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학생 리포트] ① 위기의 지방대, 유학생 유치로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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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유학생 리포트] ① 위기의 지방대, 유학생 유치로 활기

연합뉴스 2026-04-30 08:03:03 신고

3줄요약

충북 유학생 증가율 전국 1위…입국부터 취업까지 지원 총력

뿌리산업 인력·요양보호사 양성…지역사회 인력난 해소 기대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존립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지방대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소비를 창출하고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학업 후 지역에 정주하는 비율은 극히 낮습니다. 언어 장벽과 까다로운 비자 요건, 지역 기업과 유학생 간 정보 공유 체계의 부재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유학생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한 충북 지역 유학생 정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우리보다 앞서 고민을 시작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 3편을 일괄 송고합니다.]

청주대학교 강의실 청주대학교 강의실

촬영 천경환 기자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지난 13일 찾은 충북 청주대학교 관광 회화 강의실.

베트남·몽골 국적의 석사 유학생 50여명이 빼곡히 앉아 교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교수가 한국어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차이를 설명하자 학생들은 실시간 번역 자막이 나오는 화면과 교수를 번갈아 보며 바쁘게 필기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옆자리 친구에게 모국어로 나지막하게 물어보거나 개인 휴대전화로 검색하며 수업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광주시의 한 사립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청주대 석사과정에 진학했다는 몽골인 산보토야(30)씨는 "PPT 등 수업 자료가 미리 공유돼 집에서 예습이 가능하다 보니 수업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며 "질문이 있을 때는 한국어가 능숙한 친구 도움을 받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의가 열리는 또 다른 강의실 역시 학구열로 가득했다.

이곳에선 중국어 전문 통역사와 담당 교수가 나란히 서서 강의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교단으로 나아가 통역사를 사이에 두고 교수에게 질의를 이어갔다.

충북보건과학대 용접 수업 충북보건과학대 용접 수업

촬영 천경환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대 위기가 심화하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대학의 생존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어 전담 직원을 채용하거나 통·번역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유학생 확보를 위한 대학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30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도내 외국인 유학생은 1만537명으로, 전년 대비 92.1% 늘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다.

특히 청주대의 경우 2022년 700여명이던 유학생이 올해 1학기 기준 4천명 수준으로 늘어나며 불과 4년 만에 유학생 규모가 5배 넘게 급성장했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인 학생 비율이 40%대로 가장 높고 베트남(35%), 몽골(20%) 등이 뒤를 이었다.

청주대 국제교류처 관계자는 "중국인 학생 비율이 80%를 넘었던 때도 있었지만 베트남, 몽골, 미얀마 등 아시아 학생 비중이 늘면서 국적이 20개국에서 37개국으로 다변화됐다"며 "유학생들이 학교 주변에 거주하면서 침체한 대학가 상권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학들은 입국부터 정착까지 책임지는 원스톱(One-stop) 지원 시스템을 갖추며 유학생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항 이동, 외국인 등록증 발급 등의 절차를 전담 부서가 밀착 지원한다.

또 한국인 재학생과 유학생을 1대 1로 연결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유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충북보건과학대 요양보호사 양성 수업 충북보건과학대 요양보호사 양성 수업

촬영 천경환 기자

유학생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한국의 선진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데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꼽힌다.

충북보건과학대학교에서 용접기술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인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라솔(32)씨는 "한국의 앞선 기술을 배우고 싶어 유학을 왔다"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뒤 모국으로 돌아가 양국에서 활약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주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문걸(26)씨는 "중국에서 한국 대학의 인지도가 높아 현지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편입을 결정했다"며 "고향 칭다오에는 한국 기업이 많아 향후 한국 관련 법률 업무를 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학업을 넘어 지역사회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용접, 전기기술 등 뿌리산업 인력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은 보건과학대는 5년 전 50명에 그쳤던 외국인 유학생을 현재 800명대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법무부로부터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선정돼 현재 20여명의 전문 인력을 교육 중이다.

2년간 교육받는 이 과정은 국가 공인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설계됐다.

외국인에게 생소한 의학 용어가 등장하는 수업이지만 교수진은 시각 자료를 적극 활용해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한국의 체계적인 보건의료 서비스에 이끌려 미얀마에서 유학 왔다는 표단다웨이(24)씨는 "궁금한 게 생기면 교수님에게 언제든 전화해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교수님과 학교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성장한 만큼 졸업 후 한국에 요양보호사로 남아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영석 보건과학대 글로벌휴먼케어학과 교수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을 지방 대학이 전문 교육을 통해 양성하는 것은 지역 사회의 큰 자산"이라며 "지방 대학의 유학생 유치는 존폐의 문제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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