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페이퍼를 월남쌈용 재료로만 떠올렸다면 활용 범위를 좁게 본 셈이다.
얇고 딱딱한 라이스페이퍼는 뜨거운 기름을 만나면 하얗게 부풀어 오르며 바삭한 칩처럼 변한다. 익숙한 재료를 고급 스낵 못지않은 간식으로 즐길 수 있는 이유다.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라이스페이퍼를 올리면 바삭한 간식이 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라이스페이퍼가 바삭한 칩이 되는 이유
라이스페이퍼는 쌀가루, 타피오카 전분, 소금 등을 섞어 얇게 펴 말린 식재료다. 보통은 물에 적셔 부드럽게 만든 뒤 채소, 고기, 해산물 등을 감싸 먹는다. 하지만 마른 상태의 라이스페이퍼를 높은 온도의 기름에 넣으면 전혀 다른 식감이 만들어진다.
기름에 닿은 라이스페이퍼는 내부에 남아 있던 미량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한다. 이때 전분 구조가 순간적으로 팽창하면서 얇은 층 사이에 공기층이 생긴다. 그 결과 부피가 커지고, 입안에서 가볍게 부서지는 바삭한 식감이 완성된다.
라이스페이퍼 튀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삽화] 라이스페이퍼 튀김 원리. AI 제작.
밀가루 튀김옷이 묵직하고 단단한 바삭함을 낸다면,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훨씬 가볍다. 씹을 때 부담이 적고, 기름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 느끼함도 비교적 덜하다. 담백한 맛 덕분에 양념이나 소스를 곁들이기 좋고, 간식은 물론 안주로도 활용하기 쉽다.
튀기기 전 크기부터 조절해야 한다
라이스페이퍼 튀김을 만들 때는 먼저 크기를 적당히 잘라야 한다. 라이스페이퍼는 기름에 들어가면 부피가 2~3배 이상 커질 수 있다. 처음부터 크게 자르면 팬 안에서 서로 겹치거나 기름 밖으로 튀어나와 조리하기 불편하다.
사각형 제품은 가로세로 3~5cm 정도로 자르면 먹기 좋다. 원형 제품은 6~8등분해 부채꼴 모양으로 준비하면 된다. 너무 작게 자르면 튀긴 뒤 집기 어렵고, 너무 크게 자르면 고르게 부풀지 않을 수 있다.
라이스페이퍼 자르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자를 때는 마른 도마와 마른 가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라이스페이퍼 표면에 물기가 닿으면 기름에 넣었을 때 기름이 튈 수 있다. 손에 묻은 물, 도마 위 물방울, 젖은 조리 도구도 모두 주의해야 한다.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조리 시간이 짧지만 뜨거운 기름을 사용하는 만큼, 시작 전 작업대를 건조하게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잘라둔 라이스페이퍼는 한곳에 겹쳐 쌓기보다 넓은 접시나 쟁반에 펼쳐두면 좋다. 한 장씩 집어넣기 쉽고, 조리 중 서로 붙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적은 기름으로도 충분히 튀길 수 있다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많은 양의 기름이 필요하지 않다. 팬 바닥에서 1~1.5cm 정도 높이만 채워도 충분하다. 라이스페이퍼가 얇고 가벼워 깊은 기름 속에 완전히 잠기지 않아도 빠르게 부풀어 오른다.
팬은 넓고 바닥이 평평한 것을 고르는 편이 좋다. 팬이 너무 작으면 부풀어 오른 라이스페이퍼가 서로 겹치기 쉽고, 건져내는 과정도 번거롭다. 반대로 팬이 지나치게 크면 기름을 넓게 깔아야 하므로 온도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가정에서는 중간 크기의 프라이팬이나 작은 궁중 팬 정도가 무난하다.
