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프라·의료진 부족…의료계 "구조적 문제도 개선해야"
(청주=연합뉴스) 박건영 기자 = 청주의 한 산모가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열악한 응급 분만 의료 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3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29주 차 산모 A(30대)씨 태아의 심박수가 떨어진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산부인과는 충남·대전·세종 지역 상급종합병원 6곳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소방당국에 의해 약 3시간 30분 만에 헬기를 타고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도착한 A씨는 출산했지만, 신생아는 끝내 숨졌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임신 28주 차 미국 국적의 산모 B씨가 지역 대형 병원 7곳으로부터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 불가 답변을 받고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는 4시간 만에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쌍둥이를 출산했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 직후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뇌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4년 8월 충북 음성에서는 분만 진통을 느낀 산모가 천안과 청주지역 병원 4곳으로부터 수용 불가 회신을 받고 병원을 찾아 헤매던 중 구급차에서 급박하게 출산하는 일이 있었다.
지역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산모가 제때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위험 산모나 중증 신생아를 진료할 수 있는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8곳의 지역 내 고위험 산모 치료실 이용률이 전국 평균인 80.13%보다 낮았다.
세종이 44.35%로 가장 낮았고, 경북 62.04%, 전남 66.28%, 충북 75%, 충남 76.88%, 인천 77.13%, 경남 77.28%, 강원 77.86% 등 순이다.
이 지역의 고위험군 산모들이 거주지 내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이송됐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의미다.
관내 신생아 중환자 치료실(NICU) 이용률 역시 경북 8.06%, 충북 44.52%, 전남 48.49% 등 10개 시도가 전국 평균 69.89%보다 낮았다.
의료진 부족도 심각하다.
2024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경북 7.6명, 세종 8.7명, 충북·충남·경남 8.8명 등으로, 서울 등 5곳을 제외하고 모두 평균(11명)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단순한 인프라 부족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진료의 구조적인 문제가 함께 빚어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모와 신생아의 경우 진료와 수술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응급상황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 의료진에 대한 형사책임은 강화되고 있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경우 의료 시설이 열악하다보니 고위험군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양승덕 충북의사회장은 "산부인과는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과 이에 따른 형사처벌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반면 분만 수가는 턱없이 낮아 의사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지역의 경우 시설이 열악하고 출산율도 비교적 낮기 때문에 더욱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 전반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의료진의 위험 요인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필수의료 체계 전반의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