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기업 정보 공유 부재…비자 발급은 하늘의 별 따기
조직문화 적응도 과제…"양적보다 질적 측면 고려해야"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존립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지방대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소비를 창출하고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학업 후 지역에 정주하는 비율은 극히 낮습니다. 언어 장벽과 까다로운 비자 요건, 지역 기업과 유학생 간 정보 공유 체계의 부재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유학생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한 충북 지역 유학생 정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우리보다 앞서 고민을 시작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 3편을 일괄 송고합니다.]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유학생 유치 정책의 최종 목표는 지역 정착이다.
정부는 최근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을 발표하며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방점을 찍었고, 충북도는 2025년부터 5년간 300여억원을 투입하는 'K-유학생' 제도를 추진하며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구 소멸 위기 지역 업체에 고용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유학생이 지역에 뿌리내릴 기반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에서 취업한 비율은 13.8%에 그쳤다. 지역별 취업률은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유학생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정보 부재다.
지역 내 어떤 기업이 외국인 채용 비자를 발급해 줄 의사가 있는지, 구체적인 채용 조건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통합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주대 국제교류처 관계자는 "학생들과 상담해 보면 진로와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압도적"이라며 "대학 차원에서는 취업 특강이나 모의 면접 등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주지만 정작 이들을 받아줄 기업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일자리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구인·구직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 고용 24' 홈페이지의 채용 정보를 단순 나열하거나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이라 유학생들 사이에선 외면받는 게 현실이다.
2024년부터 매년 열리는 외국인 취업박람회 역시 대학 학위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보다 단순노동 비중이 높은 것이 한계로 꼽힌다.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사무처장은 "특정 전공이나 학위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도내 대학에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며 "산·학·관이 정보를 공유해 그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대학 교육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한국 직장문화 적응 교육 등을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며 "단순히 유학생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 이들을 지역사회 일원으로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청주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유학생 비자 발급 절차에 대한 컨설팅 지원 정책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고, 중견기업이 유학생 인턴을 채용할 때 인건비 일부를 보조하거나 주거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면 기업 입장에선 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비자 절차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정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유학생이 졸업 후 지역에 정착하려면 특정 활동(E7) 비자나 지역특화형 우수인재(F2R) 비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E7 비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높은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F2R 비자는 소득 요건은 비교적 낮지만 인구 감소 지역에서만 근무해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청주대에서 영화 콘텐츠 관련 전공을 하는 베트남 유학생 당티쿠잉(25)씨는 "취업 비자를 받으려면 전공을 살려야 하는데 지역 내 전공과 밀접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선택의 폭을 넓히려 전공을 바꿔 석사 과정에 진학했지만 이마저도 취업이 될지 불안해 현재 요리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몽골 출신 민진서르(25)씨는 "한국 유학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치안이 좋고 도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며 "청주나 서울처럼 안전한 대도시에 정착하고 싶은데 F2R 비자를 받으려면 인적이 드문 지역으로 가야 해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취업 문턱을 넘더라도 그다음에는 낯선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지역 사립대를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기업 마케팅팀에 입사했던 베트남 국적 A씨는 수직적인 한국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A씨는 "베트남 지사로 발령받은 뒤 현지 물가에 맞춰 급여가 크게 줄어든 데다 업무 실수에 대한 질책이 잦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국 근무 당시 한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어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며 "타지에서 기댈 가족 없이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생활에 지쳐 귀국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충북대학교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학사 관리, 생활 지도, 체류 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단순히 유학생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유치 이후 학업 관리, 생활 적응, 진로 지원까지 포함한 유학생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유학생 관리 역량을 고려한 적정 규모의 유학생 유치 정책과 대학의 관리 책임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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