기름은 발연점이 비교적 높은 식용유를 사용하면 된다. 조리 시간이 짧기 때문에 특별한 향이 강한 기름보다는 일반 식용유처럼 맛이 담백한 기름이 잘 맞는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처럼 향이 강하고 고온 조리에 적합하지 않은 기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기름 온도는 170~180도가 적당
라이스페이퍼 튀김의 성패는 기름 온도에서 갈린다. 적정 온도는 대략 170~180도다. 온도가 낮으면 라이스페이퍼가 충분히 부풀지 못하고 기름을 흡수해 딱딱하거나 느끼해질 수 있다. 반대로 온도가 너무 높으면 부풀기도 전에 갈색으로 변하고 쓴맛이 날 수 있다.
[삽화]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온도가 중요하다. AI 제작.
온도계가 있다면 170도 안팎까지 기름을 데운 뒤 조리하면 된다. 온도계가 없다면 잘라둔 작은 조각을 하나 넣어 상태를 확인한다. 조각이 바닥에 가라앉았다가 천천히 올라오면 온도가 아직 낮은 편이다. 넣자마자 1초 안에 하얗게 부풀어 떠오르면 튀기기 좋은 상태로 볼 수 있다.
조리 중에는 불 세기를 계속 살펴야 한다. 처음에는 중불로 기름을 데우고, 온도가 충분히 오른 뒤에는 중약불로 낮춰 유지하는 방식이 안정적이다. 라이스페이퍼를 여러 장 튀기다 보면 기름 온도가 조금씩 내려갈 수 있으므로, 부푸는 속도가 느려지면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넣는 것이 좋다.
한 장씩 넣고 바로 건져야 바삭하다
라이스페이퍼는 기름에 들어간 뒤 1~2초 만에 모양이 바뀐다. 그래서 일반 튀김처럼 오래 익힐 필요가 없다. 기름에 넣은 뒤 하얗게 부풀어 오르면 바로 건져내면 된다.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할 수 있다.
한꺼번에 여러 장을 넣으면 건져내는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서로 달라붙거나 겹쳐져 일부만 부풀고 일부는 딱딱하게 남을 수도 있다. 집게나 긴 젓가락을 이용해 한 장씩 넣고, 부풀자마자 바로 꺼내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고 깔끔하다.
1장씩 넣고 바로 건져내야 바삭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건져낸 튀김은 키친타월을 깐 넓은 쟁반에 올려 기름을 뺀다. 뜨거운 상태에서 겹쳐 쌓으면 열기와 잔여 기름 때문에 바삭함이 줄어들 수 있다. 가능한 한 넓게 펼쳐 식히면 가벼운 식감이 오래 유지된다.
튀긴 직후에는 모양이 불규칙하고 얇아 쉽게 부서질 수 있다. 집게로 세게 누르거나 뒤적이면 조각이 깨질 수 있으므로 살짝 옮기는 정도로 다루는 것이 좋다. 식은 뒤에는 비교적 단단해지지만, 그래도 일반 과자보다 얇기 때문에 보관할 때도 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패를 줄이는 요령
라이스페이퍼 튀김이 덜 부풀었다면 대부분 온도나 수분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기름 온도가 낮으면 라이스페이퍼가 기름을 머금은 채 딱딱하게 익는다. 이럴 때는 바로 많은 양을 넣지 말고, 기름을 조금 더 데운 뒤 작은 조각으로 다시 확인한다.
부분적으로만 부풀었다면 라이스페이퍼가 너무 컸거나 팬 안에서 겹쳤을 가능성이 있다. 크기를 줄이고 한 장씩 넣으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표면에 물기가 묻었거나 오래 습한 곳에 보관된 라이스페이퍼도 고르게 부풀지 않을 수 있다.
튀김 색이 갈색으로 빠르게 변한다면 온도가 높은 상태다. 이때는 불을 줄이고 잠시 기다린 뒤 다시 튀긴다. 라이스페이퍼는 색이 거의 나지 않고 하얗게 부풀었을 때 건져내는 것이 좋다.
