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표 대표.(사진=전경열 기자)
초여름 햇살이 내려앉은 29일 오후, 전북 고창군 무장면 덕림리 칠거리. 비닐하우스 안은 이미 한여름처럼 뜨거웠고, 그 안에서 묵묵히 수박을 돌보고 있는 한 농부의 손길이 분주했다.
연 매출 7~8억 원, 억대 농부로 알려진 정동표 씨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정동표 농부는 "수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운을 뗐다. 그리고 그의 한마디는 곧 농사의 철학으로 이어졌다.
"땅이 좋고, 사람이 정직하면 맛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 "한 포기에 하나만"…수확보다 '품질' 선택한 이유
정 씨의 수박 하우스는 약 50동 규모.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농가와 다르지 않지만, 재배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그는 수박 한 줄기(포기)에 단 하나의 열매만 남긴다.
일반 농가보다 수확량은 줄어들지만, 그 대신 맛과 당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두 개를 달면 서로 영양을 뺏습니다. 결국 둘 다 애매해져요. 하나만 키워야 그 한 개가 제대로 큽니다"
현장에서 직접 수박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그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수박은 크기보다 '밀도'와 '당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당도는 숫자가 아니라 여운"…정동표 수박의 차별성
정 씨는 일반적인 당도 경쟁에 선을 긋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입안에 남는 단맛'이다. "처음에 단 건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먹고 난 뒤입니다. 제 수박은 5분이 지나도 단맛이 입안에 남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토양 관리에서 시작된다. 그는 미생물과 토양 환경을 지속 적으로 관리하며, 단순한 비료가 아닌 '땅의 상태'를 바꾸는 데 집중한다."소도 먹는 게 달라야 A등급이 나오듯이, 수박도 땅이 달라야 합니다. 흉내 낼 수 없는 건 결국 흙입니다."
정동표 대표가 재배하고 있는 수박.(사진=전경열 기자)
■ 이름을 건 농사…"가격보다 신뢰를 판다"
정동표 농부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브랜드로 사용한다는 점이다.'정동표 수박'이라는 이름에는 품질에 대한 책임이 담겨 있다. "제 이름을 걸고 파는 겁니다. 그래서 가격을 함부로 낮출 수 없습니다"
그의 수박은 일반 유통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크기, 당도, 식감 모두 다르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소비자는 "일반 수박보다 훨씬 크고, 씨가 적고, 색이 진해 보기만 해도 달다"며 "한 번 먹으면 다시 찾게 되는 맛"이라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 귀농 20년…"부부의 합심이 만든 결과"
정 씨의 농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한 지 약 20년. 그 시간 동안 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엔 판로도 없고, 사람 관계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가족'을 꼽는다. "아내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절대 못 했습니다. 농사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 "농사는 사람을 닮는다"…그리고 고창의 가능성
정동표 농부는 고창이라는 땅의 힘도 강조했다. 황토의 보습력과 통기성, 깨끗한 수질이 결합 된 환경은 고품질 농산물을 만드는 핵심 기반이라는 것이다. "고창은 제대로 농사 지으면 반드시 결과가 나오는 땅입니다"
그는 앞으로 체험형 농장 운영과 귀농 희망자 멘토링도 계획하고 있다. 단순한 생산자를 넘어 지역 농업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역할까지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 "정직한 농사, 결국 통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하우스 안에 줄지어 놓인 수박들이 눈에 들어왔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그 안에는 20년 농부의 철학과 시간이 담겨 있었다.
정동표 농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농사는 속일 수 없습니다. 정성을 들인 만큼, 결국 그대로 돌아옵니다"
고창 무장면의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오늘도 한 농부는 땅과 대화하며 '진짜 맛'을 키워내고 있다.
그리고 그 땀방울은 단순한 수익을 넘어, 신뢰라는 이름의 열매로 익어가고 있다.
고창=전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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