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갔다 전과자 될라”…보호받지 못한 선생님, 추억 뺏긴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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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갔다 전과자 될라”…보호받지 못한 선생님, 추억 뺏긴 학생들

위키트리 2026-04-30 13:49:00 신고

3줄요약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대통령의 일침은 학교를 향했다. 요즘 소풍, 운동회, 생일 파티 등이 '실종'됐다는 일선 보도들에 마침내 청와대까지 관여하고 나섰다.

이처럼 최근 전국 교육 현장에서는 단체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앞서 말한 3가지 뿐만 아니라 현장학습, 수학 여행 등도 아예 진행하지 않는 학교가 점차 늘고 있다.

'사고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교육의 한 축인 '현장 체험'과 '단체 생활의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교권 보호"라는 서글픈 농담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그날만큼은 공부 스트레스도 내려놓고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뛰고 가족도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운동회, 소풍 그리고 설렘에 전날 잠을 설치던 수학여행. 학창시절 추억들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 "장독 없애지 말고 안전 지원하라"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교육 현장의 소극적인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향해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는 비유를 들어 시정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경주 수학여행을 평생의 기억으로 꼽기까지 했다. 그는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인데, 관리 책임을 부과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아이들에게서 소중한 학습 기회를 빼앗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면 된다. 안전이 걱정되면 비용을 지원해 안전요원을 보강하고, 교사의 부담이 크면 인력을 추가 채용하거나 자원봉사자의 협조를 구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잇따르는 교권 침해 사건을 언급하며 "교권과 학생 인권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고 강조, 실질적인 교권 보호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해법 마련을 동시에 주문했다.

국무회의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교원단체의 호소: "현장 너무 모른다...구더기가 교사 자리를 뺏는 상황"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으나, 교육 현장의 반응은 복잡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요즘 교육현장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현장의 근본적인 공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9일 교총은 논평을 통해 "안전요원 보강이 일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서도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체험학습 정상화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전교조의 입장은 더 강경했다. 대통령의 '장독' 비유를 인용하며 "지금 그 구더기는 단순히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교사직을 박탈하고 전과자로 만드는 극악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를 적용하지 말아야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 가능하다며 강력한 면책권 보장을 촉구했다.

교사들은 학교 밖 활동이 축소되는 이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학생 지도 어려움,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불균형 등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왜 학교는 문을 걸어 잠갔는가? - '교실 밖'을 가로막는 세 가지 장벽

학교가 단순히 행정적 편의를 위해 행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교사들을 교실 안으로 숨게 만든 원인은 제도와 사법, 사회적 문화가 얽힌 복합적인 결함에 있다.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는 교사 사회에 '트라우마' 수준의 충격을 안겼다. 당시 현장체험학습 중이던 초등학생이 주차장에서 회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교사들이 차량 이동 경로를 미리 확인하지 않았고, 학생들을 안전한 보도로 대피시키는 등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지난 9월 인솔 교사 중 한 명에게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사는 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고도의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으나, 교사들은 절망했다. 한 학급 20~30명의 아이를 인솔하며 모든 돌발 상황을 1초의 오차도 없이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2000년대 초반 수학여행 장면을 묘사한 사진으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관리'를 넘어 '감시'로 변질된 무분별한 민원 문화도 원인 중 하나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학교 행사는 교사들에게 '민원 지옥'이나 다름없다. 과거에는 학교 행사가 공동체의 축제였으나, 지금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시험대가 됐다. 수학여행 숙소의 위생 상태부터 식사 메뉴의 영양 구성, 심지어 버스 좌석 배치나 조 편성 결과까지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 대상이 된다. 교사들은 24시간 긴장 상태로 학생을 감시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며, 결국 "민원의 싹을 자르기 위해 행사를 아예 안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국가 행정의 무책임과 '노란버스' 사태와 같은 제도적 혼선도 문제다. 예를 들면, 법제처가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이동을 '어린이 통학'으로 간주해 반드시 어린이 전용 노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는데, 교육 현장은 마비됐다. 학교는 노란버스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전세버스를 이용했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었다. 결국 교육청의 뒤늦은 수습책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학교가 위약금을 물어가며 예약을 취소했다. 행정적 리스크와 학부모들의 비난을 오롯이 학교 현장이 감당해야 했던 경험은, 학교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폐쇄적 운영'을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장의 교사들도 학교 밖 체험학습에 대한 고민이 깊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달라진 시대, 단체 행사의 '교육적 실효성'에 대한 의문

학교 단체 행사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모든 문제를 부정적인 교권 침해의 결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사회적 여건에 맞춰 교육의 방식도 재정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정보와 자원이 부족해 개인이 외부 체험이나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따라서 학교가 제공하는 단체 활동이 거의 유일한 견문 확장 통로였다. 그러나 현재는 가족 단위의 여행과 전문적인 사설 체험 프로그램이 보편화됐으며 부모가 직접 아이의 관심사에 맞춰 교육적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개인의 선택권과 자율성이 극대화된 시대에, 수백 명의 학생이 획일적인 일정에 따라 이동하는 '공장식 단체 행사'가 과연 현대 교육에 부합하느냐는 회의론도 생길 수 있다. 교실 내에서도 수업권과 교권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굳이 막대한 비용과 안전 위험을 감수하며 단체 활동을 강행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논의 이면에는 '교육 격차'라는 무거운 과제가 남아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하거나 부모가 생업으로 인해 외부 체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없는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학교 단체 행사는 여전히 사회적 평등을 담보하는 소중한 배움의 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행사의 축소는 자칫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 사이의 경험 자본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체 행사를 무조건 유지하거나 폐지하기보다는, 돌봄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여 선별적이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는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과거 학교에서 가는 소풍은 가까운 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보물찾기 등 놀이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교육부 "5월 중 면책권 강화 및 지원책 발표"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강력한 시정 지시가 내려지자마자 바로 다음 날인 29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최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와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 부과가 학교 현장을 위축시켰다"고 진단하며,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 장관은 현재 교육 현장의 불안이 지난 12월 '학교안전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다각도로 수렴된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교육부는 오는 5월 중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종합 지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예고한 대응책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교사의 면책권 강화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정당한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의 법적 책임을 덜어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전면 정비한다.

둘째, 현장 인력 지원의 획기적 확대다.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체험학습 시 보조 인력과 안전 요원 배치를 대폭 늘려 교사가 학생 지도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행정 업무 경감 및 매뉴얼 간소화다. 복잡한 서류 절차를 현장 친화적으로 개편하여 체험학습 준비 단계에서의 부담을 덜어준다.

마지막으로, 민원 대응 시스템의 공적 전환이다. 불필요한 소송이나 악성 민원이 발생할 경우 교사 개인이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와 교육청이 전면에 나서서 법률적·행정적 방패막이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요즘 시대에 맞는 교육은 어떤 것인가. 정부, 교육부,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안전'과 '성장'의 공존

학교 교육은 아이들을 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을 관리하며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는 법을 가르칠 책무가 있다. 이 대통령의 지시처럼 "구더기가 무서워 장독을 깨는" 행정은 분명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한 교육 활동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부터 교사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한다는 법적·제도적 확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 학교 행사의 존재 방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체험 여건을 갖춘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사이의 '교육 격차'를 메우는 공교육 본연의 보편적 가치는 지키되, 획일적인 단체 행사가 주는 피로도와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유연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행사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사고의 공포와 민원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체험의 모델'을 정립하는 것. 그 길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추억을 돌려주고 선생님들에게 교육할 권리를 되찾아주는 공교육 정상화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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