담백한 맛에 양념을 더하다
라이스페이퍼 자체의 맛은 담백해 짭짤한 맛, 매콤한 맛, 고소한 맛을 두루 더하기 좋다. 튀긴 직후에 버무리면 맛이 더 잘 밴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라면스프를 활용하는 것이다. 튀긴 라이스페이퍼를 위생 비닐봉지나 밀폐 용기에 넣고 라면스프를 조금 뿌린 뒤 가볍게 흔들면 짭짤하고 매콤한 맛이 더해진다. 다만 스프는 염도가 높으므로 처음부터 많이 넣기보다 조금씩 더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설탕을 소량 섞으면 단맛과 감칠맛이 함께 살아난다.
라이스페이퍼 튀김에 양념을 더하면 풍미가 살아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치즈 가루나 볶은 콩가루를 활용할 수 있다. 치즈 가루는 짭짤한 풍미를 더하고, 콩가루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김 가루와 깨를 더하면 한식 안주처럼 즐길 수 있다. 카레 가루를 아주 조금 섞으면 향이 더해져 색다른 간식이 된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계핏가루와 설탕을 섞어 뿌리는 방법도 있다.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얇아 양념이 과하면 쉽게 짜거나 달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적은 양으로 시작해 입맛에 맞게 조절하는 편이 좋다.
소스는 가볍게 곁들이기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얇고 바삭하기 때문에 묽은 소스에 오래 닿으면 금방 눅눅해진다. 소스를 곁들일 때는 듬뿍 묻히기보다 먹기 직전에 살짝 찍어 먹는 방식이 어울린다.
케첩과 머스터드는 가장 무난한 조합이다. 마요네즈 2큰술에 스리라차 소스 1큰술, 꿀 반 큰술을 섞으면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스리라차 마요 소스가 된다. 명란젓의 막을 제거해 마요네즈와 섞으면 짭짤한 명란 마요 소스로 즐길 수 있다.
맥주 안주로 먹을 때는 간장, 올리고당, 다진 청양고추를 섞은 소스도 잘 맞는다. 짭짤하고 매콤한 맛이 튀김의 기름진 느낌을 덜어준다. 다만 간장 소스는 수분이 많으므로 소스 접시에 오래 담가두지 말고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케첩을 비롯한 다양한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보관은 완전히 식힌 뒤 밀폐한다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습기에 약하다. 전분이 팽창하며 생긴 공기층이 많기 때문에 공기 중 수분을 빠르게 흡수한다. 조리 후 오래 두면 바삭함이 줄고 질긴 느낌이 생길 수 있다.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튀긴 직후 바로 먹는 것이다.
남은 튀김은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따뜻한 상태로 뚜껑을 닫으면 내부에 수증기가 생겨 더 빨리 눅눅해질 수 있다. 과자 봉지에 들어 있는 제습제를 함께 넣어두면 바삭함을 조금 더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제습제는 먹지 않도록 따로 구분하고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눅눅해진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 바삭하게 되살릴 수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눅눅해진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에어프라이어로 되살릴 수 있다. 160도 안팎의 낮은 온도에서 2분 정도 데우면 수분이 날아가며 식감이 어느 정도 돌아온다. 전자레인지는 수분을 고르게 날리기보다 식감을 질기게 만들 수 있어 권하지 않는다.
익숙한 재료를 새롭게 즐기다
라이스페이퍼 튀김은 익숙한 식재료를 다르게 바라볼 때 얻을 수 있는 재미를 보여준다. 물에 적셔 싸 먹던 재료가 뜨거운 기름을 만나 바삭한 간식으로 바뀌는 과정은 조리 자체의 즐거움도 준다. 필요한 재료가 많지 않고 조리 시간도 짧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안전한 조리를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을 지켜야 한다. 라이스페이퍼와 조리 도구는 마른 상태로 준비하고, 기름 온도는 170~180도 안팎으로 맞춘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넣지 말고, 하얗게 부풀어 오르면 바로 건져낸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한결 바삭하고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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