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쏘카(403550)가 자율주행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낸다. 1500억원 규모의 자율주행 법인을 세우고, 크래프톤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상용화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발표는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이번 움직임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기술 자체보다 서비스 운영 기반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점이다.
쏘카가 겨냥하는 곳은 자율주행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이 실제 고객 서비스로 굴러가는 단계다. 자율주행 시장은 그동안 센서와 알고리즘, 인공지능(AI), 차량 제어 기술을 중심으로 설명돼 왔다. 하지만 상용화 단계에서는 기술이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게 될지, 사고와 예외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더 중요해진다.
쏘카가 별도 법인을 세우는 이유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자율주행은 차량을 운영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고객 접점을 관리하고, 사고와 유지보수까지 처리해야 하는 사업이다. 쏘카는 15년 동안 카셰어링 사업을 통해 이 운영 경험을 쌓아왔다. 신설 법인은 그 경험을 자율주행 서비스로 옮기는 구조다.
신설 법인은 오는 5월 중 설립된다. 올해 1월부터 쏘카의 자율주행 신사업을 이끌어온 박재욱 대표가 법인 대표를 겸직한다. 쏘카가 자율주행을 미래 사업 중 하나로만 다루지 않고, 대표가 직접 끌고 가는 별도 사업 축으로 올려놓겠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도 눈에 띈다. 크래프톤은 쏘카에 6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쏘카 주요 주주로 합류하고, 신설 자율주행 법인에도 별도로 투자자로 참여한다. 쏘카 역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 현금과 데이터 자산을 출자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법인은 자본과 데이터, 운영 기반을 함께 묶어 출발하는 형태다.
쏘카 CI. ⓒ 쏘카
크래프톤의 참여는 재무 투자로만 보기 어렵다. 게임사가 자율주행 법인 투자자로 들어오는 조합은 낯설지만, 자율주행 상용화에 필요한 역량을 생각하면 연결 지점이 있다.
자율주행 개발에는 실제 도로 데이터뿐 아니라 가상환경, 시뮬레이션, AI 학습, 대규모 데이터 처리 역량이 필요하다. 크래프톤이 보유한 게임·AI·시뮬레이션 기반 기술은 향후 자율주행 서비스 검증과 고도화 과정에서 활용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장은 구체적인 기술 협력보다 전략적 투자와 파트너십 성격이 더 강하다.
쏘카의 가장 큰 무기는 차량이 실제 도로에서 만들어낸 데이터다. 쏘카는 올해 초 미래이동TF를 신설했고, 1분기 기준 2만5000대 카셰어링 플릿을 기반으로 하루 약 110만㎞의 실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앙집중형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여기에 22만건에 달하는 사고 데이터와 엣지 케이스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 AI가 학습해야 할 것은 정돈된 도로 환경만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사고, 비정상 주행, 예측하기 어려운 운전자 행동처럼 드물지만 중요한 예외 상황이 상용화의 관건이 된다.
자율주행 차량은 날씨, 도로 상태, 보행자,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공사 구간, 사고 상황을 모두 만나게 된다. 쏘카가 말하는 22만건의 사고 데이터와 엣지 케이스는 이런 예외 상황을 학습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쏘카는 이 데이터를 익명화, 타임싱크, 태그 라벨링 등 AI 학습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고 있다. 자율주행에서 데이터는 쌓는 것만큼이나 가공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큰 비용과 시간을 요구한다. 쏘카가 별도 법인에 데이터 자산을 출자하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서비스 로드맵은 단계적으로 짜였다. 쏘카는 L2 수준의 카셰어링 서비스에서 출발해 L4 수준의 라이드헤일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곧바로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현재 보유한 카셰어링 사업 기반 안에서 운전자 보조형 서비스부터 적용하고 이후 완전 자율주행 기반 B2C 서비스로 넓혀가는 방식이다.
이 접근은 자율주행 상용화의 현실을 반영한다. 완전 자율주행은 기술만으로 도입 시점을 앞당기기 어렵다. 규제, 보험, 사고 책임, 이용자 신뢰, 차량 관리, 지역별 운행 환경까지 함께 맞물려야 한다.
L2 카셰어링은 쏘카가 이미 운영 중인 서비스 안에서 자율주행 관련 기능을 검증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후 L4 라이드헤일링으로 확장하면 차량 호출과 배차, 운행 관리, 고객 응대까지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
결국 쏘카의 승부수는 자율주행 기술을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보다, 그 기술을 실제 서비스로 굴릴 수 있는 운영 기반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있다. 자율주행 시대에도 차량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고객에게 연결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회수하며, 사고와 유지보수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이 된다. 쏘카가 카셰어링에서 쌓아온 운영 노하우가 자율주행 법인의 핵심 자산으로 재해석되는 이유다.
과제도 적지 않다.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는 자본과 데이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술 내재화, 차량 제어 시스템, 안전 검증, 규제 대응, 보험 체계, 고객 수용성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1500억원 규모 법인 설립은 국내에서는 큰 출발이지만,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에서 보면 검증해야 할 단계가 여전히 많다. 쏘카가 실제 경쟁력을 증명하려면 투자 규모보다 서비스 검증 속도와 운영 안정성이 더 중요해진다.
그럼에도 이번 법인 설립은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서 의미 있는 장면이다. 그동안 자율주행은 기술 기업과 완성차 중심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쏘카는 여기에 서비스 운영 사업자의 관점을 들고 들어왔다. 1500억원 규모 법인, 크래프톤 투자, 2만5000대 플릿 데이터, L2에서 L4로 이어지는 단계 전략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자율주행 기술을 누가 갖느냐보다, 그 기술을 누가 먼저 서비스로 굴리느냐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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