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배구선수가 ‘음주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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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배구선수가 ‘음주운전’을 했다

평범한미디어 2026-05-01 14:31: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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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 오목렌즈] 117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소속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올시즌이 끝나고 FA를 맞이했다. 국가대표로도 선발되어 꽃길만 가게 될줄 알았다. 그러나 음주운전을 저질러서 인생의 황금기를 제발로 걷어찼다. GS칼텍스 서울 KIXX 소속으로 10년간 뛰었던 여자 배구선수 안혜진의 스토리다.

 

안혜진 선수는 지난 4월15일 자정 무렵부터 새벽 3시반까지 지인과 술을 마셨다. 약 3시간 동안 지인 1명과 둘이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셨다는 건데 그 이후 아침 6시반이 될 때까지 음료수를 마시고 잠시 눈을 붙였다. 안 선수는 6시반이 넘는 아침 시점에 운전대를 잡았다. 소위 말해 ‘숙취운전’을 한 셈이다. 안 선수는 운전을 하다가 다리를 긁었고 실수로 크루즈 버튼을 눌렀으며, 고속도로 요금소 차선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연석을 들이받았다. 직후 안 선수는 직접 보험사에 연락했고, 도로 관리자가 경찰에 신고해서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음주 수치는 0.032%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여기까지가 사실관계인데 경찰 조사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 안 선수가 선임한 한정무 변호사(법무법인 법정)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아무래도 군데군데 안 선수에게 유리한 부분들이 부각돼 있다. 음주운전 피의자에게 가장 유리하게 참작되는 것은 ‘음주 수치가 높지 않았다는 점’과 ‘술 취해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다른 상황이 있었다는 부분’이다. 한 마디로 △많이 안 마셨고 잠을 자는 등 텀이 있었으며 △음주 수치도 높지 않았고 △무심코 누른 크루즈 모드에 따라 자동으로 운행되고 있는 차량이 낸 사고였다는 것이다.

 

물론 은폐하거나 감추지 않고 안 선수가 그 다음날 구단에 즉시 알렸고, 구단은 KOVO(한국배구연맹)에 바로 보고했던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안 선수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들만 부각되어 뉴스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혜진 선수의 모습. <사진=KBS 캡처>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4월30일 16시반에 이뤄진 오목렌즈 전화 대담에서 “이 뉴스가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안혜진 선수가 정점에 올랐을 때 음주운전을 해서 지금 선수 생명이 위험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계에도 굉장히 안 좋은 일인 게 안 선수가 우승팀 주전 세터였다. 윤창호법 체제가 도입된 2019년 이후 유명인이 음주운전을 하면 패가망신까진 아니지만 굉장히 큰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고 그것이 당연하다. 그만큼 음주운전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되는 부분이 있다. 사실 기쁜 날 술 한 잔 하는 걸 너무 자연스러운 루틴처럼 여기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으면 차를 가지고 가지 말든지, 대리를 부르든지, 정 어렵다면 차를 두고 그냥 택시 타고 가든지 해야 한다.

 

안 선수는 자필 사과문을 내고 “깊이 사과드린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며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 자신을 깊이 되돌아보고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평생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안 선수는 4월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KOVO 사무국에서 개최된 상벌위원회에 출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로 인해 걱정과 심려끼쳐 드린 점 죄송하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침 음주 단속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스스로 사고를 자행해서 적발되는 사례들이 많은데 이를테면 박시연 배우가 대표적이다. 안 선수도 마찬가지다. 안재욱 배우와 가수 환희는 사고를 내진 않았지만 숙취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숙취운전이든 음주주차든 모두 음주운전이다. 통계상 음주 사고 10건 중 1건이 숙취운전에 따른 것이며, 보통 소주 1병 반을 마시고 12시간이 지나도 면허 정지 수치(0.03% 이상)가 나올 수 있다. 강지혜 교수(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는 아래와 같이 경고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당사자는 술이 다 깬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상 몸속에 알코올이 다 분해가 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런 상태에서 운전하게 되면 판단 능력이나 반응 속도가 술에 취한 상태랑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배구선수가 음주운전을 저질렀을 때 ‘경고부터 제명’까지 처해질 수 있다. KOVO 상벌위원회는 “음주운전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임으로 엄벌을 해야 한다”고 전제했지만 △알콜 농도 수치가 비교적 낮은 0.032%인 점 △사고 후 구단과 연맹에 바로 자진해서 신고한 점 △잘못을 깊게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 점 △FA 미계약으로 인해 사실상 1년간 자격정지를 받게 된 점 △국가대표에서 제외된 점 등을 참작해서 안 선수에게 엄중 경고 및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런 KOVO의 결정을 두고 쿠키뉴스 김영건 기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FA 미계약이나 국가대표 제외는 리그가 내린 징계가 아니다. 안혜진이 음주운전으로 잃은 개인적 기회다. KOVO가 이를 감경 사유로 삼는 순간 징계는 선수 개인의 사정을 봐주는 쪽으로 기운다. 리그 차원에서 음주운전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기본 원칙은 뒤로 밀리게 된다. 이번 결정에서 KOVO는 가장 낮은 금액을 택했다.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라는 표현과 ‘500만원 제재금’ 사이의 간극이 크다.

