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7억, 우리는 600만원”···SK하이닉스 하청, 원청에 ‘직접교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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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7억, 우리는 600만원”···SK하이닉스 하청, 원청에 ‘직접교섭 선언’

이뉴스투데이 2026-05-02 15:34: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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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반도체 초호황이 촉발한 성과급 논쟁이 단순 임금 갈등을 넘어 노동시장 구조 문제로 번지고 있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수억원 vs 수백만원’으로 벌어진 보상 격차가 산업 전반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공식 요구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교섭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같은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도 성과 보상에서 극단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며 “생존권 보장을 위한 직접 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격차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임직원에게 수억원대 성과급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 405%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70%를 웃돌며 글로벌 제조업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성과 배분 구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영업이익이 250조원 수준에 이를 경우 PS 재원만 약 2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를 임직원 약 3만5000명으로 나눌 경우 1인당 평균 7억원 수준의 성과급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도 수십 배에 달하는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찬란한 성과를 함께 만들었지만 여전히 소모품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성과급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서, 단순한 임금 차이를 넘어 ‘누가 성과를 만들었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논쟁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원청 중심으로 설계된 성과 배분 구조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이런 갈등은 특정 기업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상한선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순이익의 30%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G유플러스 등에서도 성과급 확대 요구가 이어지며 이른바 ‘성과급 전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적 호황기에 성과 배분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용역 노동자 간 보상 격차가 고착화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 관련 입법 논의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근로자 추정제’ 도입 시 사용자 측 입증 부담이 커지고, 용역업체 변경 시 기존 인력 고용을 의무화하는 ‘고용승계’ 논의 역시 기업 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사 갈등 비용과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의 고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인건비와 법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신규 채용 대신 자동화나 인공지능(AI) 도입으로 대응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성과급 논쟁은 ‘얼마를 나눌 것인가’를 넘어 ‘누가 나눔의 대상인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갈등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성과 배분 구조 자체에 대한 재설계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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