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자동차 소리와 빌딩 숲의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인천항에서 뱃길로 수 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외딴섬 굴업도는 현대 사회의 소음이 닿지 않는 고요한 안식처다. 스마트폰 신호조차 희미해지는 이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들리는 것이라고는 오직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뿐이다.
최근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별명과 함께 생태 관광의 성지로 떠오른 이곳은, 수만 년의 세월이 깎아 만든 해안 절벽과 끝없이 펼쳐진 풀밭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비현실적인 해방감을 준다.
사람의 손길 닿지 않아 더 귀한 섬
인천 옹진군 덕적면에 있는 굴업도는 전체 면적이 약 1.73㎢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일하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곳은 1994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지정됐다가 이듬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대규모 시설을 짓는 대신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는 길을 걷게 됐다.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섬으로 남았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서해안 최대의 민어 시장이 열릴 만큼 활기 넘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움이 섬 전체를 감싸고 있다.
야생 사슴이 뛰노는 능선, 개머리언덕
굴업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섬 서쪽 끝에 있는 개머리언덕이다. 나무 한 그루 없이 탁 트인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장관이 펼쳐진다. 가을이면 허리 높이까지 자란 억새와 수크령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언덕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이곳의 진짜 주인은 야생 사슴이다. 과거 주민들이 놓아 기르던 사슴들이 자연에 적응해 번식하면서, 지금은 언덕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사슴 떼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발길이 적은 새벽녘이나 해 질 녘, 안개 속에서 풀을 뜯는 사슴들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람과 파도가 빚은 예술품 ‘해안 절벽’
섬 곳곳에는 오랜 시간 거친 파도가 바위를 깎아 만든 독특한 지형이 가득하다. 거대한 코끼리가 바다에서 걸어 나오는 듯한 모양의 ‘코끼리 바위’와 물이 빠지는 때에만 길이 열리는 ‘토끼섬’이 대표적이다. 토끼섬 주변은 바위 밑부분이 깊게 파여 들어간 해안 지형이 국내 최대 규모로 발달해 있어 대자연의 위엄을 느끼게 한다.
섬의 허리 부분인 목기미 해변 너머에는 바람이 쌓아 올린 거대한 모래 언덕이 형성되어 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고요함을 자아낸다. 또한, 바위 속 성분 때문에 해변 전체가 붉은빛을 띠는 ‘붉은 모래 해변’은 오직 굴업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신비로운 풍경이다. 짙은 붉은색 바위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은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장소다.
여유로운 1박 2일 일정을 권장하는 이유
굴업도는 직항로가 없어 인천항이나 대부도에서 덕적도를 거쳐 배를 갈아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그 수고로움이 오히려 섬의 가치를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은 백패킹 여행자들에게 오히려 장점이 된다. 밤이면 텐트 위로 은하수가 쏟아지고, 이른 아침에는 텐트 문을 열자마자 야생 사슴과 마주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편안한 휴식을 원한다면 마을 안 민박집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과 정갈한 나물로 차려진 ‘집밥’은 여정의 피로를 잊게 한다. 당일치기로는 섬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간이 부족하므로, 최소 1박 2일로 머물며 연평산이나 덕물산 정상에 올라 섬 전체의 풍경을 눈에 담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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