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종합소득세 신고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청첩장과 부고장이 거래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자들이 경조사비를 비용 처리하기 위한 ‘증빙’ 확보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가 탈세 시도뿐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경로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허술한 온라인 개인정보 수집 관행까지 겹치며, ‘증빙 경제’가 새로운 보안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모바일 청첩장과 부고장 캡처본을 사고파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해당 공간은 결혼식이나 장례식 참석을 위한 정보 공유가 아니라, 사업자들이 세무 신고 시 활용할 ‘경조사비 증빙’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자료를 무료로 공유하기도 하지만,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수백원에서 1000원 안팎에 판매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십 장에서 수백 장까지 묶음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증빙 거래’는 세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할 소지가 크다. 경조사비는 사업과 직접 관련된 거래처나 고객에게 지급한 경우에만 업무추진비로 인정되는데,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자료는 이 같은 ‘사업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세무당국 역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비용 처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개인정보다. 청첩장과 부고장에는 이름, 연락처, 계좌번호, 가족관계 등 민감 정보가 포함돼 있다. 이를 불특정 다수가 접근 가능한 공간에서 공유하거나 거래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가능성은 물론,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전문가들은 당사자 동의 없이 자료를 유통하는 행위는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위험은 특정 온라인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방식 역시 유사한 취약 구조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약 78%가 네이버 폼, 구글 폼 등 보안이 검증되지 않은 외부 설문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개인 계정을 통해 설문을 운영하는 등 관리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보호자 연락처 등 민감 정보가 외부 플랫폼으로 수집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데이터 유출을 넘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인정보는 다크웹에서 건당 수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름·연락처·주소 등 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개인의 생활 정보 전반이 노출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데이터가 메신저, 이메일, 클라우드 등 다양한 경로에 분산돼 있어 관리 주체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청첩장 거래와 공공기관 설문 문제는 서로 다른 사례처럼 보이지만, ‘개인정보를 증빙이나 데이터로 소비하는 구조’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문서와 형식만 충족하면 된다는 인식 속에서 실제 데이터 관리와 보호는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과 민간 모두 개인정보 수집·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문서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의 관리에서 벗어나, 실제 데이터 흐름과 사용 이력을 기준으로 한 운영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고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