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 주도 다국적군 논의 지속 참여…함정 파견, 안전확보·국회동의 필요
인력파견·정보교류부터 단계적 추진 가능성…美 '해양자유연합' 제안 새 변수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 보장을 위한 영국·프랑스 주도 다국적군 구상에 참여 방식을 고심하는 가운데 미국의 새 연합체 제안이라는 추가 변수까지 불거지며 한층 까다로운 방정식을 마주하게 됐다.
정부가 이미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실질적 기여'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식으로든 다국적 작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군 자산 투입에는 현실적 제약도 많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군 당국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종전 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지원을 위한 다국적 논의에 그간 꾸준히 참여해 왔다.
지난 3월 진영승 합참의장이 참석한 프랑스 주관 각국 합참의장 간 화상회의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실무 및 고위급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런던 북부 노스우드 영국군 상설합동본부에서 열린 다국적 군사계획 회의에는 현지 주재 국방무관(해군 대령)이 대면 참석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도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장성급 화상회의가 개최돼 합참 전략기획부장(공군 소장)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40여개국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자신들이 구상하는 종전 후 작전 등을 설명했으며, 한국 측은 기여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는 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2일 이 회의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논의에 적극 참여해 정세와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국가들과도 긴밀히 소통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영국·프랑스 주도 논의에 계속해서 참여하는 것은 일단 항행 자유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노력에 지지를 표하며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문제는 종전 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선박 보호나 기뢰제거 활동이 전개될 때 군 자산을 파견하려면 '안전 확보'가 전제조건으로 충족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대조영함과 조만간 임무 교대할 구축함 왕건함(4천400t급) 투입이나 군수지원함 투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은 중동 상황 등을 고려해 왕건함에 대(對)드론 무장 등을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적으로 드론을 포함해 여러 공격에 노출될 위험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청해부대 호르무즈 해협 파견을 위해서는 국회 비준 동의가 새로 필요하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와 합참은 국제법 및 국제 해상로의 안전, 한미 동맹 및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법 절차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운데 관계부처와 현실적인 기여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국내법 절차'는 국회 비준 동의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전해졌다.
이런 까닭에 군 안팎에서는 비교적 먼저 시행할 수 있는 기여 옵션으로 향후 구성될 다국적군 본부에 연락장교 등 인력을 파견하거나 정보교류를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에 대비해 '1∼4단계' 계획을 짜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 장관의 언급은 국제사회 노력에 대한 지지 표명과 정보교류, 인력 파견이 비교적 앞 단계로 고려되고 실제 군 자산 투입은 최종 단계에서 검토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관련 화상 정상회의 참석(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프랑스·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에 관한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이라크, 싱가포르 등 50여 개국 정상·대표들이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적 노력, 선원 안전 및 선박 보호, 전쟁 종식 후 항행 안전보장을 위한 실질적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2026.4.17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들고나온 새로운 국제 연합체 제안은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무부 본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통항 재개를 위한 '해양 자유 연합'(MFC·Maritime Freedom Construct) 구상을 명시한 전문을 각국 주재 대사관에 발송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미국으로부터 MFC 구상 제안을 접수했다고 밝히는 등 각국에 외교적 채널을 통해 제안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제안 접수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오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상태다.
정부로서는 한미관계 영향은 물론 물론 영국·프랑스 주도 구상과의 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아직 미국 구상이 초기 단계인 만큼 미국의 구체적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imhyoj@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