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물론 공산품과 서비스 전반으로 물가 상승 여파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10원을 넘어섰다. 이는 중동 사태 이전인 지난 2월 말 1693원보다 18% 이상 오른 수준이다. 자동차용 경유 역시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며 전쟁 이전 대비 약 25%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전쟁 이전 배럴당 65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두 달 만에 60% 이상 급등해, 현재는 서부텍사스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협상 교착 장기화로 공급 불안이 심화되며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4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동안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로 공급 충격이 일부 완화됐지만, 재고 감소가 본격화되면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이 격화될 경우 ‘오일 쇼크’ 수준의 충격도 배제할 수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17달러까지 오르고, 최악의 경우 17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최고가격제가 유가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는 정유사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약 4조2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으며, 현재까지 손실 규모는 2조~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정책 선택의 딜레마다. 최고가격제를 유지할 경우 시장 왜곡과 수요 증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이를 중단하면 가격이 급등해 물가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헝가리와 파키스탄은 유사한 정책 시행 이후 가격 급등과 수급 불균형을 겪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단순히 에너지 가격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기업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공산품, 농축수산물, 서비스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은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2% 초반에서 올해 4%대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중동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5월 이후 원유 재고 감소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국내 경제는 고유가와 고물가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인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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