지선에 실릴 당시 작별 인사로 꼬리를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티미가 원래 서식지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서식지와 반대 방향에서 얕은 해안을 맴돈 전력에 비춰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구조작업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티미는 발견 당시부터 어선에서 나온 걸로 보이는 밧줄이 입 안에 걸려 있었고 호흡이 불규칙했다. 발트해의 낮은 염분 농도 탓에 피부가 나빠졌고 갈매기들이 내려앉아 등을 쪼아대기도 했다. 구조작업에서 발생한 소음이 건강을 더 해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린피스의 틸로 마크는 티미가 유럽에서 선박 통행이 가장 많은 바다에 방사됐다며 "고래를 도우려는 마음에는 공감하지만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래연구자 파비안 리터는 "고래는 소리의 세계에서 살아가며 소리에 극도로 민감하다"고 했다.
처음 발견된 해안 지명을 따 티미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벌인 한 달여간 소동은 동물보호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환경당국은 티미를 되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구조 포기를 선언했다가 여론에 떠밀려 민간이 주도한 구조작업을 승인했다. 그러나 떠들썩한 구조작업과 휴가까지 내가며 바닷가에서 티미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수의학계 일각에서는 고래의 생명을 해치는 구조작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덴마크 환경부는 해양 포유류의 좌초는 자연적 현상이고 인간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티미가 다시 좌초하더라도 구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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