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의 경이로운 호실적은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슈퍼 을(乙)’로 급부상한 메모리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기존 산업계 상식을 깨는 공급 부족 심화 속에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집중적인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삼성 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은 65.7%에 달했다. 파운드리 등 일부 적자 사업을 포함해도 엔비디아, TSMC 같은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을 제쳤다.
◇기존 업계 상식 깨는 메모리 호실적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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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단연 메모리 반도체다. 1분기 반도체(DS)부문은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사의 94%에 달했다. 직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16조4000억원)였는데, 불과 한 개 분기 만에 이를 세 배 이상 끌어올렸다. 지난해 1분기(1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1년 만에 50배 가까이 폭증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DS부문 내 세부 사업부(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이 55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메모리 시장의 ‘공급자 우위’ 현상이 얼마나 강한지, 어떻게 기존 업계 상식들을 깨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DS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65.7%를 보였다. 파운드리, 시스템LSI 같은 적자 사업을 포함해도 엔비디아(65.0%)와 TSMC(58.1%)의 최신 분기 영업이익률을 뛰어넘었다. 메모리만 떼어낼 경우 70% 중반대로 SK하이닉스(71.5%)를 제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메모리 중에서도 D램의 영업이익률은 8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계에서 “한국 기업사(史) 통틀어 전례가 없는 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완제품(DX)부문은 다소 부진했다. 모바일·네트워크 사업을 총괄하는 DX부문 MX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는 1분기 합산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4조3000억원)보다 감소했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의 판매는 호조를 보였지만, 메모리 등 핵심부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TV·가전 사업을 하는 DX부문 VD사업부와 DA사업부는 합산 영업이익 2000억원으로 세 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파업 변수…“대화로 원만하게 해결”
고무적인 것은 추후 실적 전망은 더 밝다는 점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 콜을 통해 “현재 메모리 수요 대비 공급 충족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요 고객사들은 중장기 메모리 물량 확보를 요청하고 있고, 이에 공급 가능한 범위내에서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사와는 계약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한때 경쟁사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 부사장은 “올해 2분기 중으로 차세대 HBM4E 첫 샘플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는 기존 상식을 깬 메모리 초호황을 근거로 삼성전자 실적 눈높이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300조원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500조원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정도 수준이면 엔비디아, 애플 등을 제치고 영업이익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
AI 훈풍을 탄 것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다. 삼성전기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2091억원, 영업이익 280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3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산업의 쌀’ 적층세라믹캐퍼시터(MLCC) 등이 AI 시대 들어 초호황을 맞고 있는 덕이다.
다만 변수 역시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리스크다. 만에 하나 ‘5월 총파업’이 현실화해 반도체 공장이 멈춰서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유·무형 손실이 뒤따를 게 뻔하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노사 현안에 대한 법과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고, 노조와 대화를 우선해 원만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재계 한 인사는 “역대급 실적으로 번 돈으로 로봇 같은 미래사업 인수합병(M&A), 반도체 최선단 투자 등을 이어가는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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