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관행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치권이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별근로감독 청원과 함께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고 노동당국도 일부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을 내놨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이하 노노모)과 정의당, 플랫폼노동회는 3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근로감독 청원을 접수하며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른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규정을 악용한 ‘사업장 위장’ 관행에 대해 국가의 실효성 있는 근로감독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장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대표적 방식으로는 프리랜서 위장(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근무환경에도 개인사업자로 처리하는 방식)과 사업장 쪼개기(하나의 사업장을 둘 이상으로 나눠 상시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맞추는 방식)가 지목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정부 측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지난해 후보 시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분절화된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근로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짜 3.3 계약과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 관행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노동주권 정부를 천명한 이후에도 해당 관행은 여전히 업계 전반에 확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랜서 위장에 대한 기획근로감독이 일부 진행됐지만 대상이 제한적이었고 재직자 중심으로 이뤄진 데 그쳤으며 사업장 쪼개기에 대한 감독은 2022년 이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에 피해 노동자들과 노무사들은 전국 단위의 기획근로감독을 촉구하며 노동청 앞에 모였다. 현장에는 정의당 권영국 대표와 문정은 부대표도 참석했다.
권영국 대표는 “가맹점 증가율 1위로 주목받던 유명 브랜드의 성장 비법이 복수 사업장에서 노동자를 돌려쓰는 구조였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대구 지역의 한 미용실은 세 개의 사업장으로 직원을 분산 배치하면서도 명의가 다르다는 이유로 별개 사업장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는 명백한 불법과 착취임에도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노동청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사업주도 못났고 사업주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노동위원회와 근로감독관도 너무하다”며 “노동자가 어렵게 자료를 모아 진정과 구제신청을 제기해도 이렇게 형식적인 판단을 내놓는다면 어떤 사업주가 법을 지키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장에서 발언한 대구 소재의 한 미용실 디자이너는 “우리들은 형식적으로는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실제로는 출퇴근 시간, 근무 스케줄, 휴무, 매출 보고, 교육과 업무 방식까지 모두 통제받았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사용자와 운영 구조를 알고 있지만 이러한 진술이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노노모 입법연구분과 하은성 입법연구분과장은 기자회견에서 사업장 쪼개기와 ‘무늬만 프리랜서’ 관행의 심각성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설명하며 관련 법·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 이주노동자의 사례를 언급하며 동일 사업장에서 근무했음에도 근로시간이 두 사업장으로 나뉘어 신고돼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이 축소된 문제를 지적했다.
하 분과장은 “현행 판단은 사업장 명의나 회계 분리 여부 등 형식적 요소에 치우쳐 있다”며 “실제 사용자 지휘·감독 관계, 사업의 독립성, 노동자의 인식 등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이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형태의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또한 “회계가 분리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별도 사업장으로 보는 것은 본질을 놓친 판단”이라며 “재무제표와 운영 구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질적 동일성을 따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입법 개선 방향도 제안됐다. 하 분과장은 사업장 쪼개기와 프리랜서 위장을 통해 이익을 얻은 경우 단순 체불임금 지급을 넘어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의·반복적 위반에 대해서는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위법 행위의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 지원 정책이 오히려 쪼개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원 확대와 함께 위장 사업장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은 정의당 부대표는 “사업장 쪼개기와 프리랜서 위장은 일부 사업주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방치된 문제”라며 “청년들이 법의 보호 밖에서 겪는 무력감이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노모 노무사들과 피해 노동자들은 기자회견 직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 청원서를 제출하고 광역근로감독과와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서 이들은 하반기 전국 단위 기획근로감독 실시와 함께 사업장 쪼개기 사건에 대한 감독관 교육 및 실무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측은 “고용노동부 본부에서 올해 사업장 쪼개기 감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관련 요구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에서 제기된 실무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향후 소통 채널을 구축해 관련 정보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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