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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어떻게 ‘들리는가’. 최태영 음향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한영화 ‘마더’ 흑백판를 통해 그의 영화 세계를 구성하는 사운드의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1일 전북 전주시 CGV전주고사 1관에서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영특한 대화’가 진행돼 최태영 음향감독과 전진수 모더레이터가 참석했다. 이날 상영된 ‘마더’ 흑백판 이후 이어진 이번 프로그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를 사운드 관점에서 조명하는 자리로, 작품 속 음향 연출과 제작 비하인드를 중심으로 관객들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날 상영된 ‘마더’는 기존 컬러 버전이 아닌 흑백판으로, 시각적 요소를 덜어내고 청각적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기획됐다. 최태영 감독은 “색감이 빠진 영화에서는 청각적 감각이 더 살아난다. 사운드를 중심으로 영화를 체험해 보자는 차원에서 흑백판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흑백판은 2019년 개봉 10주년을 계기로 디지털 시네마 포맷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작된 버전이다. 그는 “10주년 기념으로 DCP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흑백 버전을 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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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화에서 최태영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사운드 연출 방식에 대해 “현실적인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 인물의 심리를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할리우드식 시네마틱 사운드와 유럽 영화의 극사실주의적 접근을 결합해 감정을 설계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마더’의 사운드 설계는 작품 해석과 직결되는 요소로 강조됐다. 최 감독은 “이 작품은 모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집착의 이야기”라며 “집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소리와 강한 대비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음악을 최소화하고 정적과 환경음을 활용하는 방식이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그는 “기존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바람 소리 등 자연음만으로 관객이 감정을 해석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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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주요 장면의 사운드 제작 과정도 소개됐다. 사과를 써는 장면에 대해 그는 “원하는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차례 테스트를 반복했다”라고 밝혔으며, 렌치 장면에 대해서는 “타격이 반복될수록 소리의 질감을 변화시켜 감정을 전달하도록 설계했다”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주어진 방향을 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아이디어를 더하려는 과정이 이어진다”라며 “그 과정에서 창작자로서의 긴장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영화 산업에서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최 감독은 “AI는 노이즈 제거 등 작업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라면서도 “미묘한 감정 표현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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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특한 대화’는 영화 상영과 전문가 대화를 결합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상 방식을 제시했다. 시각적 요소를 덜어낸 ‘마더’ 흑백판은 사운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영화를 ‘보는 경험’에서 ‘듣는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편,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4월 29일 개막해 열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 아래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글로벌 54개국 237편(국내 97편, 해외 140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국제·한국경쟁 부문을 비롯해 1960~70년대 뉴욕 아티스트들의 실험적 시도를 조명하는 ‘뉴욕 언더그라운드 특별전’, ‘박세영·우가나 겐이치 미니 특별전’ 등이 마련됐으며, 변영주 감독이 참여하는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와 함께 ‘슈퍼 마리오 갤럭시’ 팝업, 배우들과의 만남 ‘전주X마중’, ‘100 Films 100 Posters’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 송초롱 객원기자 twinkle.news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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