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의 구글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 이후, 국내 지도·플랫폼 업계의 긴장감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이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리뷰’와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면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지도 서비스의 경쟁 축이 단순 위치 정보에서 체류시간과 콘텐츠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지도 서비스 개편을 통해 이용자 참여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리뷰의 강화’다. 네이버는 지난달 초부터 플레이스(장소) 후기 등록 시 텍스트(문자), 키워드 등을 활용한 기존 정성적 후기에 더해 장소 이용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5점 척도 기반의 별점으로 기록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는 후기 문화 개선을 위해 5년 전인 2021년 10월 별점 제도를 종료하고 키워드 중심으로 개편해 운영해 왔다. 지속적으로 악성 후기를 남기거나 악의적으로 최하점(별 1개)을 남겨 평점을 고의로 떨어뜨리는, 이른바 ‘별점 테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별점을 재도입한 것은 관련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빠르게 비교하고자 하는 이용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별점을 비롯해 장소에 관한 각종 정보는 네이버 검색 결과 뿐만 아니라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콘텐츠 결합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화산귀환’과 연계해, 수인분당선 청명역을 거리뷰로 확인하면 웹툰 캐릭터가 실제 공간에 등장하는 형태의 AR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는 지도 서비스를 ‘검색 도구’가 아닌 스토리 기반 경험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 당시에는 현실과 가상을 혼합한 형태의 확장현실(XR) 전광판을 선보인 바 있다. 네이버지도 내 광화문 광장에 가상의 전광판을 세우고 이 전광판에서 콘서트 티저 영상을 띄웠다.
카카오는 카카오맵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 내부를 더 상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실내지도를 업데이트했다. 카카오는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전시 공간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손잡고 실내지도 서비스를 개발했다. 특히 넓은 실내 공간에서 주요 전시물을 쉽게 찾고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카카오맵 앱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검색하면 층별 전시관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각 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유물의 위치와 상세 정보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반가사유상’, ‘백자 달항아리’ 등 대표 소장품을 포함해 총 23개의 주요 유물 정보가 제공되며,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전시를 깊이 있고 관람할 수 있다. 어린이박물관, 도서관,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주요 편의시설 위치도 함께 안내해 관람 동선을 효율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박물관 외부 공간 역시 로드뷰 및 길찾기 데이터를 최신화해 접근성을 높였다. 카카오는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이동 동선 확인 기능을 추가하는 등 실내지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안내 리플릿에 카카오맵 QR코드를 삽입해 방문객들이 실내지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맵 실내지도를 통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국립중앙박물관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전시회,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 공간에 실내지도를 지속 도입해 일상 속 탐색 경험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맵은 최근 ‘친구 위치’ 기능을 고도화해 친구가 사용자 근처에 접근할 경우 자동으로 알림을 제공하는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카카오맵은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톡 친구끼리 실시간 위치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 위치’ 서비스를 개편한 바 있다. 기존 6시간까지 가능했던 위치공유 시간을 무제한으로 늘렸는데 이번 자동알람 기능이 더해지면서 이용자 간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네카오의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구글이 있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축적한 방대한 지도 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사업자다. 그동안 국내 지도 서비스 시장은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 이른바 토종 플랫폼이 주도해왔다. 이들 서비스는 단순 길찾기나 지도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권 정보, 리뷰, 예약, 결제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기능을 결합하며 이용자 기반을 확대해온 상황이다.
그러나 구글이 1대5000 수준의 고정밀지도 반출을 계기로 국내 지도 플랫폼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특히 리뷰·사진·경로 데이터가 결합된 글로벌 생태계는 국내 사업자에게 위협 요소로 꼽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로컬 데이터와 이용자 기반에서 강점을 갖는다.
단순 정보량이 아닌 ‘국내 이용자의 행동 맥락’과 ‘콘텐츠 결합 능력’이 차별화 포인트다. 결국 리뷰, 콘텐츠, AI 추천, 소셜 기능이 결합되면서 지도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진입이 촉발한 이번 경쟁은 단순한 점유율 싸움을 넘어, ‘누가 더 오래 이용자를 붙잡느냐’는 체류시간 경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정확한 지도’를 앞으로 가져올 것이라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재미있는 지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결국 이용자를 오래 머물게 하는 서비스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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