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만 설계사 시대의 그늘…보험사는 왜 ‘N잡러’를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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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만 설계사 시대의 그늘…보험사는 왜 ‘N잡러’를 찾나

투데이신문 2026-04-30 11:01: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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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이미지 출처=챗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이미지 출처=챗GPT]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업계의 판매조직이 외형 확대와 생산성 저하라는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설계사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속 설계사 1인당 수입보험료와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그럼에도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은 본업 외 보험영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N잡 설계사 모집을 이어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본업과 병행할 수 있는 부업형 일자리라는 점을 내세운 설계사 모집이 활발하다. 직장인과 주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퇴근 후나 여유 시간을 활용해 보험영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과거 보험설계사가 전업 영업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추가 소득을 원하는 부업형 인력이 판매채널로 유입되며 영업조직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의 ‘2025년 보험회사 판매채널 영업효율 및 감독방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험설계사는 71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1000명, 9.4% 증가했다.

채널별로는 대리점 설계사가 31만9000명으로 10.6% 늘었고, 전속 설계사는 21만5000명으로 16.9% 증가했다. 반면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설계사는 17만6000명으로 0.4% 감소했다.

전속 설계사 증가세에는 주요 보험사의 영입 확대뿐 아니라 N잡 설계사 유입도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속 설계사 증가분 가운데 N잡 설계사 증가가 1만2000명에 달했다. 외형 확대의 이면에 부업형 인력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람은 늘었는데 돈 버는 힘은 줄었다

설계사 수 증가와 달리 1인당 영업 성과는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전속 설계사 1인당 월평균 수입보험료는 1988만원으로 전년 대비 212만원, 9.6% 감소했다. 전체 수입보험료는 늘었지만 전속 설계사 증가율이 더 컸던 영향이다.

수입보험료 감소는 소득 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속 설계사 1인당 월평균 소득은 329만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판매조직의 몸집은 커졌지만 개별 설계사 단위의 생산성은 낮아진 셈이다.

활동 지속성을 보여주는 정착률 역시 부진했다. 지난해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51.4%로 전년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 정착률은 신규 등록 설계사가 일정 기간 이후에도 영업활동을 이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유입 인력은 늘었지만 장기적인 판매 인력으로 안착하지 못하는 비중도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손해보험사에서 이 같은 흐름은 더 두드러졌다. 손보사의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N잡 설계사 영향으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부업형 설계사 유입이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영역에서 활동 지속성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체 평균만으로 전업 설계사의 소득 기반이 약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N잡 설계사를 제외하면 전속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359만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전체 평균 소득 하락에는 부업형 인력 유입에 따른 통계적 착시도 일부 반영된 셈이다.

정착률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전체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하락했지만, N잡 설계사를 제외하면 정착률은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주력으로 보험영업을 하는 설계사의 활동 기반은 개선됐지만,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업형 인력이 대거 유입되며 전체 평균을 끌어내린 것이다.

초기 지인 영업에 낮은 고정비…‘N잡 모집’의 셈법

생산성 지표가 낮아졌음에도 보험사와 GA가 N잡 설계사 모집을 이어가는 데는 경제적 유인이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초기 영업 효과다. 부업형 설계사는 장기간 활동하지 않더라도 등록 초기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 네트워크를 통해 계약을 유치할 수 있다.

보험상품은 여전히 신뢰 기반의 권유 판매 비중이 큰 영역이다. 특히 보장성보험처럼 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소비자가 스스로 비교·가입하기보다 주변인의 설명이나 소개를 통해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로 유입된 설계사의 생활권 자체가 보험사와 GA에는 새로운 고객 접점이 되는 셈이다.

비용 구조 측면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보험설계사는 일반 정규직 인력과 달리 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구조다. 보험사와 GA는 고정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고 판매 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 계약이 발생하면 수수료를 지급하고, 활동이 저조하면 회사의 고정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전업 설계사 유입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N잡 설계사는 판매채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부업형 설계사가 장기 영업 인력으로 안착하지 않더라도 초기 지인 네트워크를 통해 일정 수준의 계약을 창출하면 보험사와 GA로서는 모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보험 판매모델이 전업 설계사 중심에서 보다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업형 인력의 유입과 이탈이 반복되더라도 초기 계약이 판매채널 외형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장기적으로 조직 효율성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변 네트워크를 통한 초기 계약 이후 지속적인 신규 고객 발굴이나 사후 관리가 이어지지 않으면 장기 영업 인력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판매 접점을 넓힐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리 비용과 내부통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아계약’ 어쩌나...판매 이후 관리도 과제

N잡 설계사 확대의 가장 큰 과제는 사후 관리다. 보험은 가입 이후에도 보험금 청구, 보장 변경, 해지 상담 등이 이어지는 장기 금융상품이다. 판매 인력의 활동 지속성이 낮아질 경우 계약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담당 설계사가 사라지는 이른바 ‘고아 계약’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보험금 청구나 계약 변경 과정에서 충분한 안내를 받기 어렵다. 보험상품은 가입 이후 관리가 중요한 만큼 판매 인력의 지속성은 소비자 보호와 직결된다.

상품 설명의 질도 변수다. 보험상품은 보장 범위, 면책 사항, 납입 기간, 해지환급금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특히 보장성보험이나 건강보험은 소비자의 연령, 소득, 기존 가입 내역 등에 따라 적합성이 달라질 수 있다. 본업이 따로 있는 설계사가 충분한 교육 없이 판매에 나설 경우 불완전판매나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N잡 설계사라고 해서 전문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금융업 경험자나 보험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부업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과 관리 체계가 뒷받침된다면 부업형 설계사도 보완적 판매채널로 기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관건은 보험사와 GA의 관리 역량이다. 설계사 등록과 초기 계약 확보에만 집중할 경우 판매조직은 빠르게 커질 수 있지만 판매 품질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교육과 모니터링, 사후 관리 체계를 얼마나 촘촘히 갖추느냐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 GA 관계자는 “N잡 설계사는 초기에 주변 네트워크를 활용해 계약을 만들 수 있어 보험사나 GA 입장에서도 모집 유인이 있다”며 “다만 보험은 가입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한 상품인 만큼 부업형 설계사가 늘어날수록 교육과 내부통제, 사후 관리 체계를 촘촘히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N잡 설계사 확대에 따른 판매 품질 관리 필요성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설계사 수 확대가 곧바로 영업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보험사 자체 교육과 판매 과정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향후 수수료 체계 개편과 맞물려 설계사 모집 경쟁뿐 아니라 판매 이후 관리 체계에 대한 감독도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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