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수은·납 등, 동남아 농어업 위협…"세계의 부엌 파괴"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얀마의 희토류 채굴 붐으로 쏟아져 나오는 중금속 함유 폐수가 동남아 최대 강인 메콩강을 오염시키면서 태국 등 이 일대 각국 경제의 근간인 메콩강 유역 농업·어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태국 북서부 치앙라이주 치앙센 지역의 어민 숙짜이 야나(75) 가족은 수십 년간 메콩강에서 생선을 잡아서 생계를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어획량도 줄고 가끔 수입이 전혀 없는 날도 있다.
숙짜이는 상류의 미얀마 희토류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유독성 폐수 때문에 이곳에서 잡히는 생선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달리 갈 곳이 없다"며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다.
인접한 치앙마이주 타똔 지역의 농민 라 분루앙(63)은 미얀마에서 흘러드는 메콩강 지류 꼭강의 물로 논에 물을 대지만, 이곳 물 역시 미얀마 희토류 광산 때문에 오염돼 있다.
라는 "모두가 독성 물질을 두려워한다"며 "(농작물을) 수출할 수 없다면 농부가 가장 먼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처럼 메콩강 유역 농·어업 등에 의지해 살아가는 동남아 각국 주민은 약 7천만 명에 이른다.
특히 태국은 메콩강을 기반으로 한 농산물의 세계적 수출국으로 인도·베트남과 함께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중 하나다.
하지만 메콩강 오염 우려가 이처럼 거대한 태국 농업의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미얀마에서는 2021년 군사쿠데타로 중국의 지원을 받는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국인 등에 의한 희토류 채굴이 급격히 늘었다.
희토류 중개업체 오드미넷에 따르면 2023년 미얀마는 중국에 약 5만t의 희토류 산화물을 수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중(重)희토류 산화물 수출국이 됐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의 메콩강 지류 유역에서 희토류 등 불법 채굴 의심 지역이 800곳 가까이 확인됐다.
이들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비소·수은·납·카드뮴 등 인체 손상을 일으키는 유해 중금속을 함유한 폐수가 대량 발생, 메콩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스팀슨센터의 브라이언 아일러는 메콩강 유역 각국에서 희토류 광산의 유독성 폐수가 베트남 전쟁,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대학살 못지않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원자폭탄'이라면서 대형 댐 같은 메콩강의 다른 위협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와라꼰 마니추껫 태국 나레수안대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메콩강 지류에서 채취된 강물·퇴적물·생선 샘플에서 이들 중금속의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
이 중 꼭강에서 잡힌 메기에서는 종양과 비슷한 조직의 성장, 비늘과 눈알의 변색 등 오염의 징후가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치앙라이주 소재 환경 연구기관 메콩스쿨의 니왓 로이깨우 설립자는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수출하는 쌀에 축적되는 독성 물질"이라면서 "이는 우리의 문화인 쌀 농업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국 매파루앙대의 습사꾼 낏누꼰 교수도 농업이 동남아 경제의 근간이라면서 희토류 광산이 '세계의 부엌'을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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