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노동절上] 5인 미만·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여전히 법 밖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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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노동절上] 5인 미만·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여전히 법 밖에 방치

투데이신문 2026-04-30 17:38: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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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가 ‘2023 세계노동절 대구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3년 5월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가 ‘2023 세계노동절 대구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1963년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던 기념일이 올해 다시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노동권 강화 기조 속에 노동의 주체성과 권리를 강조하는 분명한 변화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어떤 노동자들은 법과 제도의 경계 밖에서 일하며 노동의 의미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절이 ‘모든 노동자의 날’이 되기 위해서는 법이 닿지 않는 현장을 돌아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핵심 권리를 보장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명시함과 동시에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만든다. 지난해 8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임금근로자는 390만3000명, 전체의 17.4%에 달한다. 국내 적지 않은 규모의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에서 제외돼 있는 셈이다.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 왔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거나 사업주의 교제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밀려나는 등 부당한 처우를 겪어야 했다. 이는 해고 제한과 서면통지,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기본적인 보호 장치에서 배제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장에서는 ‘사업장 쪼개기’ 같은 편법도 반복된다. 하나의 사업장을 여러 개로 나눠 각각을 5인 미만 노동자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국내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의심되는 곳은 13만7994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허점을 악용해 사업장을 운영하는 만큼 이들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의 기본권 역시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른바 ‘가짜 3.3 프리랜서’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다. 계약서상 명칭이 프리랜서이거나 사업소득세 3.3%를 원천징수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며 업무 수행 방식에 구속되는 등 사용종속성이 인정된다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현장에서는 출퇴근 시간과 업무 지시, 평가·징계 등 노동자성 판단 요소를 그대로 적용하면서도 형식상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연차휴가, 퇴직금, 각종 수당 등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2023년 한 택배기사와 배달기사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3년 한 택배기사와 배달기사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장도 노동자도 아니다”...플랫폼·특수고용의 경계선 노동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배달기사,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대부분 법적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이들이 회사나 플랫폼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도급 계약을 맺고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면서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중개받는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3년 기준 플랫폼 노동자는 88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했지만 이들은 플랫폼 기업 소속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위탁·도급 계약 형태로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역시 제도 밖에 놓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2024년 기준 비전형 근로자 190만3000명 가운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57만6000명으로 이들 다수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에 종속돼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결국 플랫폼 종사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모두 노동자성 인정의 경계 밖에 놓이며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규제, 유급휴일, 해고 제한 등 기본적인 노동권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노동 형태의 변화 속도에 비해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이들이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사회안전망의 공백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존 법과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정의 조항(제2조)이 변화한 노동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정혜경 의원은 지난 2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직종의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 일하면서도 퇴직금과 연차휴가, 부당해고 구제 등 기본적 노동권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제2조 개정을 통해 실제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직원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한 직원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쪼개진 시간만큼 쪼개진 권리”…초단시간 노동 배제 구조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은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든다. 국가데이터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초단시간 노동자는 106만1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4.8%를 차지했다. 2015년 29만6000명에서 10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초단시간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한 배경에는 ‘쪼개기 고용’이 있다. 하나의 일자리를 여러 개의 짧은 노동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사업주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노동자는 더 불안정한 형태로 일하게 된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과 연차휴가 등 일부 권리에서 제외될 수 있고 사회보험 가입에서도 취약하다. 근로기준법 제55조와 제60조는 유급휴일과 연차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주휴수당과 연차휴가를 보장받지 못해 기본적인 휴식권에서도 차별이 발생한다.

짧은 노동 시간으로 시간제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 역시 국민연금 19.1%, 고용보험 33%, 건강보험 33.4%에 그친다. 비정규직 전체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단시간 노동이다 보니 임금도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초단시간 노동의 피해는 청년층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 편의점·카페·음식점 등 청년 아르바이트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주 15시간 미만 근무가 널리 활용되면서 청년 노동자들은 주휴수당과 연차휴가, 사회보험 등 기본적인 권리에서 배제되기 쉽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쪼개기 고용 관행이 민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에서도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이나 단기 계약을 반복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노동권익센터 조사에서는 쪼개기 계약이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으로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가 꼽혔다.

노동계는 노동절을 앞두고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시간·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와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는 5월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전국 단위의 노동절 대회를 열고 노동 사각지대 해소와 비정규직 권리 보장, 생활임금 확대 등 주요 요구안을 제시하며 사회적 공론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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