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툴로 만든 사진.
아침마다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거울을 보는 곳. 화장실 세면대. 이 세면대 앞에서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응급수술실에서 절단 환자를 접합하고 안면 외상을 복원하는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의 눈에, 집 안에서 가장 무서운 물건은 다름 아닌 이 세면대다.
눈코 재수술, 두경부암, 안면윤곽, 선천기형 흉터 복원, 안면외상, 수부외상 재건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30일 '무서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올린 게시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는 "응급수술을 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가구 중에 제일 무서운 건 세면대입니다"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이 직접 수술한 사례들을 열거했다.
세면대 사고, 얼마나 무서운가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세면대에 기대다 깨지면서 두피가 절단돼 가발처럼 머리가 통째로 벗겨진 환자, 얼굴과 눈에 파편이 덩어리째 박혀 온 환자, 이마 안에 수백 개의 파편이 가루처럼 박힌 환자도 있었다. 세 살배기가 세면대에 올라가 뛰놀다 세면대가 깨지면서 발가락이 절단된 사례도 있었다. 의사는 "이 중 몇몇 사례는 최근 수술"이라며 "세면대에 절대로 체중을 싣거나 올라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절단 환자 접합 수술까지 직접 집도하는 전문의의 입에서 나온 경고다. 그의 말을 흘려듣기 어려운 이유다.
세면대 사고, 얼마나 잦은가
이 교수의 경고는 단순한 개인적 소회가 아니다. 통계가 뒷받침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세면대 관련 안전사고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총 693건이다. 매년 20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사고 유형 중 가장 많은 것은 파열·파손·꺾여짐으로 378건(54.5%)을 차지했다. 세면대가 무너져 다치거나, 기대거나 걸터앉거나 발을 닦는 등 하중을 가하다 파손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파열·파손 사고로 다친 신체 부위는 둔부·다리·발이 215건(56.9%)으로 가장 많았고, 팔과 손이 139건(36.8%)으로 뒤를 이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툴로 만든 사진.
세면대는 도기(陶器), 즉 도자기와 유사한 재질로 만들어진다. 겉보기엔 튼튼해 보이지만 벽이나 바닥에 고정하는 방식이 접착제와 앵커볼트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하중이나 충격에는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세면대 다리는 배수구를 가리는 커버 또는 받침대 역할을 할 뿐이어서, 몸을 기대거나 걸터앉는 등 반복적으로 하중이 가해지면 예고 없이 무너진다.
연령대별로는 10세 미만 어린이 사고가 254건(36.7%)으로 가장 많았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 88.9%가 세면대에 신체를 부딪히거나 추락한 사고였고, 취학 아동은 세면대가 깨지면서 피부가 베이거나 찢어지는 사고가 70%를 차지했다. 성인은 세면대에 몸을 기댔다가 파손되는 사고가 많았다.
세면대 사고, 안 당하려면...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세면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세면대에 체중을 실어 기대거나 걸터앉지 말고, 발을 얹어 씻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화장실 전구를 갈거나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낼 때는 세면대를 밟지 말고 의자나 사다리를 써야 하며, 세면대에 균열이 생겼다면 반드시 업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세면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은 집 안 전체를 사실상 사고 다발 구역으로 간주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위해정보 8만5888건을 분석한 결과, 사고 발생 장소는 주택이 2만1834건(34.6%), 아파트가 1만6881건(26.8%)으로 나타났다. 거주 공간이 전체 사고의 절반을 훌쩍 넘긴 것이다.
의대 교수가 스레드에 올린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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