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이 한 인터뷰에서 던진 한마디가 지금도 회자된다. "나는 평생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처음 들으면 쓸쓸하게 들리지만 곱씹으면 달리 들린다. 관계를 억지로 붙잡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사람보다 자기 자신과 더 오래 살아야 한다는 조용한 다짐이다.
배우 유해진이 지난 1월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점에서 열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 뉴스1
나이가 들수록 연락처는 많아도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은 줄어든다는 사실을 실감한 사람이라면 이 말 앞에서 괜히 가슴이 먹먹해진다. 실제로 중년 이후 삶의 만족도를 묻는 조사에서 사람들은 '많은 인맥'보다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더 높게 꼽는다.
8. 친구 수가 삶의 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8. 친구 수가 삶의 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AI 이미지
오래된 친구가 있어야 안정된 삶이라는 생각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박혀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친구가 평생 곁에 남는 경우는 드물다. 각자의 삶이 바뀌고 책임이 늘어나며 살아가는 방향이 달라진다. 친구가 적다는 사실이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관계의 숫자에 집착할수록 진짜 만족은 멀어질 수 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백 년을 살아보니'에서는 사람은 결국 혼자 자기 삶을 책임져야 한다고 적었다. 관계는 위로가 될 수 있지만 삶 자체를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친구의 숫자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내 삶을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다.
7. 사람은 변한다, 그것은 배신이 아니다
7. 사람은 변한다, 그것은 배신이 아니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AI 이미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서운함처럼 들리지만 사람은 원래 변한다. 생각도 생활도 우선순위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예전의 친밀함이 줄어든다고 해서 반드시 배신은 아니다. 변하지 않는 관계만 기대할수록 실망은 더 커지고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점점 좁아진다.
법륜 스님이 쓴 '인생수업'에서는 사람을 붙잡으려 할수록 괴로움이 커진다고 말했다. 흐르는 강물을 손으로 잡을 수 없듯 관계도 그렇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오히려 오래 편안하다.
6. 환경이 바뀌면 관계도 움직인다
6. 환경이 바뀌면 관계도 움직인다.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AI 이미지
학교, 직장, 결혼, 은퇴. 인생의 큰 장면이 바뀔 때마다 관계도 함께 움직인다. 매일 보던 사람이 멀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가까워진다. 환경이 달라졌는데 관계만 예전 그대로 남기를 바라는 건 쉽지 않다. 그것은 미숙함이 아니라 삶이 달라졌다는 증거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쓴 미래의창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삶의 단계가 바뀌면 인간관계의 기준도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더 오래 남는다.
5. 떠나는 인연을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5. 떠나는 인연을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AI 이미지
떠나는 사람을 붙잡느라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붙잡는다고 돌아오는 마음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평온이 들어온다. 관계의 빈자리는 늘 손실만은 아니다. 나를 지치게 하던 관계가 빠져나가면 비로소 숨이 트이는 경우도 있다.
브레네 브라운이 쓴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에서는 모든 끝이 상실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관계의 종료는 내 자존감을 지키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떠난 사람보다 남은 나를 먼저 챙겨야 한다.
4. 관계를 줄이면 삶이 가벼워진다
4. 관계를 줄이면 삶이 가벼워진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AI 이미지
불편한 만남을 억지로 이어가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무겁다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관계를 줄이는 일은 차가운 선택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일 수 있다. 억지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크다.
김창옥 교수가 쓴 '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에서는 사람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먼저 정리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했다. 억지 미소를 줄이면 생각보다 삶은 훨씬 가벼워진다.
3. 그때의 인연은 그때만 의미가 있었다
3. 그때의 인연은 그때만 의미가 있었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AI 이미지
모든 관계가 평생 이어져야 의미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그 시절의 위로였고 어떤 사람은 그 순간의 배움이었다. 지나간 인연을 실패처럼 바라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때 필요한 사람으로 충분했던 경우도 많다. 지나갔다고 해서 그 관계가 거짓이었던 건 아니다.
알랭 드 보통이 쓴 '불안'에서는 인간관계는 소유가 아니라 지나가는 경험이라고 적었다. 오래 남지 않았다고 해서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 시절의 의미는 그 자체로 남는다.
2. 친구보다 먼저, 나와 친해진다
2. 친구보다 먼저, 나와 친해진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AI 이미지
혼자 있는 시간이 불편한 사람은 누구와 함께 있어도 쉽게 흔들린다. 결국 가장 오래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외로움을 피하려고 사람을 찾기 시작하면 관계는 더 쉽게 무너진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를 끊지 못하는 것도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렵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오은영 박사가 쓴 김영사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에서도 자기 존중이 약할수록 관계에 더 집착하게 된다고 말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산책하고, 혼자 조용히 쉬는 시간이 편해질수록 사람에게 덜 휘둘리게 된다.
1. 관계의 끝은 실패가 아니라 정리다
1. 관계의 끝은 실패가 아니라 정리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AI 이미지
끝난 관계를 실패라고 생각하면 오래 괴롭다. 하지만 정리라고 받아들이면 마음은 훨씬 가벼워진다. 모든 인연이 영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유해진의 말이 오래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구가 없다는 말이 쓸쓸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 안에 스스로를 지키는 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에서는 성숙한 관계란 붙잡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끝난 인연을 인정하는 것도 어른의 방식이다. 관계는 많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편해서 오래 간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평균 이상의 지적 수준을 가진 사람일수록 혼자 있는 시간의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가 자주 언급된다. 스스로에게 몰입하는 시간이 끊임없이 어울리는 것보다 더 깊은 안정감을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년 이후에는 관계의 넓이보다 밀도가 중요해진다.
누군가는 친구가 많아야 성공한 삶이라고 믿는다. 반대로 누군가는 적은 사람과 조용히 오래 가는 삶을 택한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 결정한다. 억지로 이어가는 관계는 결국 피로를 남기고, 편안한 거리는 오래 남는다. 마흔을 넘으면 알게 된다. 사람을 많이 남기는 삶보다 나를 잃지 않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