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 안팎에서 노동조합(이하) 혹은 단체의 도 넘은 행위에 대한 제재 장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여파로 각 기업 노조와 상급 단체 등의 활동 보폭이 부쩍 커진 가운데 일부 강성노조의 행보가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 취지와 배치되고 있어서다. 같은 노동자 간에도 처우 차등을 주장하는가 하면 같은 단체 소속이 아닌 일반 노동자를 향한 탄압에 가까운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 역시 '위헌'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청 직원 정규직 전환에 "처우 차등" 주장, 비노조 운송기사 경제 활동 막다 비극적 사고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내부에서 노-노 갈등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직고용 인원 증가에 따른 처우의 하향평준화 우려와 채용 공정성 추락 등을 주장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소속 포스코 노조는 지난 22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 데 이어 23일에도 포항제철소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포스코 노조는 '직고용 비상대응반'까지 꾸려 회사를 상대로 직고용 대상자에 대한 일관된 인사 원칙 적용, 직고용 인원 증가에 따른 복지·편의시설 확충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직고용 대상자들이 모인 하청 노조도 맞불을 놓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회사 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요구 내용은 포스코 내부 직원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안들이 많다. 핵심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포스코는 하청 직원의 직고용을 위해 별도 직군(조합시너지)을 만들어 채용에 나섰는데 이를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포스코 하청지회는 성명을 통해 "오랜 기간 피해를 입힌 하청 노동자를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함에도 현재 정규직 반토막 또는 현재 하청 임금과 동일한 수준을 제시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 안팎에선 최근 포스코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양측 모두 사측을 압박하는 형태를 취했지만 요구 내용만 놓고 봤을 땐 기득권 확보를 위한 노조 간에 줄다리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기존 포스코 내부 직원들의 행태를 두고서는 같은 노동자 신분임에도 진입 장벽을 세우고 노골적으로 차별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노조의 존재 목적에 반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회원은 "헌법에서 노조 활동을 인정하는 근거가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인데 포스코 노조의 행태는 자신들 외에 나머지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헌법 가치를 외면한다면 헌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얼마 전 벌어진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CU 물류 파업 사태는 노-노 갈등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CU의 물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대신해 사측과 협상에 나선 화물연대는 사측과의 교섭 실패 이후 물류창고를 틀어막고 파업을 벌였다. 결국 사측는 가맹점 물건 납품을 위해 대체 물류운송 인력을 채용했는데 화물연대 측은 해당 차량의 이동마저 통제했다. 그 과정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세 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5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 이송됐으나 숨졌고 나머지는 각각 중상·경상을 입었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은 전체 화물 노동자 약 42만명 중 2만5000명 내외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약 5~6% 수준이다. 결국 나머지 화물 노동자는 화물연대 파업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CU 측의 물류 운송 의뢰를 거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차량 이동에 방해를 받았고 급기야 안타까운 사고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세로 전락했다. 화물연대가 제공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물류센터를 나서는 2.5t 화물차를 조합원들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인권 관련 사건에 정통한 L변호사는 "파업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고까지 벌어진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트럭 운전사도 한 집안의 가장이고, 또 선량한 노동자라는 부분에서 보면 또 한 명의 피해자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자의 권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단지 소속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받아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노동계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전 노조 '블랙리스트' 의혹 파장…전문가들 "비노조 노동자도 헌법 보호 받아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과 노조 파업 과정에서도 노-노 갈등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과 마찬가지로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특별 포상 등을 통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넘어서는 보상을 제안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사 양측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급기야 노조는 교섭 중단과 함께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와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노조 소속 조합원이 사내 보안시스템을 악용해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수집,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가 포착됐다. 해당 정보에는 개별 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목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노사 관계에서 근로자의 권리가 조금 더 보장돼야 한다는 점엔 공감하지만 노노 간 인권 역시 지켜져야 한다"며 "(준감위는) 위법적인 의도로 탄압이나 폭력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일부 기업 노조나 상급 단체 등을 중심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 활동의 취지에 위배되는 초헌법적 행위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만큼 노조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헌법이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조 외 다른 근로자의 기본권도 보장하게끔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같은 논리로 노조가 다른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것 역시 '위헌' 행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는 개별 노동자가 감당할 수 없는 자본의 권력에 맞서 전체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함에 있다"며 "그러나 최근 일부 노조들은 또 다른 권력이 돼 자신들의 울타리 밖에 있는 비노조 노동자나 하청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노조 근로자의 기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노동계 내부에서도 성찰적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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