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서 정치폭력 급증…잇단 트럼프 암살 시도 무관치 않아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프린스턴대 등의 분석 결과 연방 의원과 가족에 대한 협박 행위가 지난해 한 해 동안 5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8월 발생한 테러 등 표적형 폭력은 전년 동기대비 34.5%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거듭된 암살 시도 역시 이러한 미국 사회 전반의 정치 폭력 확산 흐름 위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31세 엔지니어가 행정부 고위직을 노리고 행사장에 난입해 경호팀과 총격전을 벌였다.
이 사건 이후 기존 암살 사건도 재조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 20세 남성이 쏜 라이플 총격에 오른쪽 귀를 다쳤다. 청중 1명이 숨졌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같은해 9월 플로리다 골프장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58세 남성이 라이플을 들고 매복했다가 경호팀에 발각됐다.
미국 역대 대통령 45명 중 링컨(16대)과 존 F. 케네디(35대) 등 4명이 암살당하고 로널드 레이건(40대) 등 10여명이 선거전을 포함해 암살 미수를 겪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세 차례 모두 총격 표적이 된 인물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사건 당일 “왜 이렇게 자주 공격 표적이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불과 2년 사이에 세 차례 암살 미수가 집중됐다는 것은 영향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인격 부정 일상화…“2016년 트럼프 돌풍이 분기점”
이를 방증하듯 미국 내 정치 폭력은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가을 보수 평론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이다. 상대를 압도하는 화술로 인기를 얻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활에 크게 기여했던 그는 토론회 도중 사살됐다. 커크가 이끌던 단체는 미 전역에 2000곳 거점을 둔 보수 진영의 핵심 자산으로 꼽혔다.
한계까지 깊어진 정치 양극화가 폭력 확산 근거로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선 79%에 달하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7%에 그친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민주당 지지자로부터도 30%의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대비된다.
더 심각한 것은 정파 간 분단이 인격 부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72%는 “민주당 지지자는 부도덕하다”고 봤고, 민주당 지지자의 63%는 “공화당 지지자야말로 부도덕하다”고 답했다. 양측 모두 약 50%가 “상대편은 지능이 낮다”고 비난했다.
닛케이는 양당 간 인격 부정이 강해진 분기점으로 2016년 ‘트럼프 돌풍’을 꼽았다.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사기꾼”이라 부르며 지지자들에게 “저 여자를 투옥하라”라고 연호토록 종용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도 트럼프 지지자들을 “한심한 자들의 집단”이라며 멸시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양당 지지자가 상대를 ‘부도덕하다’고 본 비율이 40% 안팎에 그쳤다. 즉 불과 6년 만에 30%포인트 안팎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진 셈이다.
◇승자 독식·음모론이 정치 폭력 토양 만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승자 독식’ 정책도 정치적 패자의 절망을 폭력으로 분출시키는 토양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찬 총격 용의자가 거주한 캘리포니아주는 차세대 교통과 의료보험 등 연방 보조금이 삭감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금융계와 에너지 부문은 규제 혜택을 받았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시민 2명을 사살한 미네소타주 역시 민주당 텃밭이다. 닛케이는 “선거 승자가 법 집행을 자유자재로 지배하면 패자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구조”라고 짚었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32.8%가 “정치 목적의 폭력을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고,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이 1861년 시작된 남북전쟁 당시보다 내전 위험이 높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음모론 역시 폭력의 또 다른 불씨로 지목됐다.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이번 만찬 총격 용의자도 범행 성명에서 표적을 “소아성애자이자 강간범, 반역자”로 표현했는데, 출처가 모호한 음모론이 분출하는 ‘엡스타인 문서’의 영향이 짙다는 게 닛케이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만찬 암살 미수 사건은 2000여명의 기자들 앞에서 발생한 데다 실시간 보도까지 이뤄졌지만,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트럼프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곧바로 퍼졌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1958년 73%에서 지난해 17%로 추락했다. 갤럽이 집계한 미 언론에 대한 신뢰도 역시 28%까지 떨어졌다. 닛케이는 “정보 과잉의 SNS 시대가 오히려 상호 불신을 키우며 민주주의에 균열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