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만 도시 격전···판세는 오리무중
같은 의제, 다른 무기의 진검승부
공약 쏟아내는 두 후보, 시민 민심은
D-32, 표심은 아직 갈피 못 잡아
더불어민주당 정영두·국민의힘 홍태용 김해시장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포인트경제] 국민의힘 홍태용 김해시장이 4년 전 “힘 있는 여당 시장”을 내세워 보수 후보로 시장 자리를 탈환했지만,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정영두 후보가 똑같은 논리를 들고 맞서면서 여당만 바뀐 선거가 됐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3%, 국민의힘 19%로 두 배 넘게 벌어졌지만 후보 지지도는 21% 동률, 인구 53만 경남 제2도시 김해시장 자리를 둔 6.3 승부가 초박빙으로 치닫고 있다.
◆ 변하는 김해, 달라지는 표심 지형
김해는 한때 부산·창원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으로 꾸준히 성장하던 도시였다. 그러나 구조가 바뀌었다. 10년 전 대비 청년인구(20~39세)는 약 2만 4000여명 줄었고 유소년인구도 2만 3000여명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인구는 같은 기간 75% 늘어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하며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495명에서 2023년 0.838명으로 8년 만에 43% 급감했다. 성장 도시의 외피는 유지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저출생·청년 유출·고령화라는 삼중 압박이 진행 중이다.
정치 지형도 함께 변했다. 김해는 갑·을 국회의원 선거구 모두 민주당이 오랫동안 독점해온 ‘친노의 성지’다. 그런데 2022년 지방선거에서 홍태용 시장이 12년 만에 보수 후보로 시장 자리를 탈환하면서 묘한 이중 구도가 만들어졌다. 국회는 민주당, 시장은 국민의힘. 이 긴장이 이번 선거의 출발점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여야가 다시 뒤집혔고, 김해는 ‘어느 쪽으로 기울까’가 주목받는 경합지로 다시 떠올랐다.
◆ 홍태용, ‘성과의 현직’이 안은 역설
홍태용 시장은 4월 8일 출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5·21·29일 연속 공약을 발표하며 재선 레이스에 속도를 냈다. 임기 성과로는 지방도시 경쟁력 전국 10위·경남 1위, 청렴도 1등급, 공약 이행평가 3년 연속 최고 등급(SA), 가야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를 내세웠다.
대표 공약은 화목동 일원 약 900만평, 여의도 10배 규모의 ‘김해 국제비즈니스 도시’ 조성이다. 글로벌 MICE·복합물류허브·물류 AI·로봇 클러스터·김해과학기술원·자족형 복합도시를 묶어 ‘인구 100만 도시’를 목표로 내걸었다. 부산신항·진해신항·가덕도신공항 트라이포트와의 연계로 싱가포르·두바이와 경쟁하는 세계 도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박완수 경남지사와의 공동 발표로 광역 공조 구도도 연출했다. 이 밖에 경제·일자리 7대 공약과 교통·도시·주거 분야 7대 공약을 잇달아 내놨으며 장유역 일대 AI혁신도시 조성, DRT·광역급행버스 도입, 가야센트럴파크 조성 등이 포함됐다. 홍 후보는 오는 6일 추가 공약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홍 시장이 안은 구조적 역설은 분명하다. 2022년 “집권 여당의 힘으로 중앙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논리로 당선됐지만 지금은 야당 시장이다. 경전철 누적 적자, 비음산 터널, 동북아 물류 플랫폼 등 핵심 숙원이 여전히 ‘추진 중’에 머물러 있다. 900만평 국제비즈니스 도시가 실현 가능한 구체 계획인지, 선거용 비전인지를 가리는 것이 유권자의 과제로 남아 있다.
◆ 정영두, ‘네트워크 자산’의 이면
정영두 후보는 이력 자체가 전략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휴롬 대표이사 사장, 경남은행 이사회 의장, BNK 경제연구원장을 거쳤다. 스스로를 “이재명 대통령, 당 지도부, 지역 국회의원과 팀을 짜 숙원 사업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내세운다.
4월 22일 공약 발표에서는 교통 문제 해결을 3단계 로드맵으로 구체화했다. 교통공단 설립(단기), 비음산 터널 조기 착공·진례~밀양 고속도로 연계(중기), 동남권 순환광역철도 구축(장기) 순이다. 만년 적자 경전철 문제에 대해선 “밥을 굶고 단식투쟁을 해서라도 중앙정부를 설득하겠다”고 공언했다. 28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방문 성과를 연계해 동북아물류플랫폼 내 인도공과대학(IIT) 코리아캠퍼스 유치, 인도 AI·IT 기업 집적 ‘인디아타운’ 조성, 수로왕릉·허황후릉 일대 인도 관광특구 지정을 제시했다. 가야와 인도를 잇는 역사적 연결고리를 경제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상징성과 현실성 사이 어디쯤에 있는 공약이다.
정 후보의 약점도 선명하다. 지역 선출직 경험이 없다. “중앙 네트워크로 중앙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논리는 4년 전 홍 시장이 썼던 바로 그 언어와 판박이다. 경전철 적자는 경남도·부산시·코레일·국토부가 얽힌 다자 협상 사안으로 시장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두 후보 모두 이 문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답일지도 모른다.
◆ 당 지지율·후보 지지도 사이 간극
여론조사 흐름이 이 선거의 구조적 긴장을 압축한다.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홍태용 37.4%, 정영두 33.8%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던 판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4월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두 후보가 나란히 21%로 동률을 기록하며 더욱 팽팽해졌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문항에서도 정영두 25%, 홍태용 24%로 사실상 동률이었다. 반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3%, 국민의힘 19%로 현격한 차이가 났다.
이 괴리가 이 선거의 핵심이다. 이재명 정부 허니문 효과가 정당 지지율에는 강하게 반영됐지만 후보 지지도로는 그대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KBS 조사에서 정 후보 지지 이유는 ‘현 정부 국정운영 뒷받침’과 ‘소속 정당’ 순이었고, 홍 후보 지지 이유는 ‘경력과 능력’ ‘정책과 가치관’ 순이었다. 전자는 바람, 후자는 인물이다. 응답자의 89%가 투표하겠다고 답한 만큼 부동층 향방이 결정적 변수로 꼽힌다.
◆ 판세 전망···김해가 답해야 할 질문
두 후보가 경쟁하듯 내놓은 공약의 키워드는 놀라울 정도로 겹친다. 경전철, 물류, 교통. 그런데 시민들은 병원부터 지어달라고 했다. 차기 시장의 최우선 과제로 공공의료원 등 의료인프라 구축을 가장 많이 꼽았고, 복지 서비스 확충과 광역교통망 구축이 뒤를 이었으며 가덕도신공항·진해신항 배후단지 조성은 오히려 후순위였다.
6.3 지방선거의 전국 프레임은 ‘이재명 정부 허니문’이다. 이 물결이 김해에도 덮친다면 여당 프리미엄을 업은 정 후보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김해 유권자는 단순한 정당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이력이 있다. 국회의원은 민주당, 시장은 국민의힘을 선택했던 2022년의 분할 투표가 그 증거다. 누가 이기든, 병원을 지어달라는 시민의 요구는 당선 첫날부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중 KBS창원총국 의뢰·한국리서치 조사는 경남 김해시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4월 16~17일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RDD 전화면접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 23.8%, 표본오차 ±4.4%p(95% 신뢰수준)이다. 프레시안 의뢰·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는 경남 김해시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2일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 5.2%, 표본오차 ±4.4%p(95% 신뢰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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