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과 사랑의 스트라이크, 야구만화 ‘H2’가 남긴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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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사랑의 스트라이크, 야구만화 ‘H2’가 남긴 잔상

이데일리 2026-05-02 12:57: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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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어떤 작품은 시대가 변해도 그 색이 바래지 않는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H2’가 그렇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의 ‘소년 선데이’에 연재됐던 이 작품은 단순히 스포츠 만화라는 틀에 가두기에는 너무나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국내에서도 해적판으로 시작해 1999년 정식 발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청춘의 가슴을 뛰게 했다.

이미지=만화 'h2'


이미지=만화 'h2'


‘H2’는 일본 고교야구라는 승부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히로는 중학교 시절 최고의 투수였다. 하지만 돌팔이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야구 선수의 꿈을 접는다. 결국 야구부가 없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다시 마운드로 불러 세운다. 이미 야구 명문고에서 슈퍼스타로 이름을 알린 친구이자 라이벌, 히데오와 대결은 이 작품을 지탱하는 가장 큰 줄기다.

흥미로운 점은 두 천재의 이름이다. 히로는 영어의 ‘Hero’, 히데오는 한자의 ‘영웅(英雄)’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두 영웅의 맞대결이라는 뜨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80년대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공포의 외인구단’이 “난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외치며 감정을 폭발시켰다면 ‘H2’의 주인공들은 오히려 고요하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조용히 흘러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독자들의 마음속에 더 큰 파동을 일으킨다. ‘분명 큰 사건이 없었는데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할까’라는 미묘한 마음이 ‘H2’가 가진 고유한 정서다.

이 만화의 진정한 묘미는 히로, 히데오, 그리고 두 소녀 히카리와 하루카가 엮어가는 섬세한 감정의 그물망에 있다. 중학교 시절, 히로는 자신의 소중한 단짝 친구였던 히카리를 히데오에게 소개해주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자신의 마음조차 몰랐던 히로, 그런 히로를 기다리다 히데오의 곁에 서게 된 히카리.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만난 솔직하고 맑은 소녀 하루카까지.

이들의 관계는 ‘막장’의 길을 걷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눈치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한다. 90년대 특유의 조심스럽고 풋풋한 정서는 여기서 극대화된다. 히카리를 향한 진심을 뒤늦게 알게 된 히로와, 히로의 마음속에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알면서도 그를 묵묵히 지켜보는 하루카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결국 이 엇갈린 진심은 폭발적인 분노가 아닌, 가장 정정당당한 ‘야구’라는 방식을 통해 결론을 맺는다.

‘H2’는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깊은 영감을 주었다.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명곡 ‘고백’은 아예 이 작품의 관계도를 가사로 옮겨온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라는 가사는 히로를 바라보는 하루카의 절절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희열(토이)의 곡 ‘여름날’ 역시 이 만화의 마지막 페이지, “우리의 열일곱 여름은 이렇게 끝났다”라는 대사에서 시작된 노래다. 뮤직비디오 속 류승범, 현빈, 신민아가 그려낸 묘한 삼각관계는 아다치 미츠루가 그려냈던 여름날의 감성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H2’는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진심을 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박제된 ‘아름다운 여름’의 기록이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야기는 푸르다. 매년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독자를 다시 열일곱 살의 마운드로 데려다 놓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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