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사고 9일만에 합의안 도출…노란봉투법 별개로 원청과 교섭
CJ대한통운·한진 등 택배업계 확산 조짐…실질적 지배력 해석 관건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정종호 기자 = 조합원 사망사고라는 비극적 사태를 겪으며 평행선을 달리던 화물연대와 BGF 측의 갈등이 30일 극적 합의에 도달하며 마무리됐다.
BGF 측이 화물연대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이번 합의는 택배·화물기사 등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원청 교섭에 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화물연대와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는 이날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조인식을 열고 단체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날 합의는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대체 차량에 치여 숨진 지 10일 만이다.
합의안에는 운송료 7% 인상과 분기별 유급휴가 추가보장, 화물연대 활동 보장과 조합원이란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물연대 민·형사상 면책,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취소 등 민·형사상 면책조항도 포함됐다. 숨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있는 명예회복과 예우 방안도 명시됐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과 교섭을 이룬 첫 사례다.
화물연대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BGF리테일이 실질적 사용자라며 처우 개선을 위한 교섭을 요구해왔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에 화물연대는 원청 교섭 요구를 본격화했으나, BGF리테일은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거부했고 파업으로 이어졌다.
다만, 화물연대 교섭 요구는 노란봉투법 틀 안에서 이뤄진 정식 교섭 절차가 아니다.
화물연대는 노조법상 설립 신고를 마친 노조가 아니고, BGF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도 거치지 않았다.
노동부는 이런 이유로 사고 발생 직후 "이번 사안은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사흘 전 노동위원회가 '화물연대도 교섭 대상'이라고 판단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7일 CJ대한통운과 한진에 대한 하청노조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사건에서 화물연대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노위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의 교섭 요구 공고에서 화물연대를 제외한 것이 부당하다며, 화물연대의 '노동자성'과 교섭 당사자적격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같은 노동위 판단이 나오자 BGF 측도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는 개인사업자와 노동자의 경계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원청 교섭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 기사와 같이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들도 원청 교섭 요구를 진행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을 포함해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우체국택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이 원청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다만, 이번 합의가 근본적인 갈등의 마침표를 찍은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 테두리 내에서 진행된 교섭 절차가 아니고, '실질적 지배력'을 둘러싼 노사 간의 법적 해석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화의 성격이 단체협약으로 볼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정식 교섭 절차를 밟지 않고 진행됐기 때문에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내에서도 특고노동자에 대한 해석에 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 타결은 다행이지만 사태의 종결인지, 새로운 혼란의 시작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o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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