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녹음 소문을 확인하려 동료 4명에게 물어본 직장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동료가 근무 중 녹음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사실 확인차 동료 4명에게 물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직장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법조계는 비방 목적이 아닌 업무상 확인 절차였다면 공연성이나 고의가 부정되어 무혐의를 다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진술 한마디에 유무죄가 갈릴 수 있는 만큼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혹시 본 적 있나요?"…사실확인 질문이 고소장으로
최근 한 직장인 A씨는 동료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A씨는 작년부터 "특정 동료가 근무 중 녹음을 한다"는 소문을 여러 차례 들었으나, 직접 확인한 사실이 없어 문제를 삼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오자, 근무 환경의 오해를 막기 위해 상급자와 부조장에게 먼저 상황을 보고했다.
이후 그는 같은 조 동료 약 4명에게 "본 적이 있는지" 물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질문에 한 명은 "본 것 같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씨는 이 내용을 상급자에게 재보고했을 뿐, 소문을 퍼뜨린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그의 의도는 비방이 아닌, 순수한 '업무상 사실 확인'이었다.
4명에게만 말했는데, '전파 가능성'의 덫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죄의 외형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최원석 변호사(법률사무소 청원)는 "'누군가가 근무 중에 녹음을 한다'라는 것은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타인의 외부적 명예를 훼손할 만한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공연성(公然性)' 인정 여부다. 법원은 단 한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옮길 가능성(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고용준 변호사(법률사무소 한강)는 "소수에게 말했더라도 전파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일대일 대화에서도 상대방이 제3자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한 판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4명에게 질문한 A씨의 행위 역시 이 '전파 가능성 이론'에 따라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상 정당행위'가 구원의 열쇠
하지만 법조계는 A씨가 무혐의를 주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설령 명예훼손의 외형을 갖췄더라도, 법은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백지예 변호사(법무법인 연우)는 "불미스러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경우, 그 동기에 비추어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비방이 아닌 확인 목적이었다면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 역시 "의뢰인의 행위가 업무상 오해 방지와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목적이었고 상급자에게 먼저 보고한 후 제한된 범위에서 확인한 것이라면 위법성 조각을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첫 조사 진술에 명운 갈려"…변호사 조력 필수
결국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초기 대응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준용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경찰 조사 시 ‘누구에게’ 발언했는지보다 ‘어떤 경위로’ 대화가 이루어졌는지가 방어의 핵심"이라며 "단순 확인 절차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정황 증거를 사전에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방 목적이 아닌 업무상 필요에 따른 행동이었음을 얼마나 일관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A씨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용준 변호사는 "사건 특성상 진술 한마디로 고의와 공연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변호사 조력을 받아 조사 전 예상 질문과 답변 범위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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