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거대 기술기업 4곳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메타, 아마존은 현지시간 29일 일제히 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AI 도구 확산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개사가 지난해 투입한 자본지출 총액은 4천100억달러였으며, 올해는 6천7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단순히 투자 규모만 커진 게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 가격이 수요 폭증으로 치솟았고, 광케이블과 전력 공급 등 전 영역에서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증권사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금광에 뛰어들려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대기하거나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곡괭이와 삽을 판매하는 업체에는 호재지만,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기업에는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 칩부터 모델까지 갖춘 기업이 웃었다
이번 실적 시즌은 빅테크 내부의 양극화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체 칩 설계와 클라우드 인프라, AI 모델을 아우르는 수직 통합 전략을 구사한 기업들이 외부 파트너에 의존하는 경쟁사를 압도한 것이다.
가장 눈부신 성적표를 내민 곳은 알파벳이다.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1% 급증했고, 자체 개발 AI 칩 TPU(텐서처리장치)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200억달러를 기록해 63% 뛰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우리 사업 전 영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 잔고는 1년 새 5배 가까이 불어난 4천600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알파벳은 연간 자본지출 전망치를 기존 1천750억~1천850억달러에서 1천800억~1천9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피차이 CEO는 일부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TPU 직접 판매를 시작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실적 발표 직후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2% 뛰어올랐다.
아마존 역시 자체 설계 반도체인 트레이니엄과 그래비톤 사업을 빠르게 키우며 선전했다.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은 376억달러로 28% 성장했고, 데이터센터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2천440억달러에서 3월말 3천640억달러로 급증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593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잉여현금흐름이 12억달러로 쪼그라들었지만,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2.8% 상승으로 화답했다.
■ MS는 제자리, 메타는 급락
MS는 매출과 주당순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시장 기대치를 넘겼으나 주가 반응은 미지근했다. 시간외거래에서 고작 0.3% 오르는 데 그쳤다.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포괄하는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영업이익이 132억달러로, 월가 예상치 141억달러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자본지출을 당초보다 50억달러 늘린 1천900억달러로 책정하며, 그중 250억달러는 부품값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MS 측은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되면 투자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오픈AI 의존도에 대한 투자자 우려로 최근 6개월간 주가는 약 20% 밀린 상태다.
메타는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전망을 웃돌았음에도 시간외거래에서 7.0% 급락하는 충격을 맞았다.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1천150억~1천350억달러에서 1천250억~1천450억달러로 올린 게 발목을 잡았다. 메타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부품 가격 상승과 추가 데이터센터 비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벨리 그로스 펀드의 존 벨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클라우드 사업이 가속하는 가운데 수직 통합 역량을 갖춘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칩과 AI 모델,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보유한 곳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데이터센터만 운영하며 외부 모델에 기대는 기업은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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