 

무엇보다 김 기자는 여자 배구선수로서는 최초로 음주운전을 저질렀음에도 사실상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여자 프로배구에서 음주운전 사례가 처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앞으로의 기준점으로 남을 수 있다. 다음에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KOVO는 이번 징계 선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혈중알콜농도, 자진 신고, 반성, 구단 계약 여부, 대표팀 제외 여부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시작부터 기준을 낮게 잡은 셈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이미 오래전에 바뀌었다. 음주운전은 도로 위 살인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스포츠계 역시 같은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팬들은 리그가 이런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다루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음주운전은 프로 스포츠가 가장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 중 하나다. 피해자가 없었다는 이유로 가벼워질 수 없고, 혈중알콜농도가 낮았다는 설명만으로 흐려질 수도 없다. KOVO는 시대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잘나가는 예능 방송인이자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신정환씨는 “자업자득으로 스스로 내가 젊은 날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자성한 적이 있는데 안 선수도 그야말로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GS칼텍스 주전 세터였던 안 선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6전 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가을에 개최될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배구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FA 미아라는 현실만 남았다. 한 변호사는 “상벌위원회 소명 기회에서 한 번도 말씀 안 드린 게 배구라는 단어”라며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선수 본인도 배구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배구를)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본인 스스로 한창 뛰어야 할 전성기임에도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안 선수가 “굉장히 스탠다드하게 대응을 잘했지만 음주운전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참으로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올시즌 마치면 FA다. 소속팀을 우승시켰고 가만히 있어도 몸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지금 국가대표 스쿼드를 보면 자신이 주전 세터일 확률이 크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확 올라가는 타임인데 이거는 대한민국 배구계에서도 큰 손실이다. 배구에서 세터는 축구로 따지면 플레이 메이커다. 상대로부터 온 볼을 우리팀이 리시브를 하면 그 다음 적절한 위치에 있는 우리팀 공격수에게 볼을 넘겨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사령관이다. 옛날에 축구로 치면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같은 핵심 포지션이다. 세터라고 해서 무조건 주장을 맡는 것은 아니지만 팀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그날 컨디션에 맞게 볼 배급을 잘 해줘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되게 안타깝다. 배구계 관계자들도 이번에 정말 괜찮은 세터가 나왔다고 생각했을텐데 다들 씁쓸해 할 것이다. 이제 장기간 경기를 뛰지 못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지고 폼 저하가 나타날텐데 반성하는 동안 꾸준히 몸 관리를 잘해주길 바란다.

 

한편, 박 센터장은 스포츠 선수들이 단 한 차례의 음주운전을 저지르더라도 큰 댓가를 치러야 할 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점을 재차 환기했다. 박 센터장은 음주운전을 저지른 유명인들이 면허를 반납한다든지, 술을 아예 끊었다고 오버를 한다면서 “음주를 하셔도 되고, 운전을 해도 된다. 다만 음주하고 운전을 연결해서 하는 것만 절대로 하지 않으면 된다”고 경고했다.

 

술 좋아하면 그냥 술을 드셔라. 운전도 해도 된다. 그런데 술 먹고는 운전하지 말아달라. 술 마시고 운전하면 타인을 크게 다치게 할 수 있고, 죽게 할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이 죽기도 한다. 그래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성폭행이나 사기, 절도처럼 명백한 범죄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올해는 유독 스포츠 빅 이벤트들이 많은데 스포츠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간단하다. 술 마시고 운전하는 것 자체가 도박이다. 내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을 계속하면 안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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