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5년 전 이날 발매곡’으로 띄운 게시물에 밴드 데이식스의 미니 7집 ‘더 북 오브 어스 : 네겐트로피 - 카오스 스왈로드 인 러브’가 언급돼 있었다. 벌써 5년이나 지난 건가. 처음 이 앨범을 접한 날 장거리 일정이 있어 차 안에서 내내 이 앨범을 ‘통스밍’ 한 기억이 난다. 첫 곡 ‘에브리데이 위 파이트’를 시작으로 ‘유 메이크 미’, ‘힐러’, ‘둘도 아닌 하나’, ‘구름 위에서’, ‘무적’, ‘우리 앞으로 더 사랑하자’까지 버릴 곡 없는 곡들이라 지금도 종종 앨범 전 곡을 돌려 듣곤 한다. 당시엔 코로나19 시국이라 고퀄리티 앨범임에도 그만한 빛을 보지 못한 것 같아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반갑게 만난 앨범의 전 곡을 다 듣고 나자 전체재생으로 이어진 플레이리스트의 앞자락에선 공교롭게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최근작인 미니 8집 ‘데드 앤드’의 곡들이 흘러 나왔다. 5년 전 비슷한 시기(4월)에 발매된 두 ‘소속사 직속 선후배’ 밴드의 앨범을 의도치않게 연결해 듣게 되니 꽤나 흥미로웠다. 전술한 데이식스의 앨범이 발매된 시점이 그들이 데뷔 후 6년 가량 활동한 때였고,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이번 앨범도 데뷔 6년차에 내놓은 작품인 만큼 두 앨범이 나온 시점이 각 밴드의 연차상 비슷한 점도 그렇다.
한창 밴드 초창기 꿈틀대며 자신들의 음악 세계의 토대를 다양한 창작과 실험을 통해 구축해가던 시간을 지나, 밴드 자체와 그 자신의 음악에 대한 좀 더 깊은 통찰과 고민 속 담금질하며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형제 밴드의 나란한 성장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두 번의 역주행 신화 속 (국내 대중가요계 기준) 21세기 최고의 밴드 부흥기를 열어젖힌 장본인인 데이식스가 그러했듯,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도 데뷔 후 꾸준히 쌓아온 그들만의 음악 세계가 이번 ‘데드 앤드’를 통해 팡 하고 분출되는 듯 해 꽤나 반갑다.
이번 타이틀곡 ‘보이저’는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음에도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지구를 떠나 항해를 이어가는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에 빗대어 표현했다. 음원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이 곡을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밴드 프랙티스’ 영상을 통해 먼저 접했는데, 탑라인(멜로디) 없는 멤버들의 라이브 퍼포먼스만으로도 압도된 기억이 생생하다. 강렬한 신스 리프에 파워풀한 드럼, 휘몰아치는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라는 밴드의 에너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고, 이후 음원으로 멜로디까지 포함된 완곡을 접했을 땐 찬란한 메시지가 더해져 벅차오르는 감정이 배가됐다.
타이틀곡 선감상 후 마주한 1번 트랙 ‘헬륨 벌룬’ 또한 도입부터 심상치 않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사운드 특유의 강렬함이 여전한 가운데, 3분 8초 안에 기승전결을 오롯이 담아낸 유려한 서사가 돋보인다. 이후 ‘노 쿨 키즈 존’, ‘허트 소 굿’, ‘라이즈 하이 라이즈’, ‘케이티엠’과 선공개곡 ‘엑스 룸’까지. 앨범은 단 한 곡도 놓칠 곡 없이 완성도 높은 유기적 구성으로 완성됐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늘 물음표처럼 따르던, 그놈의 ‘대중성’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끝에 적어내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답이 이번 앨범으로써 표현된 느낌이다. 앨범 발매에 앞서 소속사를 통해 전한 소감에서 가온이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할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라 했듯, 말 한마디 없이 1번부터 7번 트랙까지 오직 연주로만 채운다 해도 관객 만족도 200%가 될 법 하다.
아마도 5년 전 이 날,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데뷔를 위해 하루하루 구슬땀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을 터다. 그들은 5년 뒤인 2026년 4월, ‘데드 앤드’ 같은 수작을 연주하고 있을 걸 꿈꾸고 있었을까. 내면도, 외면(연주)도 더 단단해진 이 밴드의 질주를 막을 길은 딱히 없어 보인다. 대중은 그저 그들의 질주를 즐기기만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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