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여권 내부에서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이른바 '9룡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잠재 대권주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하면서 다핵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기 당권·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쥐는 당대표에 오를 경우 세력 확장과 당내 지지 기반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만큼, 두 사람 모두에게 당권 확보는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전당대회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2018년 지방선거 성적(전국 17개 시·도지사 선거 중 14곳 승리)처럼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선거를 총괄 지휘한 정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60%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서울시장 등 주요 지역 탈환에 실패할 경우 책임론이 부상하며 김 총리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2년간 수석최고위원을 지내며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왔고 계엄·탄핵 정국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 탄핵 인용을 이끌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웠다. 아울러 유튜브 채널 '정청래 TV떴다!'를 통해 67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며 두터운 지지층을 형성했다. '당청 갈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내 개혁 성향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이어가며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김 총리는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지내며 비상계엄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제기하고, 선포 이후 혼란 수습에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새 정부 초대 총리를 맡으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정 운영 전반에 깊이 관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적임자로 평가된다. 친명계 내 '유일 대안론'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인 강훈식 비서실장도 '신흥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탄핵 이후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어, 중동발 원유 수급 위기 대응 과정에서 특사로 나서며 실무 역량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만큼 향후 거취에 따라 정치적 위상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영남 지역에 출마한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와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는 성적에 따라 단숨에 대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국 단위 확장성이 중요한 대선 특성상, 민주당 약세 지역에서 성과를 낼 경우 정치적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호남 기반 주자인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도 주목된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30% 이상이 호남에 집중된 만큼 지역 기반을 토대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첫 통합특별시장으로서 성과를 입증할 경우 정치적 존재감을 크게 키울 수 있다. 다만 전국 경쟁력으로 확장하지 못할 경우 '텃밭 한계'가 부각 부각될 수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경기 평택을 후보)도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추 후보는 호불호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선거에서 압승할 경우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조 대표의 경우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 관건이다. 합당할 경우 당내 경선 경쟁력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되고, 독자 노선을 유지할 경우 향후 단일화 국면에서 민주당 주자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주도권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무죄 판결 이후 복당한 송영길 인천 연수갑 후보는 5선 의원과 인천시장, 민주당 대표를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당권 경쟁에 나서지 않는 대신 외교부 장관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방미 성과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부각한 점도 이 대통령 측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6선 고지에 오르며, 글로벌 리더십 경험을 토대로 향후 대권 경쟁을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각 주자들이 서로 다른 기반과 강점을 지닌 만큼, 특정 인물로 조기 수렴되기보다는 다자 경쟁 구도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2030년 대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 지지율과 8월 전당대회, 2028년 총선 결과 등에 따라 '9룡' 구도 판세는 유동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권 차기 대선 주자 구도와 관련해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1차 관문"이라며 "영남 지역 등 험지에서 승리할 경우 정치적 위상이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차기 주자 부상 조건을 대통령 지지율 흐름에 따라 구분했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경우 차기 구도는 '후계 경쟁' 성격을 띠며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인물이 유리해질 수 있다"며 "반대로 지지율이 하락하되 여당 경쟁력이 유지된다면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감을 가진 대안형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지층'…김민석 20.8%, 강훈식 17.4%, 정청래 17.2%, 조국 15.7%
한편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2.4%로 가장 높았고, 김민석 총리 11.1%, 조국 대표 10.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9.6%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9.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8.8%,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7.3%,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2.2%였다.
지지층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총리(20.8%), 강 비서실장(17.4%), 정 대표(17.2%), 조 대표(15.7%) 순으로 나타났고, 중도층에서는 한 전 대표(13.5%), 강 실장(10.9%), 김 총리(10.1%), 조 대표(9.8%) 순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천지일보 의뢰로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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